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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나리, 옷이 바뀌었습니다
심균당은 영춘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충 알 것 같았다.
“에휴, 옷이 왜 몸에 딱 맞는지도 나도 몰라. 평소에 조심하느라고 애는 썼는데 옷을 준 시녀의 눈썰미가 보통이 아닌 것 같아. 옷 치수를 보는 눈이 있든가, 아니면 소 뒷걸음질하다 쥐 잡는다고, 어쩌다 운이 좋아서 딱 맞는 옷을 골라 왔겠지, 뭐.” 심균당은 자기 말이 다소 억지스럽다는 걸 알았지만 당장은 그것 외에 마땅히 둘러댈 게 없었다.
주인의 설명이 그럴듯했는지 시녀 영춘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리, 밖에서는 정말 조심하셔야 해요. 다음에 나가실 때는 절대 혼자 나가지 마시고 쇤네나 아니면 백매라도 꼭 데리고 나가셔요.” “알았어, 알았다고. 뭔 노파심이 그리 많은지 원!”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백매가 차를 들고 들어왔다.
심균당이 유경별장으로 돌아올 때 위충이 억지로 떠넘기듯 준 무이암차였다.
“나리, 차의 향이 아주 좋아요!”
백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향이 그리 좋아? 그럼 너도 한 잔 우려내 마셔. 아 참, 영춘한테도 주고.” “고맙습니다, 나리.”
심균당이 허락하자 백매는 신이 나서 방을 나갔다.

영춘과 백매는 모두 차를 좋아했다.
하지만 심균당의 몸에 새 영혼이 들어오기 전까지 두 측근 시녀는 제대로 된 차를 마셔 본 적이 없었다.
당연히 두 자매는 차에 대해서 아는 바도 없었다. 세이프게임
백매도 무이암차의 향이 좋고 영흥후부에서 마시는 차보다 고급이라는 것밖에 몰랐다.
심지어 그녀는 차 이름이 무이암차라는 것도 알지 못했다.
“나리, 이게 무슨 차예요?”
영춘이 호기심 어린 말투로 물었다.
“무이암차라는 건데 이따가 너희들도 맛을 봐 봐.” 심균당은 무이암차가 얼마나 구하기 힘든 차인지는 밝히지 않고 차 이름만 말해 주었다.
영춘은 무이암차가 귀한 차인 줄은 몰랐지만 차를 좋아했기 때문에 기대감에 부풀었다.

조금 전 심균당을 걱정해 주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백매는 무이암차를 두 잔 우려내 조심스럽게 가져왔다.
두 시녀는 그 자리에 서서 차를 맛보았다. 심균당은 자기를 시중드느라 고생하는 자매들이 안쓰러워 앉아서 차를 마시도록 했다.
“어때? 맛이 괜찮아?”
심균당은 웃으며 물었다. 세이프파워볼
그때 영춘과 백매 자매는 그 나이에 걸맞은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두 시녀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백매가 말했다.
“나리, 쇤네는 이게 무슨 차인지는 몰라요. 하지만 달달하고 깔끔한 게 아주 맛이 좋은걸요. 신기하게도 전혀 떫은맛이 없어요.” 심균당은 더 환하게 웃었다.
“그렇게 마음에 든다면 차를 세 등분으로 나누어서 너와 영춘이 각각 일인분씩 갖도록 해.” “나리, 그건 안 될 말씀이세요. 딱 봐도 아주 귀한 차 같은걸요. 아마 부잣집에서도 쉽게 마실 수 없을 것 같은데 쇤네들처럼 차를 잘 모르는 사람한테 귀한 차를 주는 건 낭비하는 거예요.” 과분한 은혜를 받은 백매가 겸손하게 말했다.
그 차는 부잣집은 물론이고 황족들도 몇 명 마시지 못하는 것이었다. 섭정왕한테 진상한 차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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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이 마시는 게 왜 낭비라는 거야. 차라는 건 그냥 맛있게 마시면 되는 거야. 차를 좀 마신다고 차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아니고. 됐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해. 백매야, 차를 나누는 건 네가 알아서 해. 아낄 필요도 없어. 다 마시면 가서 더 가져오면 돼. 구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아.” 무이암차는 섭정왕의 것이고 위충도 인심이 후한 편이었다.
염라대왕은 그동안 심균당을 많이도 괴롭혔으니 그한테서 작은 이득을 취하는 게 나쁠 건 없었다.
최소한 심균당은 그렇게라도 해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
심균당이 화통하게 상을 내리자 두 자매는 뛸 듯이 기뻤다. 파워볼사이트
그렇게 세 사람은 대청에서 즐겁게 차를 마셨다. 그러던 중 백매가 말했다.
“나리, 조금 전에 진소 대장이 다녀갔어요. 밖에 진국대장부의 호위무사들이 여럿 와서 순찰을 돌고 있대요.” 심균당은 어쩔 수 없다는 고개를 저었다.
장진천이 시킨 게 틀림없었다. 장진천의 호위무사들이 진국부인의 숙소인 매원거를 순찰하면서 심균당이 있는 금화거까지 함께 돌아보는 모양이었다.
지난번에 취보헌에서도 그렇고 이번 유경별장에서도 심균당은 장진천에게 큰 신세를 지게 되었다.
심균당은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 매원거에 가기로 했다.

명거에 불쑥 나타난 두 여자에 관한 것은 아직 오리무중이었다.
하지만 유경별장은 소양공주가 운영하는 곳이고 두 여자도 주인의 지시를 받고 왔다고 했으니 소양공주에게 이치를 따지는 게 마땅했다.
하마터면 비밀이 탄로 날 뻔했으니 심균당으로서도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었다. 파워볼게임사이트
소양공주한테 제대로 항의하지 않으면 남들이 영흥후부를 만만하게 보지 않을까 우려스럽기도 했다.
잠시 고민하던 심균당은 탁자 앞에 앉은 다음 글을 써 내려갔다.
심균당은 편지를 다 쓴 다음 봉투에 넣었다.
“영춘아, 내일 진소 대장에게 이 편지를 유경별장의 집사에게 전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나리.”
영춘은 조심스럽게 편지를 받아 품에 넣은 다음 백매와 함께 심균당의 옷을 갈아입혀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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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균당이 침상에 누워 잠을 청하자 두 시녀는 외실로 나가 장의자에서 잠을 잤다.

* * 파워볼실시간
이튿날 아침, 심균당은 일찍 잠에서 깨어났다.
옷을 갈아입고 간단히 씻고 나자 노부인의 측근 갈씨 어멈이 아침식사를 보내왔다.
심균당은 음식을 살펴보았다.
심균당이 좋아하는 닭고기죽은 물론 신선한 채소로 만든 담백한 요리들도 있었다. 모두 그의 입맛에 맞는 것들이었다.
영춘에게 준비하라고 지시할 생각이었는데 노부인이 보내 준 덕에 번거로움을 덜게 되었다.
갈씨 어멈은 돌아가지 않고 금화거에 남아 심균당이 아침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렸다.
심균당이 음식을 맛있게 먹자 갈씨 어멈은 내심 무척 흡족해했다. 심균당이 식사를 마치자 갈씨 어멈은 빈 그릇을 다시 찬합에 넣어 돌아갔다.


자리에 일어난 심균당은 너무 배가 불러 적이 놀랐다. 실시간파워볼
‘내가 이렇게 많이 먹었던가…….’
요사이 심균당은 평소보다 많이 먹었다.
음식이 입에 맞았을 뿐 아니라 신선한 채소가 들어간 요리가 많은 덕분이었다.
여러 날 동안 심균당은 마음 편히 먹어 대기만 했다.
심균당은 문득 먹는 것을 절제해야 하지 않을까 반성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처럼 지나쳐서 좋을 것은 없을 테니 말이다.


자칫 뚱뚱해지기라도 하면 남자 행세하는 데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었다.
심균당은 사실 현대의 여성들처럼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
마른 장작처럼 비쩍 마른 심균당은 살이 좀 찔 필요가 있었다. 사고방식이 현대 여성과 같다 보니 실제로는 말랐는데 체중을 감량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현대의 관점에서 봤을 때 심균당은 4~5킬로그램 더 찌더라도 크게 티가 나지 않았다.
게다가 노부인이 말했던 것처럼 심균당은 현재도 성장기에 있었으니 식사량이 많은 게 정상이었다.
심균당은 소화를 위해 차를 마셨다.
영춘은 주인에게 피풍의를 걸쳐 주었다.
심균당은 장수를 데리고 이웃한 매원거로 향했다.
그 시각 진국부인은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이 약한 장충미는 여전히 잠에 빠져 있었다.
심균당은 진국부인의 아침식사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짧게 인사만 나누고 곧바로 장진천에게 갔다.
심균당의 혈색이 좋아진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 장진천은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은 함께 장진천의 처소에 갔다. 장진천이 심균당에게 친근하게 물었다. “아당, 어제 섭정왕이 심술궂게 굴진 않았어?” 심균당은 고개를 저었다. 온천탕에서 곤혹스럽긴 했지만 이번에 섭정왕은 의외로 심균당을 괴롭히지 않았다.
오히려 염라대왕이 황궁으로 돌아간 후 심균당은 와룡별장을 즐겁게 둘러보기까지 했다.
할머니의 걱정이 마음에 걸리지 않았다면 심균당은 와룡별장에 며칠 더 머물렀을 터였다. 그러면 섭정왕한테서 좋은 것들을 더 ‘약탈해’ 올 수도 있었을 거라고 심균당은 아쉬워했다.
“장 형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섭정왕은 이 동생을 괴롭히지 않았어요.” 심균당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았고 혈색도 좋아 보였기 때문에 장진천은 마음을 놓았다.


사실 어젯밤 심균당이 와룡별장에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장진천은 그한테 별일이 없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 장진천은 대장군부의 호위무사들에게 매원거를 순찰하면서 금화거도 둘러보라고 지시했었다.
진국부인은 유경별장에 며칠 더 머물 작정이었다. 군영에서 돌아온 장진천은 모처럼 며칠 휴가를 얻었으니 당연히 할머니와 함께 유경별장에 머물 예정이었다.
장진천과 심균당은 서재에서 차를 마셨다.


그러던 중 장진천이 심균당에게 말을 걸었다. “아당, 앞으로 며칠 동안 어떻게 지낼 생각이야? 유경별장에서는 언제까지 머물 계획이지?” 심균당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형님, 오늘 바로 집으로 돌아가려고요. 어제 이곳에 오자마자 일이 터졌잖아요. 할머니께서는 이곳에 계속 머물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다고 하셨어요. 아무래도 점심 전에 바로 연경성으로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장진천은 적이 놀랐다. 하지만 조금 생각해 보니 심균당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었다. 심균당이 점심 전에 연경성으로 돌아가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져 아쉬울 따름이었다.


장진천은 서대영으로 발령을 받은 후 이번에 어렵사리 휴가를 받은 것이었다. 그런데 우연찮게도 심균당과 유경별장에 함께 머물게 되어 기뻤다.
심균당과 며칠 더 머물 거라고 예상했는데 기대가 무너진 셈이었다.
장진천은 오늘 심균당과 온천욕을 즐기면서 술도 마실 계획이었는데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노부인께서는 아무래도 걱정이 많으실 테니 일찍 돌아가는 게 나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우리가 만나자마자 헤어지는 게 아쉽군.” 장진천이 못내 아쉬워하자 심균당이 미소를 지었다.
“형님께서는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제가 어사대에서 일하게 되면 매달 초하루 열리는 대조회 때마다 만나게 될 거잖아요.” 심균당이 대조회를 언급하자 장진천은 며칠 뒤가 초하루라는 걸 깨달았다.


“아당도 조회에 참석할 수 있는 거야?” 심균당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부(吏部)에서 연통이 왔어요. 상을 치른 지도 석 달이 지났으니 규정에 따라 저도 조회에 참석해야 한다네요.” 곧 헤어지는 것 때문에 아쉬워하던 장진천은 며칠 후에 다시 만난다는 기대에 기운이 샘솟았다.
“아당, 처음 대조회에 참석한다고 너무 겁먹을 필요 없어. 그래도 긴장되거들랑 나한테 가까이 붙어 있도록 해, 알았지?” 심균당은 장진천이 자기를 놀린다고 여겼다. “형님은 무장(武將)이고 저는 문신(文臣)인데 어떻게 딱 붙어 있을 수 있겠어요?” 심균당이 지적해 주자 그제야 장진천은 아차 싶었다. 생각해 보니 두 사람은 똑같은 신하가 아니었다. 보직의 성격이 달라도 너무 달랐던 것이다.
더구나 대조회 때 관리는 아무 곳에서나 서 있을 수 없었다. 엄격한 규정이 있어 관리는 함부로 자기 자리를 옮겨 다녀서는 안 되었다.
장진천은 조금 겸연쩍었다.


장진천은 연경성에서 자라지는 않았지만 군영에서 몇 년 동안 복무했고 경험도 풍부했다. 그런데도 그는 관직에 오른 적이 없는 애송이 심균당보다 못한 실언을 하고 말았다.
자기가 생각하기에도 너무 비상식적인 잘못을 저질렀다는 부끄러움에 장진천의 얼굴이 빨개졌다.
“크게 실언을 했군. 하지만 그렇더라도 긴장되면 조회 전에 날 찾아와.” “그럼 미리 형님께 감사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심균당은 장진천의 마음이 고마웠다. 그는 장진천의 체면을 세워 주기 위해 진지하게 감사의 말을 건넸다.
“이따가 바로 돌아간다고?”
장진천은 여전히 아쉽다는 듯 물었다.
심균당은 고개를 저었다.
“먼저 소양공주한테 다녀올 생각이에요. 저희가 대단한 가문은 아니지만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것은 보여 주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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