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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쐐기 ( 5 )
입 속에선 몇 번이나 침묵과 신음이 흘러나왔다.
음, 그리고 아. 이런 말을 몇 번 흘렸을 뿐, 아이의 성대를 거쳐 입술로 빠져나온 소리는 유의미한 음절을 빚어내지 못했다.
하얀 숨결만이 유리창 위로 뿌옇게 번져갈 뿐이었다. 함께 싸워주실 수 있을까요. 함께 갈 수 있을까요. 어떻게 말을 꺼낼까 궁리할 때마다, 아마 죽을 것이라는 레고르의 음성이 반박하듯 떠올랐다. 그렇게 한참이나 몸을 기댄 채로 함께 유리창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보다못해 침묵을 깬 것은 다나였다.
“”뭔가 제안을 하려는 거죠? 무슨 제안인가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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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편하게 말해주세요.””
무언가를 각오한 듯한 목소리였다. 다나는 길게 뻗은 손가락을 내뻗어 입김을 문질러 닦았다. 연한 자줏빛에서 짙은 군청색으로, 점점 가라앉아가는 살레니움의 야경은 두 사람의 얼굴을 더욱 선명하게 비출 뿐이었다.
“”나중에… 나중에요.”” 파워볼사이트
“”나중에?””
“”모든 게 끝난 다음에 말인데요. 어, 기나센에 있는 저택에, 안 쓰는 방이 있거든요. 거기에서 함께 사는 건 어떨까요.””
입에서 나온 건 전혀 엉뚱한 말이었다. 무의식중에 튀어나온 말. 더듬거리며 몇 가지 내용을 덧붙여갔다. 아침에 일어나서 창문을 열면, 햇빛이 눈밭 위에서 부서지는 모습이 참 예쁘다거나. 장작으로 불을 붙이는 사우나가 참 기분이 좋다거나. 그런 말들이었다.
“”그러니까, 모두 요리 실력이 형편없어서… 함께 산다면, 참 좋을 것 같아요.””

도저히 함께 죽으러 가자는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자신의 목숨은 쉽게 내던질 수 있었지만, 남에게 강요하는 건 너무나 어려웠다. 아이에겐 늘 그랬다. 열없이 말을 마쳤을 때, 다나는 갑자기 머리를 가슴에 기대왔다.
“”괜찮아요.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말이죠. 알고 있으니까요.”” 파워볼게임
자신의 앞섶의 단추를 풀고, 가슴팍을 더듬는 것이 느껴졌다. 심장의 위치를 찾는 듯한 동작이었다.
“”스승님의 혼을 계승해달라고, 부탁하려고 한 거잖아요.””
“”어떻게 그걸. 아.””
아이는 자신이 말실수를 했음을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방금 흘린 짧은 말은 인정이나 다름없었다. 고개를 살며시 돌려 슬픈 듯 웃어보이면서, 다나는 아이륻 올려다보았다. 흔들리는 불빛 아래서 그 입술은 유난히 도드라지게 빛났다.
“”어제 카나기의 수장이 막무가내로 들렸어요. 그리고 불길한 얘기를 들려주고 가더군요. 쫓겨나면서, 이런 말을 했어요. 내일, 어떤 멍청이가 내 말의 진실성을 확인해주러 올 거다. 라고.””
아이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자신에게 들리기 전에, 레고르는 이미 다나에게 작전의 내용을 들려준 모양이었다. 결국 마지막에, 자신이 다나를 위험에 끌어들이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한 듯한 행동이었다.
“”그래서, 알고 있었어요. 알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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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고개를 돌렸다. 머리카락의 부드러운 감촉이 가슴을 스치는 것이, 어쩐지 칼로 살을 도려내는 것처럼 아프게 느껴졌다. 어떤 표정을 짓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분홍빛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뒷모습만이 보일 뿐이었다. 그 때였다.
두 사람을 태우고 움직이던 황금 코끼리가 발걸음을 멈추고 긴 울음을 울어댔다. 아이는 멍하니 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살레니움 전체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살레니움에 가득한, 하늘을 찌를 듯한 마탑과 고층 건물들이 다 휘황찬란한 금빛으로 반짝였다. 잠시 낮이 된 것처럼 창밖이 환할 정도였다.
“”이게 대체?””
“”이게 살레니움의 꽃이에요.”” 엔트리파워볼
다나는 고개를 돌려서, 아이를 올려다보며 조용히 말했다.
“”살레니움의 마탑들은, 하루에 한 번, 이렇게 남는 마력을 건물 전체에 순환시켜서 정화하거든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이 광경이 꽃이 피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살레니움의 꽃이라는 별명이 붙었죠.””
“”그런… 그렇군요.””
“”여기 사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아는 얘기에요. 당신만 빼고.””

그 말과 함께, 다나는 풀어헤친 아이의 옷깃을 더욱 세게 잡아당겼다. 다나의 녹색 눈동자가 눈 바로 앞에 다가왔다.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그 눈동자는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혼자 맨날, 말도 없이 떠나가서 싸우고 돌아오고, 싸우고 돌아오고… 지쳐서 자고. 그거만 해왔으니까, 아이 씨 혼자만 몰랐던 거에요. 한번도 이런 시간에, 마음 편하게 쉬고 있던 적이 없었으니까.””
“”아…”” EOS파워볼
“”그래서, 꽃을 보러 가자는 말을 들었을 때, 바로 알 수 있었어요. 그 멍청이가 아이 씨라는 걸.””
유리창 밖의 풍경은 다시 한 번 총천연색으로 달아올랐다. 붉은 빛이 뒤섞인 금빛 아래에서, 다나의 얼굴은 평소보다도 훨씬 아름답게 보였다. 아직도 기름기가 살짝 남아 있는 입술은, 유혹하는 듯 윤기있게 빛났다.
“”읍, 읍?””
입을 맞추었다. 당황한 듯 커진 녹색 눈동자가 시야 가득 들어왔다. 그러나 잠시였다. 다나는 곧 눈을 감고, 아이의 머리와 목을 더듬어 꽉 끌어안았다. 살레니움의 꽃이 스러질 때까지, 시간이 멈춘 듯 두 입술은 붙어 있었다.
“”흐, 하아.””

다나가 먼저 입을 뗐다. 가녀린 숨이 흘러나왔다. 사과빛으로 달아오른 얼굴은 한껏 흐트러져 있었다. 길게 늘어진 몇 가닥의 앞머리가, 땀으로 젖어 왼뺨부터 목 아래까지 길게 달라붙은 채였다.
취한 듯 몽롱한 시선으로, 입술을 문질러 여운을 더듬던 다나는, 다시 아이의 열린 가슴팍에 달려들었다. 아이는 균형을 잃고 뒤로 쓰러졌다. 마차에 붙은 등롱이 흔들리며 그림자와 빛을 어지럽게 뿌려댔다. 그렇게 쇼파 위에서, 아이를 깔고 누운 채로, 다나는 그 가슴팍에 뺨을 기댔다.
“”그렇잖아요. 아이 씨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함께 지내자고 권유한 적이 없었던 걸요. 그런데 갑자기 그런 어설픈 변명이나 대면서, 할 말이 있다고 한다면, 알게 되잖아요. 어려운 부탁이 있어서 그렇다는 걸…””
그 목소리에는 살짝 원망인지, 울음기인지 모를 게 섞여 있었다. 아이는 손을 뻗어 다나의 등을 어루만지며 짧게 말했다.
“”미안해요.”” 로투스바카라
“”그래서, 괘씸해서, 준비하고 있었어요. 얘기를 꺼내려는 기색이 보이면, 여유롭게 이렇게 말하려고. 알고 있었다. 그런 걸 부탁하려고 이렇게 거창한 준비를 한 거냐, 가 주마… 그러려고, 그러려고 했는데.””
아이를 부둥켜안은 다나의 팔이 더욱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붙잡아주어도, 떨림은 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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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워요. 스승님이, 절 거두어준 이유도, 받은 은혜도 있고, 해야만 하는 일인 걸 아는데도, 너무 무서워요. 죽는 게. 죽을 수 있다는 게.””
얼굴을 파묻은 채로 다나는 자그맣게 중얼거렸다.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던 그녀의 본심이었다.
“”아이 씨처럼, 대단하고 훌륭한 사람들처럼, 다른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던지는 것… 당신은 몇 번, 몇십 번이나 아무렇지도 않게 해 온 일인데도, 어려워요. 저는 별로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서, 오히려 보잘것없고 나쁜 여자라서, 마땅히 은혜를 갚아야 하는데… 무서워요. 무서워서, 먼저 말하지 못했어요. 저 혼자서는 도저히 꺼낼 수 없는 말이었어요…””
그런가. 아이는 두 손으로 다나를 강하게 끌어안은 채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천장에선 등롱이 비꺽거리며 그네처럼 흔들렸다.
이런 게 보통 사람들의 감정인가. 이래서, 사람들은 더 이상 전쟁을 하고 싶지 않은 걸까. 거꾸로, 아이는 이렇게 격렬하게 솔직할 수 있는 다나가 부러웠다. 나는 그냥, 결여되었을 뿐인데. 이런 두려움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게 더 대단한 거 아닐까요. 그런 말로 답하려던 아이는 말을 삼켰다.
다나가 자신을 그렇게 대단한 사람으로 착각하고, 그 덕분에 힘을 얻고 있다면, 어설픈 언어로 그 환상을 깨고 싶지 않았다. 식은땀으로 축축하게 젖은 다나의 등골을 쓸어내리면서 아이는 다정하게 말했다. 오히려 가장 쉬운 말이었다.
“”그럼, 하지 않아도 돼요. 내가 어떻게든 할 수 있으니까. 해낼 테니까.””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요.””

이번엔 아이의 눈이 커졌다. 죽은 듯 아이의 몸에 뺨을 기대고 있던 다나가, 달려들어 아이의 입술을 다시금 덮쳤기 때문이었다.
또 긴 입맞춤이 이어졌다. 온 몸이 맞닿아 있었기 때문에 입맞춤은 더욱 진하게 느껴졌다. 느낄 수 있었다.
입을 맞춘 채로 시간이 지날수록, 다나의 몸에서 느껴지던 떨림, 생의지의 표현 같았던 떨림이, 점점 잦아드는 것을. 마침내 서로의 몸이 조용해졌을 때, 다나는 입을 떼고 고개를 들었다.
“”그러니까 함께라면, 내일은 선언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말뜻은.””


“”내일 회의에서, 당당하게 말할게요. 스승님의 혼을 이어받겠다고, 이 목숨 따위는 중요하지 않고,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 몸을 바치겠노라고.””
아이와 함께 장례탑으로 떠나서, 함께 목숨을 걸고 싸워주겠다는 뜻이었다. 아이가 권유해서, 또는 아이에게 사랑받고 싶어서 내린 결정이 아니라, 그녀 스스로 내린 결정이었다. 드러난 다나의 얼굴은 희미하지만, 분명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잠시 그렇게 엎드린 채로 아이를 내려다보던 다나는 다시금 넓게 드러난 아이의 가슴에 뺨을 기대고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내일은, 꼭 제 옆자리에 앉아 주세요. 옆자리에서, 손을 잡아 주세요.””
힘을 내서 훌륭한 사람을 연기할 수 있도록.

*
“”하늘 아래, 한 명의 혈육도 남아 있지 않은 저에게, 성녀께선 단순한 성녀가 아니었습니다. 제 스승이었고, 언니였고, 보호자였습니다. 그런 그 분의 영혼이 외로운 곳에서 안식을 찾지 못하고 계시다면, 찾아가 있어야만 할 자리에 모시는 것이 제자된 도리일 것입니다. 저는 기꺼이 가겠습니다. 이 의지에는, 한 톨만큼의 거짓도 없습니다.””
회의장. 다나는 당당하게 일어서서 소리쳤다. 아이가 다나와 함께 장례탑으로 떠나겠다는 전략을 밝히고, 격렬한 찬반양론이 오가던 와중이었다. 다나의 긴 연설은 반대하던 자들을 압도하고 입을 다물게 만들기 충분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반론하는 사람은 한 명 뿐이었다.
“”정말로? 제대로 알고나 있는 건지 모르겠군. 우선, 통령이 금우궁… 아니지, 금우궁이었던 괴물을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통령이 금우궁에게 지면, 넌 죽는다.””
“”각오했습니다.””
“”그리고 이긴다 하더라도, 성녀의 혼을 네 보잘것없는 육이 견딜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실패하면, 반신불수가 되어 평생 침대 신세가 되는 것도 운이 좋은 축이겠지. 십중팔구 넌 죽는다.””
그러나 회의장의 책상 밑에서, 다나의 손은 안쓰러울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 아이는 손을 내뻗어 그 손을 맞잡아주었다. 레고르의 차가운 질문에 잠시 몸을 부르르 떨던 다나는, 표정을 가다듬고 말했다.
“”각오했습니다.””

다나가 맞잡은 손에 힘을 넣는 것이 느껴졌다. 분명히 그렇게 불안하고 무서워했는데도, 지금 중진들 앞에 선 다나는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결연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라달라리아의 사람들 몇이 감탄을 터뜨릴 정도였다. 레고르는 입에 두툼한 담배를 문 채로, 그런 다나를 노려보더니, 고개를 홱 돌려 아이를 바라보았다.
“”정말로? 통령, 네 첩이 죽어도 괜찮은가?””
“”죽지 않습니다. 우리는 죽으러 가는 게 아닙니다. 단테 씨는… 아니, 금우궁은, 저와도 각별한 사이였습니다. 그 안식을 찾아 주러 가는 것 뿐입니다.””
“”명분은 그건가. 나 참. 통령과 성녀의 제자가 동시에 비명횡사하면 볼만하겠군.””
레고르는 앞머리를 가볍게 쓸어올리며, 정말로 어처구니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 계획의 첫 입안자가 레고르임을 생각한다면 가증스럽게 느껴질 정도의 연기였다.


“”그래서 네놈들이 성공해서 금우궁과 성녀의 혼을 구해오면, 다시 진군해달라? 승산이 있으니까?””
“”예.””

“”좋아. 이 전쟁 최고의 영웅이신 천갈궁께서 직접 목숨을 던지겠다는데, 거절할 수는 없겠지. 성공하면 너희들의 말에 그대로 따르겠다. 하지만, 실패한다면.””
레고르는 음산하게 덧붙였다.
“”이번에야말로 군사를 빼겠다. 무슨 말로 붙잡더라도 소용 없어.””
절대로 성공하리라고 믿지 않는 듯한 투였다. 분명히 밀약을 나눈 아이마저도, 잠깐 욱할 정도로 완벽한 연기였다.
레고르 주변을 둘러치듯 서 있던 카나기 중진들의 반응 역시 비슷했다. 아이의 제안을 허무맹랑한 치기로 여기고 비웃는 듯한 반응이었다.
당연히 반론은 나오지 않았다. 이것으로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성공하면, 구원군을 다시 일으킬 수 있다… 아이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성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으로 카나기와의 협상은 끝이었다.
“”이거, 갑자기 이런 제안을 꺼내 오니, 늙은이는 시류를 따라가기도 벅차군, 그래.””

아우렐리우스였다. 면도하지 못해 길게 늘어진 흰 수염이 흔들리도록 고개를 저으면서, 아우렐리우스는 이렇게 혼잣말을 했다. 그러나 단순한 혼잣말은 아니었다. 이 혼잣말 하나로, 아우렐리우스는 가볍게 좌중의 이목을 자신에게 쏠리게 만들었다. 아이 역시 침을 삼키고 아우렐리우스의 강인하게 늙은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제 아탕칼리의 동의를 얻을 차례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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