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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준비되었느냐?!” “넵!”
“네! 채주!” 거한의 우렁찬 외침과 동시에, 물경 500여 명에 달하는 수적들이 소리 질렀다.
그러자.
“네놈들도 준비가 되었겠지?” “물론입니다!” “채주! 자신 있습니다!” “녹림 만세에에에!” 이번에는 또 다른 거한 하나와 그 휘하의 산적들이 수적들에 질세라, 귀청이 터져 나갈 정도로 고래고래 고함을 내질렀다.
이들은 바로 녹림십팔채와 장강수로채의 인물들이었다.
군중을 통솔하는 두 사람은 녹림왕 장번팔과 수로왕 장번하였고 말이다.
“크크크. 도적놈들아! 우리가 흑도에 몸담으며 노략질이나 하고 사는 비렁뱅이들이지만, 없는 놈들은 덜 뜯었고, 있는 놈들은 더 뜯으며 나름대로 인간 흉내는 내고 살았다. 한데, 백련교인지, 뭔지 하는 쓰레기 놈들이 우리의 악명을 모조리 빼앗아 간 것도 모자라, 인신 공양 같은 추잡한 짓거리를 일삼는다는구나!” “게다가 놈들은 세외 삼대 세력인 서장무림을 장악했고, 백도를 야금야금 집어삼키는 중이지. 이런 시국에 침묵한다면? 가까운 미래에 반드시 그들은 우리에게 칼을 들이밀지 않겠느냐?” 도합 천여 명에 달하는 무인들을 향해 장번팔, 장번하 형제는 비장한 음성으로 외쳤다.
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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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입시다, 채주!!” “혈교의 후신들이 죽지도 않고 또 나타나서 무림을 어지럽히는군!” “깔끔하게 죽이는 게 최고지요!” 군중들은 어째 두 채주보다 더 들뜬 마음을 표출하듯 소리쳤다.
그 함성과 기세를 오롯이 느끼며, 장번팔, 장번하는 웃음 지을 수 있었다. 로투스바카라
‘소어야. 이 우형이 네게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아니! 비단 네게 도움이 되기 위한 출정은 아니지. 이는 흑, 백, 정, 사를 막론하고 강호의 존폐가 달린 일…. 감숙에 봉인되어 있는 마물은 내가 깡그리 씹어 먹어주겠다!’ ‘살다보니, 해적 주제에 공의를 위한 일도 다 해보는군. 클클. 재밌는 여정이 될 게야. 마물이라……. 노부의 박도로 팔다리를 아작아작 으깨주마!’ 녹림왕, 수로왕은 그런 단상을 떠올렸지만, 사실 두 사람이 감숙 토벌을 쉽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70이 넘도록 강호에 몸담으며 산왕, 해왕으로 군림해 온, 노고수들이 어찌 마물의 위험성을 모를까.
다만 두 사람은 인생의 늘그막에 접어들어, 현역 무림인들과 함께 공적을 토벌하게 되었다는 일종의 책임감과 사명감 따위를 느끼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런 심경의 변화는 의제, 소어로 인한 것이었다.
실제로, 소어와 의형제를 맺은 이후, 두 사람은 노략질을 최소로 줄이는 동시에,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민간인을 크게 상해하거나, 살해하는 일을 채주 직령으로 금지하고 있었다.
그렇게 어느덧, 소어는 비단 백도무림뿐만 아닌, 강호무림 전체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다.

‘아우! 감숙에서 만나세!’ ‘우리가 오픈홀덤 가마, 소어야!’ 두 사람이 각, 녹림과 수로를 상징하는 대도(大刀)를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와아아아아!
-녹림십팔채 만세에에에에!
-장강수로채 만세에에에에!
열화와 같은 천여 명의 무인들이 금시라도 마물을 박살 낼 듯한 기세를 뿜어내며 감숙으로의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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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아아아앙!
그것은 빛이었다.
마치, 천문(天門)이 열리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세이프게임 하늘 한가운데서 뻗어 나온 형광빛의 광채는 짐승처럼 포효하는 귀마강시들을 향해 쏘아졌는데….
-크아아아아아아아악!
80여 구의 귀마강시가 폭사 되는 광채를 피해 몸을 내빼기 시작했다.
개중에는 빛에 신형을 노출시키는 강시도 있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강철보다 단단하다고 알려진 귀마강시의 표면이 광채에 의해 녹아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마치 태양 빛에 녹아드는 눈더미처럼 말이다.
‘그래! 일전, 우치 형이 보여주었던 신기야!’ 소어는 대번에, 이 술법이 전우치가 무림맹 본청에서 보여주었던 공능임을 알아차리고 반색했다.
그때.
전우치가 좌중을 아우르며 소리쳤다.
“묘선 소저! 현광(炫光)을 오래 유지할 순 없습니다. 어서 세이프파워볼 아미파의 고수들과 합격 전술의 진형을 갖추고, 전투를 준비하십시오!” 다급함이 묻어나는 음성에, 묘선 역시, 분주하게 몸을 날렸다.
“사저! 사매들! 어서 항마복룡진(降魔伏龍陳)을 준비해요!” 묘선의 외침에 아미파 제자들은 일제히 본산 최고의 합격술인 항마복룡진의 진형을 갖추었다.
소어와 노영명의 생사혈투에 시선을 빼앗긴 채, 넋을 놓고 있었지만 오랜 시간 고련을 거듭한 무인들답게 한 치의 실수나 오차도 없이 이내, 항마복룡진을 이룰 수 있었다.
“캬! 우리 우치 형이나 묘선이나. 둘 다 최고네, 최고!” 소어는 바쁜 와중에도 두 사람의 비호같은 움직임에 감복하여 엄지를 치켜들었다.
하나 정작, 본인의 상태는 바람 앞의 등불과도 같았다.
주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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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어의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비처럼 흘러내렸다.
게다가, 각성 상태 특유의 현상인 청록빛의 안광과 불그스름한 피부 결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혈색 한 방울 돌지 않는 창백한 얼굴을 한 채였다.
‘소어의 상태가 심각해. 저런 식으로는 오래 버티지 못할 거야!’ 전우치는 소어가 위중한 상태임을 알아차렸다.
하나 그렇다고 해서, 당장 치료해 줄 수도 없는 노릇.
상대는 귀마강시.
제아무리 아미파의 제자들과 규화보전을 통해 임독을 타통한 묘선이 있다 해도, 소어 없이는 감당하기 힘들 테니까.
때문에.
“현천상제(玄天上帝)시여…. 인간 세상의 사특한 것들을 멸하시고, 천지간의 조화와 질서를 수호하시며, 이 땅에 선 모든, 선한 자들의 영에 깃드시어 축복을 내려주소서….” 전우치가 두 눈을 감은 채, 허공을 향해 알 수 없는 소릴 내뱉기 시작했다.
더불어, 축적된 법력을 한껏 끌어 올렸는데, 그러자 몸에서 필설로 형용하기 힘든 헌앙하고 고고한 기운이 하얀 광채를 통해 구현되고 있었다.
‘우치 형…’ ‘전우치 처사…’ 일순, 소어와 묘선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전우치의 신형을 신비롭게 훑었다.

그리고….
“[email protected]#$%%^&*” 다시금 전우치의 입에서 파워볼사이트 흘러나온, 알 수 없는 방언들.
그 괴어가 주변을 잠식하기 무섭게, 소어와 전우치.
또한, 항마복룡진을 구성한 아미파의 모든 제자가 신체의 급격한 변화를 감지하게 되었다.
‘뭐… 뭐지?’ ‘갑자기 몸에서 힘이 샘솟는 느낌이야!’ ‘내력이… 갑자기 산더미처럼 불어나고 있잖아?!’ 그랬다.
이 술법은, 일종의 축원기도였는데 일시적이지만 장내 모든 이의 내력과 신체 능력, 더불어 감각의 능력치를 비약적으로 상승시키는 효험을 지녔다.
그리고 이 축원기도의 효과를 가장 많이 만끽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소어였다.
소어는 금시라도 쓰러질 것 같은 상태였지만, 술법이 펼쳐지기 무섭게, 몸이 호전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우치 형…….” 소어와 전우치의 시선이 맞닿았다.
말은 필요 없었다.
말하지 않아도 두 사람의 뜻은 같은 곳을 향하고 있었으니까.
‘시간이 없다, 소어야.’ ‘알고 있어요, 형. 목숨 걸고, 신명 나게 놀아봅시다!’ 때마침, 하늘에서 비추던 광채가 서서히 잦아들고 있었다.
암영 속에서 안절부절못한, 흉험한 송곳니만 갈고 있던 강시들의 눈에 혈광이 번뜩였다.

“와라, 이미 뒤진 새끼들아! 한 번 더 죽여줄게!” 파파팡-
소어가 그 암영을 향해 잔상을 흩뿌리며 날아갔다.


콰아아아아앙!
콰지지지지직!
파파파파파팡!
전우치의 축원기도로 힘을 회복한 소어는 파죽지세란 말이 어울릴 정도의 대활약을 선보였다.
일권, 일퇴, 일장을 내지를 때마다, 두세 구의 귀마강시가 찌그러지는 참변을 면치 못했고, 고산팔벽(어깨치기), 철두공(박치기)의 살상력은 두말할 필요도 없어서, 개중에 그에 격참당한 강시들은 머리통이 완전히 으깨지며 한 줌의 고혼이 되었다.
그러나.
쐐애애애액“꺄아아아악!” 아미파 제자들의 상황이 좋지 못했다.
비록 항마복룡진은 철옹성같이 견고해, 쉬이 틈을 보이지 않았지만, 워낙 귀마강시와 중인들의 능력 차이가 심했기에, 축원기도로는 도저히 그 간극을 메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파아아아아앙!
사형제들이 쓰러져 나가는 걸 보며, 묘선은 아직 완벽히 연성 되지 않은 규화보전을 최대한의 힘으로 운용하였다.

묘선의 신형 주위에서 수백 갈래의 강기(罡氣)가 줄기줄기 뻗어 나와, 강시들을 격타했다.
[묘선아! 귀마강시는 불사의 몸을 지녔어. 오직! 대가리가 산산조각 으깨져야만 죽는 마물이니 머리만 쳐!] 소어는 묘선의 무위에 대경하면서도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이번 싸움의 열쇠는 묘선이가 쥐고 있어. 축원기도는 오래가지 않을 테고. 귀마강시는 끝도 없이 날뛰는 중이니, 묘선이가 얼마나 활약하는지에 따라, 죽느냐 사느냐가 결정되겠네.’ 소어는 장내의 상황을 그렇게 분석했다.
그러자 한편으로는 야릇한 고양감이 샘솟기도 했다.
비록 묘선은 무공의 자질이 뛰어난 무재였으나, 소어에겐 언제나 지켜주고 싶은 연약한 친구처럼만 각인되었다.
실제로 학관에서 무공을 가르친 입장이었으니, 가슴 한구석으론 제자처럼 인식되었으리라….
하나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생사여탈을 묘선이 책임진단 생각을 하자, 격세지감을 느꼈다.
‘할아버지. 보고 계세요? 저만 강해진 게 아닙니다. 묘선이도 이제 동년배에선 적수가 없을 거예요.’ 뿌듯했다.
그리고 감회가 새로웠다.
공교롭게도 생불 할아버지의 손에 거두어진, 자신과 친구, 묘선이 동시에 백도 최강의 후기지수가 되었으니 목숨이 경각에 달린 이 순간에도 가슴이 두방망이질 치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에라!”

콰카캉!
소어의 일권에서 집채만 한 뇌전이 번뜩이며 강시의 머리통을 터뜨린다.
-크아아아아악!
격중당한 강시는 꼼짝없이 뇌수를 흩뿌리며 절명했는데, 그럼에도 강시들은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지, 연신 소어를 향해 흉험한 기세를 드러내며 덤벼들었다.
“오냐, 너 죽고 나 죽자. 드루와, 드루와 이 새끼들아!” 소어는 싸움을 즐기기로 했다.
어차피 고심하고 계산해봤자 답은 나오지 않는 상황.
강시의 수는 현저히 많은 데다, 전우치의 축원기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효과가 줄어들고 있었다.
“제발 좀!” 콰카캉!
손톱을 들이대는 강시의 사타구니에 해일폭퇴를 꽂아 넣고, “끝내자, 이 새끼들아!” 콰지지지직!
송곳니를 드러내며 달려드는 강시의 안면 하관을 향해 천조격뢰(팔꿈치 공격)를 꽂아 넣으며, 쾅, 쾅, 쾅!

마지막 한 타는 반드시 머리통에 적중시키는 십초무적공이 펼쳐질수록 강시의 숫자가 조금씩 줄어들었다.
하나 그렇게 시간이 조금씩, 조금씩 흐르고….
어느덧 싸움이 한 시진 동안 이어질 때쯤.
“후… 후…” “헉… 헉…” “하…” 살아 있는 자들은 점차 지치기 시작했고.
“죽… 인다… 죽일 것이야… 모든 것을 죽이고 말겠다…!” 죽은 자들의 기세는 더욱 흉포해져만 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축원기도의 효과마저 사라지고 있었으니….
‘아…’ 소어는 전신이 나른해지는 걸 느꼈다.
눈꺼풀은 천금 같았고, 두 다리는 진흙탕에 빠진 듯 무거웠으며, 바다처럼 거대한 내력마저 건조한 수건처럼 말라가고 있었다.
‘안 돼… 의식을 놓으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못할 거야.’ 소어가 불굴의 의지를 발휘했다.

‘나는… 무한 체력을 체득했잖아!’ 사실, 노영명을 꺾고 지금껏 버틴 것만 해도, 기적 중의 기적이 아닐 수 없었다.
무공의 고하를 떠나, 누구라도 이처럼 싸운다면 진작 쓰러지고 말았으리라.
하나 십초무적공의 요체와 철학.
무한 체력이란 기치 아래, 누구보다 힘든 수련 과정을 버텨왔던 소어였기에, 그 웅심한 심기가 아직도 소어를 버티게끔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었다.
그때.
촤르르르륵전우치가 허리춤에 지니고 있던 부적을 수십여 장 집어 던졌다.
그러자, 그 부적에 불길이 붙으며 각각의 구체를 생성해냈는데.
동시에.

슥슥슥-
전우치는 의천필로 허공에 무언가를 일필휘지로 그리기 시작했다.
한 획, 한 획, 의천필의 획이 대기를 가르자, 그 붓질은 그림이 되었고.
‘저건…?’ “술법…. 사신(四神), 소환.” 전우치의 입에서 나지막한 언령이 튀어나오는 순간.
크아아아앙!
장내에는 빛으로 이루어진, 고구려의 신장.
청룡, 백호, 주작, 현무의 사신이 강림해 강시들을 향해 나찰의 기세를 뿜어내었다.
“아… 우리 형, 최고.” 풀썩-
동시에 소어의 의식도 점멸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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