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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취보헌(聚寶軒)
점원은 게슴츠레한 눈을 뜨고 심균당을 흘겨보았다.
“점장은 왜 찾으시는 겁니까?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쇤네에게 말씀하십쇼.” 심균당은 비아냥거리는 듯 말했다.
“오? 자네가 장부를 기재할 만큼 글재주가 있는 줄은 몰랐는걸.” 점원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점원은 심균당이 내부 사정을 잘 안다고 짐작했다.
보석가게에서는 물건을 팔면 장부에 기록했다가 월말에 대조하는 게 관행이었다.
점원은 결국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심균당 앞으로 달려왔다.
“쇤네가 사람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요. 공자께서는 이쪽 일을 잘 아시는 것 같습니다. 쇤네야 당연히 까막눈입지요. 쇤네가 글을 알면 지금쯤 장부를 기록하는 회계원 노릇을 하지 이런 일을 했겠습니까요. 점장은 볼일이 있어 집에 돌아갔습니다. 오늘은 점장이 가게에 없으니 공자께서 정말 사고 싶은 게 있으면 제가 책임지고 팔겠습니다. 나중에 한 푼도 빼먹지 않고 점장에게 말씀드리면 되니까요.” 심균당은 속으로 차갑게 웃었다. 점원은 생각보다 영악했다. 다만 좋은 머리를 제대로 된 쪽으로 굴리지 않을 뿐이었다.
“그런 거로군. 그럼 그렇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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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균당은 진열대로 다가간 다음 하얀 함에 담긴 매화 모양의 파워볼사이트 금비녀를 가리켰다.
“이 비녀는 얼마인가?”
점원은 눈알을 굴렸다.
“공자께서는 역시 눈썰미가 있으시네요. 이 비녀는 우리 가게 기술자가 만든 것으로 지금 시중에는 똑같은 모양의 비녀를 찾아보기 어렵습지요! 매화 모양 금비녀는 웃어른이나 연인에게 선물하기에는 아주 딱입지요. 공자께서 정말 사시겠다면 은자 50냥만 받겠습니다.” 시중에 똑같은 비녀를 찾기 어렵다는 말에 심균당은 속으로 웃었다.
‘작년에 나왔으니 당연히 올해에는 없겠지…….’ 그 비녀는 지극히 평범했다. 보석 하나 박혀 있지 않았고 점취(點翠: 물총새의 깃털을 금, 은 등 귀금속 표면에 붙이는 공예 기법)가 들어간 것도 아니었다. 금비녀는 무게도 두 냥(兩: 무게 단위로 한 근의 10분의 1을 가리킴)밖에 되지 않아 보였다.
그럼 보석 세공비가 은자 30냥이나 된다고?
같은 무게의 금으로 다른 보석가게에서 이 금비녀를 만들면 세공비가 많아 봤자 절반이면 될 것 같았다.

‘이 녀석이 나를 완전 호구로 보고 바가지를 씌울 파워볼게임 셈이로군!’ 심균당은 웃기만 할 뿐 점원과 흥정을 하려고 들지 않았다.
“대청 진열대에 있는 물건은 평범한 것들뿐이로군. 물론 더 좋은 것도 있겠지?” 심균당이 금비녀를 살 생각이 없다는 걸 눈치챈 점원은 웃음기를 거두고 정색했다.
“은자 50냥짜리 금비녀도 살 수 없다면 2층 물건은 살 엄두도 못 내실 텐데요…….” “자네 말대로라면 2층에는 더 좋은 물건이 있다는 뜻인가?” 심균당은 말하면서 옆에 있는 영춘에게 눈짓했다.
영춘은 쌈지에서 은자 100냥짜리 은표를 꺼내 점원 앞에 흔들어 댔다.
“어떤가, 우리 이제 2층에 올라가서 구경 좀 해 볼까?” 점원은 은표를 따라 눈알을 굴렸다. 맛있는 음식이라도 본 양 점원은 군침까지 흘리며 심균당에게 굽실거렸다.
“그럼은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공자, 쇤네를 따라오시지요.” 점원은 심균당 일행을 2층으로 데려갔다.
2층 다실(茶室)에 다다라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은 탁자와 의자를 본 점원은 급히 걸레로 닦아 냈다.
“공자, 어서 앉으세요. 차를 올릴 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쇼.” 점원은 서둘러 1층에 내려갔다. 심균당은 점원 말대로 하지 않고 2층 다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진소가 갑자기 경계심을 드러내며 칼을 뽑았다. 심균당의 앞을 막아서며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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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 안에 사람이 있습니다.”
다실에는 작은 방이 딸려 있었다. 하늘색 비단 휘장으로 가려져 있었는데 안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다.
심균당은 진소에게 휘장을 걷어 안쪽 상황을 살펴보라는 뜻으로 손짓했다.
진소는 심균당을 멀찌감치 떨어지게 하고 조심스럽게 다가가 검으로 휘장을 걷어 올렸다.
안쪽 상황을 살핀 진소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방에 있던 사람도 진소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젊은 남자가 칼을 들고 침상 옆에 서 있자 기절초풍한 그는 오줌을 지리며 옷도 제대로 입지 않은 채 침상에서 무릎을 꿇고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다실에 있던 심균당과 영춘은 남자와 여자가 살려 달라고 하는 소리를 들었다.
잠시 후 낯빛이 어두워진 진소가 휘장을 들어 올리며 방을 나왔다.
심균당이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안에는 대체 누가 있는가?”
진소는 귀까지 빨개졌다. 주인이 물었기 때문에 진소는 엔트리파워볼 어쩔 수 없이 목소리를 낮춰 대답했다.
“나리께 아룁니다. 점장과 기생입니다.” 심균당은 어이가 없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보석가게 점장은 집에 간 게 아니라 2층에서 쾌락을 탐닉하고 있었다. 점장이 하는 꼴을 보니 가게 근처 심화도에서 많은 돈을 썼을 게 분명했다.
얼굴이 새빨개진 영춘이 진소를 째려보았다. 추잡한 이야기를 주인에게 들려주었다고 원망하는 눈빛이었다.
진소는 영춘이 흘겨보는 이유를 알지 못해 어리둥절했다. 어쨌든 조금 전 방에서 추잡한 광경을 보고 느꼈던 난감함은 조금 사라진 뒤였다.
심균당은 다실 탁자 옆에 앉았다.
방에서 부스럭대는 소리가 들리더니 잠시 후 흐트러진 꼴의 남자와 여자가 허둥지둥 방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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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남자는 취보헌의 점장이자 영흥후부의 심복이었다. 몸집은 약간 통통했고 마흔 살 남짓이었다. 그동안 마음 편하게 잘 먹고 잘살았는지 얼굴에 주름 하나 없었다.
점장 뒤에 몸을 숨긴 여자는 스무 살 남짓이었다. 요염한 옷을 입은 EOS파워볼 그녀는 행동거지 하나하나에 교태가 흐르는 것이 딱 봐도 화류계의 여성 같았다.
그 기생은 곁눈질로 자리에 앉아 있는 심균당을 쳐다보다가 여우 같은 눈을 빛내며 침을 꼴깍 삼켰다.
‘어쩜 저렇게 준수하게 생긴 귀공자가 다 있지. 게다가 나이도 젊으니 가게 점장보다 ‘그것’도 훨씬 잘하겠지.’ 심균당은 몰래 저를 훔쳐보는 기생의 시선이 마음에 들지 않아 표정을 싸늘하게 굳혔다.
점장은 다실의 귀공자를 보고 속으로 쓸모없는 점원을 욕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심균당에게 웃으며 인사를 올렸다.
“공자께서는 어떤 물건을 찾으시는지요? 저희 가게에는 모든 게 다 있답니다. 공자께서 사고 싶지 않은 게 있을지는 몰라도 살 수 없는 건 없을 겁니다.” 가게 점장은 변신의 귀재였다. 방금까지 바지도 제대로 올리지 못한 사람이 지금은 완전 딴사람이 되어 있었다.
심균당은 볼 것을 다 보았기 때문에 괜히 변죽을 울리고 싶지 않았다.
심균당이 인상을 구기고 있자 옆에 있던 진소가 위엄 있게 노기를 드러냈다.

“전굉달(錢宏達), 네 이놈! 당장 무릎 꿇지 못할까!” 점장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저 검을 찬 무사가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았지?’ 깜짝 놀란 점장은 자기도 모르게 무릎을 꿇었다.
뒤에 있던 기생도 황망하게 그를 따라 무릎을 꿇었다.
점장은 자기가 왜 아무 잘못도 없이 무릎을 꿇어야 하는지 억울했다.
연경성에는 고관대작이 많았기 때문에 보는 사람마다 무릎을 꿇었다면 무릎이 남아나지 않았을 터였다.
‘가만있어 보게. 내가 왜 대체 무릎을 꿇어야 한단 말인가?’ 그런 생각에 점장은 일어서려고 했다.
점장이 일어서기 전에 진소가 요패(*腰牌: 나무 등의 재질로 만든, 허리에 차는 신분증)를 그의 앞에 던졌다.
점장은 요패에 새겨진 ‘심(沈)’자를 보고 심하게 몸을 떨었다.
늦가을인데 이마에서는 작디작은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영흥후가 죽었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었다. 로투스바카라 영흥후부의 가업을 관리하는 점장도 잘 알고 있었다.

상석에 앉은 심균당을 힐끗 훔쳐보던 그는 생김새를 찬찬히 뜯어보다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자, 작은주인!’
전굉달은 침을 꿀꺽 삼키며 이마로 바닥을 찧었다.
“쇤네가 주인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나리가 오픈홀덤 오시는 줄 정말 몰랐습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아래층에서 차를 들고 올라오던 점원은 점장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 바지에 찔끔 오줌을 지렸다.
쨍그랑!
점원은 들고 있던 쟁반을 떨어뜨렸다. 점원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아무 말이 없는 심균당을 빤히 쳐다보았다.
전굉달은 때려죽여도 속이 시원치 않을 것 같은 멍청이를 째려보며 역정을 냈다.
“뭘 우두커니 서 있는 것이냐. 어서 후작 나리께 무릎을 꿇지 않고!” 점원은 급히 무릎을 꿇고 상반신을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방금 주인에게 바가지를 씌우려 했던 걸 떠올린 점원은 불 위에 달궈지고 있는 오징어처럼 몸을 말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반면 점장과 점원 뒤에 있는 기생은 무서울 게 없는 듯 틈만 나면 심균당을 힐끔거렸다.

소문에 따르면 젊은 영흥후는 병약하다고 했는데 지금 보니 혈색이 좋고 윤기가 흐를 뿐 아니라 피부도 고왔다. 몸도 건강하고 인물도 잘생겼다. 피부도 매끄러워 같은 여자인데도 질투가 날 정도였다. 기생은 심균당의 피부를 만져 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보는 것처럼 탄력 있고 보드라운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심균당의 예쁘장한 얼굴이 심각해졌다.
“점장, 보아하니 우리 가게를 이따위로 꾸려 나갔던 거로군, 안 그래?” 전굉달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직감했다. 고개를 숙인 그는 눈알을 굴리며 변명했다.
“나리, 취보헌이 어려워지는 건 쇤네도 바라지 않았습니다. 쇤네는 영흥후부의 사람입니다. 어찌 우리 영흥후부가 잘되지 않길 바라겠습니까. 다만 뜻대로 되지 않았을 뿐이지요. 기술자 조씨가 그만두고 취보헌은 아직도 쓸 만한 기술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굉달의 말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자신의 무능함은 숨기고 보석가게에 기술자가 없다는 것만을 구실로 장사가 안 되는 책임을 회피하려고 했다.
심균당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게 점장은 전굉달처럼 책임을 회피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게다가 오늘도 장사는 내버려 두고 기생과 노느라 바쁘지 않았나.
어쨌든 전굉달은 영흥후부의 일개 하인일 뿐이었다.
심균당의 아버지는 생전에 전굉달을 신임했는지 모르지만 지금 영흥후부의 가주는 엄연히 심균당이었다.
다른 사람으로 바꾸겠다고 한 마디만 하면 그만이었다.
“쓸데없는 소리 할 것 없네. 내일부터 자네는 다시 영흥후부로 돌아와 일하게. 그리고 점원, 너는 해고야. 이 가게는 앞으로 다른 사람에게 맡길 테니 그리 알아.” 전굉달에게는 그 말이 청천벽력과 다르지 않았다.
심균당의 한 마디에 십수 년 동안 점장 노릇을 했던 전굉달은 하루아침에 일개 하인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전굉달은 현재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뜨고 심균당을 쳐다보았다.
개도 다급해지면 담장을 넘는다고 했다.
“나리, 쇤네는 이 가게에서 십수 년 동안 일했습니다요. 크게 공을 세우진 못했지만 고생은 많이 했습지요. 작고하신 영흥후 나리께서 쇤네를 이 자리에 앉히셨습지요. 나리, 제발 옛정을 생각해 주십시오.” 전굉달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돌아가신 영흥후까지 들먹이며 심균당을 압박했다.
지금 그는 과거의 심균당이 아니었으므로 영흥후부의 옛정 따위는 애당초 있었던 적도 없었다.
흙으로 돌아간 아버지는 영혼이 바뀐 심균당에게 와병중인 원로 영흥후보다도 못한 존재였다.
망해 가는 가게를 아예 없애지 않은 것만으로도 심균당으로서는 크게 봐주는 것이었다.
젊은 영흥후가 작고한 영흥후의 옛 심복들까지 돌봐 줄 거란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신상에 이로웠다. 전굉달은 그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더구나 전굉달은 예쁘게 봐 달라는 하인치고는 태도가 너무 건방졌다.

심균당에게 굳이 배은망덕한 놈까지 보살필 의무나 이유는 없었다.
심균당은 진소에게 명령했다.
“멍하니 서서 뭐 하는 게야. 어서 끌어내지 않고!” 심균당이 노발대발하며 호통을 치자 진소는 몸을 떨었다.
점장과 점원은 물론 기생까지도 큰길로 쫓겨났다.
기생은 취보헌 간판을 잠시 바라보며 말했다.
“에휴, 곱상하게 생긴 젊은 영흥후가 참 더럽게 무섭구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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