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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힘들지 않다
위 공공은 협탁 위에 놓인 차와 간식을 응시했다. 섭정왕에게 드실 것을 권하려고 했던 그는 감히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
섭정왕도 차와 간식을 내려다보았다.
실망한 그는 간식을 집어 창문 밖으로 던졌다.
위 공공은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
“전하, 이 차는…….”
“쏟아 버려라!”
‘철없는 영흥후야, 전하의 호의를 무시하는 바람에 아까운 차와 간식만 버리게 생겼잖아!’ 위 공공은 목이 조금 말랐지만 원래 영흥후에게 주려던 차를 마시고 싶다는 말은 절대 꺼낼 수 없었다.
섭정왕이 명령을 내리자마자 위 공공은 최상품 용정차를 창문 밖으로 쏟아 버렸다. 찻물이 길에 뿌려지자 찻잎 특유의 향을 지닌 하얀 김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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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균당은 한 시진 동안 말을 타느라 온몸이 쑤셨다. 허벅지 안쪽과 엉덩이가 유난히 아팠고 허리도 쑤시기는 마찬가지였다.
시간이 꽤 지나자 얼굴도 건조해지고 입술도 심하게 말랐다. 촉촉했던 입술은 어느새 쩍쩍 갈라지고 있었다.
심균당은 옆에서 따라오는 섭정왕의 시위를 힐끔거렸다.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고삐를 단단히 움켜쥐고 있었고 숨도 가빠하지 않았다.
심균당은 말을 멈추고 차를 마시며 쉬고 싶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두 멀쩡하고 심균당 혼자만 헐떡거리고 있었다.
심균당은 체면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조금 전 진천화가 찾아와 마차에서 쉬라고 제안했는데 호의를 거절한 탓에 더더욱 쉬고 싶다는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심균당은 이를 악물고 쉬기로 한 장소에 도착할 때까지 어떻게든 버틸 것을 다짐했다.
그때 맑은 차 향기가 났다. 심균당이 자세히 맡아 보니 최고급 차 같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EOS파워볼 위 공공이 마차 밖으로 차를 쏟아 버리고 있었다.
찻물이 길을 적시며 하얀 김과 향기를 뿜어 대고 있었다.
갈증을 느끼고 있던 심균당은 공기 중으로 퍼지는 향기를 더 맡으려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심균당은 속으로 욕을 퍼부어 댔다.
‘누구는 목이 말라 죽겠는데 누구는 물이 남아돌아 죽을 맛인가.’ 섭정왕은 최고급 차를 마시지도 않고 쏟아 버리게 하고 있었다. 말을 타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 최고급 차를 마셔 본 적도 없었다.
‘마시기 싫으면 나한테 가져다주면 좀 좋아!’ 심균당은 찻물에 젖은 길을 지나며 아깝다는 생각에 속이 쓰렸다.
바닥을 훑어보던 심균당은 바닥을 뒹구는 간식도 목격했다.
시력이 꽤 좋았던 심균당은 그 간식들이 영흥후부에서 운영하는 화취거 주루에서 만든 것임을 금방 알아보았다.
화취거에서 선물함에 담아 파는 간식은 아주 비쌌다.
게다가 늘 주문이 밀려 있었으므로 부자들조차 사고 싶어도 쉽게 살 수 없었다.
그렇게 귀한 간식들이 진흙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간식을 버릴 수 있는 사람은 방금 마차에서 차를 쏟아 버리게 했던 섭정왕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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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균당은 섭정왕이 일부러 그런 거라 짐작했다.
일부러 영흥후부에서 운영하는 주루의 간식을 심균당이 지나가는 길에 버려 그가 보게 하고 갈증이 날 때 최고급 차를 쏟아 버린 것이다.
‘마차에 타지 않은 걸 후회하게 만들고 싶었겠지.’ 상황을 파악한 심균당은 분노가 치밀어 치를 떨었다.
그래서 심균당은 더더욱 섭정왕과 한 마차에 있고 싶지 않았다.
섭정왕의 보복심리 때문인지 남행길 원정대는 꼬박 세 시진 반을 달린 후에야 멈추었다.
해가 뉘엿뉘엿 지려고 했다.
심균당은 말할 것도 없고 섭정왕이 데려온 시위들도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바닥에 주저앉는 말도 있었다.
그들이 쉬는 곳은 성 교외에 자리한 객잔이었다.
미리 척후병을 보내 둔 로투스바카라 덕에 객잔에서는 원정대를 맞을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아직 원소절이 되지 않아서 타지에서 온 일반 백성과 상인들은 많지 않았다.
거의 비어 있다시피 했기 때문에 원정대는 객잔을 통째로 빌렸다.
진천화가 휴식을 알릴 때 심균당은 말에서 떨어질 뻔했다.
심균당은 강인한 정신력을 발휘해 고삐와 안장을 단단히 붙잡고 균형을 유지했다.
심균당의 뒤에서 따라오던 장수와 진소 대장은 주인의 위태로운 모습을 보고 황급히 말에서 내려 달려갔다.
진소 대장은 말을 붙잡았고 장수는 말에 타고 있는 심균당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리, 움직일 수 있겠습니까?”
심균당은 연나라에 온 이후로 오늘처럼 극심하게 몸을 혹사시킨 적이 없었다.
이렇게 계속 가다간 몸이 못 버틸 것 같았다.
심균당은 힘없이 장수를 잠시 바라보았다.
입술에는 딱지가 앉아 있었고 원래 하얗던 뺨은 찬바람을 맞아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다리에 감각이 없어.”
심균당의 목소리는 조금 쉬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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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균당은 몹시 기진맥진했다. 장수는 주인이 그렇게까지 힘들어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기에 마음이 아팠다.
심균당은 당당한 사내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여자였다.
영흥후부의 천금 같은 아씨가 몇 시진 동안 말을 달리는 고생을 한 것이다. 군대가 행군하는 것처럼 속도도 빨랐고 중간에 휴식 시간도 없었다.
장수는 영흥후부에서 태어난 노비였다. 장수의 가족은 할아버지 대부터 영흥후부에서 노비로 일했기 때문에 충성심이 강했다.
심균당이 여자든 남자든 장수에게는 평생 모셔야 할 주인인 것은 매한가지였다.
그러나 심균당은 현대적인 사고 파워볼사이트 방식을 지니고 있어 남자 하인한테도 거리를 두지 않았다.
장수는 심균당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리, 제가 부축해 드릴 테니 말에서 내리십시오.” 심균당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운이 하나도 없어 말에서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두 다리가 쑤셨고 특히 오른쪽은 마비가 된 듯 감각이 없었다.
심균당은 몸을 틀어 장수에게 두 팔을 내밀었다.
그때 누군가가 뒤에서 장수를 옆으로 밀쳤다.
장수는 깜짝 놀라 뒤를 돌며 욕을 해 주려고 했다. 장수를 떠민 사람은 진천화였다. 진천화 뒤에는 섭정왕이 서 있었다.
장수는 목구멍까지 올라왔던 욕을 다시 삼켰다.
장수가 섭정왕을 보며 말했다.
“섭정왕 전하, 문안을 여쭙습니다.” 심균당도 섭정왕을 힐끗 쳐다보았다.
심균당은 말에서 내려 인사를 올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현재 말에 타고 있는 심균당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심균당은 할 수 없이 섭정왕에게 말했다.
“전하께 인사 올립니다. 소신의 몸이 조금 불편하여 말에서 내려 예를 올리지 못하는 점 용서해 주십시오.” 섭정왕은 심균당을 잠시 쳐다보았다. 한껏 조롱해 줄까 했는데 막상 심균당의 처참한 몰골을 보니 차마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냥 말을 탔을 뿐인데 모습하고는…….” 섭정왕은 심균당의 말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고는 튼튼한 두 팔을 내밀어 심균당을 말에서 끌어내렸다.
아무 준비가 되지 않았던 심균당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갑작스레 기습을 당한 심균당은 바닥에 떨어지지 않으려고 무의식적으로 섭정왕의 목을 끌어안았다.

말에서 내려온 심균당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또한 심장은 미친 듯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방금 무슨 짓을 한 거지? 섭정왕을 꼭 끌어안았잖아! 심장아, 너는 또 왜 그래!’ 두 사람은 자세는 야릇했다. 섭정왕은 한 손으로 심균당의 오금을 받치고 있었고 다른 손으로는 등을 받치고 있다.
심균당은 섭정왕의 품에서 가로로 누운 채 두 팔로 목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옆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던 시위들은 즉시 입을 굳게 닫고 못 본 척 고개를 푹 숙였다. 시위들은 하던 일을 서둘렀다.
눈이 휘둥그레진 장수는 주인을 섭정왕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해 주려고 했지만 진소 대장이 고개를 저으며 그를 말렸다.
섭정왕의 비위를 상하게 해서 그들에게 좋을 게 없었다.
그들이 나서면 심균당만 괴로울 뿐이었다.
심균당은 섭정왕과 야릇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바닥에 서려고 발버둥 쳤다.
하지만 몸을 심하게 움직이자 긴장한 탓에 잊고 있었던 고통이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심균당은 몸이 너무 쑤셔 소리를 지를 뻔했다.
“움직이지 마라. 자네는 말을 오랫동안 타서 몸 이곳저곳이 쑤실 거야. 괜히 몸을 비틀다가 접질릴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섭정왕은 다른 사람이 듣지 못하게 고개를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심균당에게만 말했다.
접질릴 수도 있다는 말에 심균당은 바로 얌전해졌다.
남행길에 오른 첫째 날이었다. 길을 나서자마자 다치면 나중에 정상적으로 걷지도 못할 수 있었고 도망치기는 더더욱 어려울 터였다.
심균당이 아플 때 염라대왕이 무슨 짓을 할지도 알 수 없었다.
일단 치욕을 참고 몸이 온전해지길 기다려야 했다.
심균당은 마음을 가라파워볼게임사이트 앉히고 고분고분 섭정왕의 처분에 따랐다.
상기된 얼굴을 보던 섭정왕은 심균당이 대략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간파했다.
‘애송이 녀석, 상황 파악이 귀신처럼 빠를 때도 있군!’ 약점이 잡혔을 때 심균당은 섭정왕에게 반발하거나 저항하지 않았다.
섭정왕의 어두웠던 얼굴은 조금 밝아졌다.
섭정왕은 심균당을 안고 객잔으로 들어갔다.
위 공공은 섭정왕을 객잔에서 제일 좋은 천자일호(天字一號) 방으로 안내했다.
섭정왕이 심균당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몰라 걱정이 된 장수와 진소 대장은 염치 불고하고 방까지 따라 들어갔다.
위 공공은 강아지처럼 졸졸 따라오는 장수와 진소 대장을 곱지 않은 시선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섭정왕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위 공공도 그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방으로 들어갈 때 심균당은 문 앞에 걸려 있는 ‘천자일호’ 문패를 보았다.

천자호라는 명칭은 객잔이나 주루에서 제일 좋은 방을 의미했다.
거기에 ‘일호’라는 이름을 붙였다면 천자호 중에서도 제일 좋은 곳일 터였다.
섭정왕의 품에 죽은 척 안긴 심균당은 문패를 본 후 다시 긴장했다.
‘이 방이 섭정왕이 머물 곳은 아니겠지? 나를 이 방에 데려온 이유가 뭘까?’ 온몸이 쑤시는 통에 섭정왕이 무슨 짓을 해도 심균당은 저항할 수 없었다.
불안감이 엄습하자 찬바람을 맞아 상기되었던 뺨에 핏기가 싹 가셨다.
심균당은 주위를 훑어보았다.
뒤에 장수와 진소 대장이 있는 걸 보고서야 심균당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이 방에 있는 한 섭정왕은 함부로 행동하지 못할 것이다.
섭정왕은 안고 있는 심균당 파워볼실시간을 잠시 훑어보다가 표정 변화를 감지했지만 입을 꼭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섭정왕은 침상으로 걸어가 심균당을 살며시 내려놓았다.
침대에 걸터앉은 섭정왕은 위 공공, 장수, 진소 대장을 노려보았다.
세 사람은 급히 고개와 허리를 숙였다.
섭정왕은 마지막으로 위 공공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어혈(瘀血)에 바르는 연고를 가져오라.” 위 공공은 고개를 끄덕인 다음 연고를 가지러 나갔다.
섭정왕이 연고를 가져오라고 한 게 자신한테 발라 주기 위한 것임을 심균당은 금세 눈치챘다. 하지만 말을 오래 타서 생긴 상처는 사람들에게 보여 줄 수 없는 곳에 난 것이라 섭정왕이 바르게 할 수 없었다.
“전하, 번거롭게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소신이 집에서 가져온 약이 많습니다. 그중에 연고도 있으니 소신은 그것을 사용하면 됩니다.” 섭정왕은 눈을 치켜뜨며 심균당을 응시했다. 그의 눈이 깊고 어두워졌다. 소용돌이치는 눈 속으로 사람이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심균당의 가슴이 다시 한번 두근, 방망이질 쳤다.


‘그러고 보니 눈매가 참 깊네.’
심균당이 엉뚱한 생각을 하는 것도 모른 채 섭정왕이 담담하게 말했다.
“자네가 가져온 약이 궁중비법으로 만든 것인가? 약효는 어떻지?” 순간 정신이 든 심균당은 난감해하며 억지 미소를 지었다.
섭정왕이 빤히 쳐다보자 몸을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도 없었다.
심균당은 어쩔 수 없이 시선을 객잔 방의 내부구조와 장식에 돌렸다.
“소신의 약들은 모두 연경성 약방에서 산 것입니다. 황궁의 약에 비하면 물론 약효가 훨씬 떨어질 것입니다.” “그럼 닥치고 내가 주는 약을 받게.” 섭정왕은 담담하게 말했지만 대놓고 강압적이었다.
심균당은 어이가 없었다.
그는 섭정왕의 연고를 바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실은 섭정왕이 연고를 자기 몸에 발라 주는 게 싫었던 것이다.
섭정왕이 약만 두고 나간다면야 심균당으로서는 당연히 기쁠 것이다.
장수와 진소 대장이 가까이 있어 그나마 마음이 조금 놓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섭정왕은 두 사람을 돌아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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