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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겠습니다! 아무래도 직접 들어가 봐야지!” “도사 녀석아. 아직 네 법력이 미천하다 하지 않았느냐? 저긴 만독곡이다. 아마 흡혈박쥐에게 피를 몽땅 빨리고 시체조차 남기지 못할걸?” “저는 소어와 생사고락을 함께하기로 했으니, 죽고 사는 문제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허… 고놈, 의리 하나는 끝내주는구먼.” “소어가 저라도 그랬을 테니까요.” 소어가 만독곡으로 들어선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전우치는 노파심에 초지일관 전전긍긍하다, 급기야 직접 공동으로 진입할 생각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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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라. 괜히 들어갔다가 발목이나 잡지 말려무나.” 독왕은 전우치를 만류했다.
사실 전우치가 죽든 말든, 알 바 아니었으나 소어가 은인, 모용천의 제자이기도 했고, 신의를 위해 죽음도 불사한 채, 험지로 들어가려는 전우치의 신념에 감복한 터였다.
“……하지만.” “그놈이 진짜 투신의 제자라면. 비록 만독곡이 천하 3대 금역이긴 하나, 무탈할 게다.” “어르신…” “선의가 항상 옳은 결과를 담보하진 않는다. 네 선의가 외려 그 아이에게 독(毒)이 될 수 있음이야.” “아……!” 전우치는 안절부절해 하면서도 내심, 독왕의 언변에 놀랐다.
그러잖아도 처음 봤을 때, 대길한 관상에 탄복했다가 경박스러운 행동거지엔 다소 실망을 했었는데….

하나 이곳 폭포에 다다른 후, 투신과의 옛일을 회상하며 보여준 독왕의 면면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강호인의 모습과 더불어, 독(毒)에 있어 천하제일의 식견을 자랑하는 장인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전우치라고 했더냐?” “네, 어르신.” “반 파워볼사이트 시진만 더 기다려보자꾸나.” “…….”
“이후에도 소어가 나오지 않는다면 나도 너와 함께 만독곡으로 들어가겠다.” “어르신!” 독왕의 말에 전우치가 감탄한 눈으로 그를 응시하였다.
그러자.
“클클. 놀랄 거 없다. 운이 좋아 살아 나온다면 흡혈박쥐를 잡아 연구재로 쓰고 싶어 그런 것이니, 부담스런 눈빛은 집어치워라, 도사 녀석아.” 비록 말은 그러했지만 전우치는 알 수 있었다.
어쩌면 독왕은.
소문대로 괴팍한 성정의 소유자거나 악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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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음…” 소어는 꿈을 꾸었다.
꿈속 세상 특유의 잿빛 하늘 아래 바다 한복판에서 황(黃)빛 금교(金橋)를 뛰어다니는 꿈….

한데, 그 황금 다리가 알고 보니 진짜 다리가 아닌 거대한 해룡(海龍)의 등허리였던 것이다.
해룡은 순식간에 찬연한 금빛 광채를 흩날리며 힘차게 하늘로 승천하였다.
해몽에 문외한인 이가 들어도, 실로 대길(大吉)한 꿈이었다.
물론 소어가 이런 꿈을 꾼 것은.
“흐… 흐흐… 내 보물…” 혼절하기 직전, 목격한 제2방의 보상으로 파워볼게임 인한 기쁨이 무의식에서마저 반영된 결과이리라….
그리고.
“내 보물!!!” 몽롱함을 떨쳐내고 소어가 눈을 번쩍 떴다.
그 순간.

“끽끼긱?” 소어는 자신의 몸뚱이 위에 올라와 있는 새끼 짐승을 발견했는데.
“헉! 뭐… 뭐야? 이거!” 화들짝 놀라긴 했으나, 이내 소어의 두 눈에 자애로움이 서렸다.
“흠… 원숭이랑 비슷하게 생겼네? 운남에서만 나고 자라는 동물인가?” 소어가 짐승을 향해 손을 슥- 뻗었다.
그러자 새끼 짐승은 자신의 머리를 가져다 대며 마구 비비기 시작했다.
“고놈, 애교 보소. 크큭. 귀여워 죽겠네.” 운남에서 본 동물들은 하나같이 소어의 취향을 강하게 자극했다.
코끼리도 그러했거니와 지금 이 원숭이를 닮은 새끼 짐승까지도.
“끽끽!”
그런 마음을 알아차린 건지, 새끼 짐승은 소어의 품을 파고들어 강아지마냥 얼굴을 핥았다.
“아! 야! 간지럽잖아! 하핫.” 대백호(大白虎), 흰둥이도 집안에서 키우는 소어였으니 그 모습이 오죽 귀엽게 보였을까?
하나 지금은 한낱 짐승의 애교를 보며 시간 죽일 때가 엔트리파워볼 아니었다.
“자. 아가? 착하지? 형은 지금 무지 바쁘거든?” 동시에 소어는 새끼 짐승을 물린 후, 곧장 금강동인이 기화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역시, 혼절할 때 보았던 목각 세 개가 영롱한 빛을 머금은 채였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위지 할아버지!” 소어는 하늘에 대고 <귀곡산장의 지도>를 선물했던 천마, 위지운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한 뒤, 목각을 하나씩 열어젖혔다.
그러자.
“음… 향기 한 번 오지구요.” 첫 번째 목각에는 바로 가장 큰 보물이라 할 수 있는 천외천의 영단.
<금강동인신단>이 들어 있었다.
“냄새만 맡아도 정말 진귀하기 짝이 없는 영단이로세… 대체 얼마나 많은 영초와 영약을 함축시켜 놓으면 이럴까.” 꿀꺽-
소어가 흐르는 침을 삼키며 <금강동인신단>을 사랑스런 눈길로 한 차례 슥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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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는 바로 다음 목각을 집어 들었다.
이번에는 목각의 크기가 적잖았다.
일견, 큼지막한 신병이기를 기대해봤다.
예상대로.
척-
목각을 열자, 은빛 광채가 선연하게 흘러나오는 EOS파워볼 하나의 갑주가 시야에 들어왔다.
“우와?!” 물론, <금강동인신단>에 비할 바겠냐마는, 외려 심적으로는 더 크게 동요하는 소어였다.
“일반 강철 갑주가 아니야. 탄력을 품어 자유자재의 움직임을 가능케 하는 연위갑(軟蝟甲)이잖아!” 갑주의 이모저모를 살피며 만지작거리던 소어는 대경실색을 금치 못했다.
바로 그 갑주가 제련하기 너무나도 어려워 천금을 주고도 만들 수 없다는 연위갑(軟蝟甲)이었던 까닭이다.
게다가.
쾅, 콰쾅!
소어는 곧장, 연위갑의 경도를 측정해봤다.
일순, 놀라움은 배가 되었다.
무려 권기를 일으켜 갑주를 내리쳤건만, 연위갑은 꿈쩍도 하지 않았던 것.
“와… 이거는… 진짜…” 너무 기쁜 나머지 얼떨떨한 기분마저 들었다.
제1방의 시련에선 <태청무극신단> 하나만 나왔는데, 난이도가 올라간 탓인지 제2방의 시련에선 무려 3개의 보상이 나왔으니 그럴 만도 할 터였다.
“사매한테 선물할까? 사제한테 선물할까? 아니면 새 제자 녀석한테 줘야 할까?” 소어는 때아닌 번민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이내.
“응, 아니야. 이건 어림도 없지!” 진신 무공에 자신 있던 터라, 박투가들이 흔히 쓰는 권갑이나 갑주 따위엔 관심 없는 소어였지만, 연위갑엔 절로 욕심이 일었다.
그리고….
이번엔 마지막 목각을 열어젖힐 차례였다.
척-

“응?”
마지막 목각에는 이름조차 적히지 않은 한 권의 서책이 들어 로투스바카라 있었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 묻은 남루한 서책이었다.
한껏 기대에 부푼 소어가 냉큼, 책장을 넘겼다.
“……오! 이건!” 이번에도 보상의 주체는 소어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서책은 무수히 많은 종류의 독(毒)과 해독의 요체를 담은 학술서였는데, 독을 지닌 동, 식물에 관한 정보와 약재의 효험을 총망라하여 집대성시킨 만독백서(萬毒白書)였다.
“이야. 연 장주님이 그려주신 여래초의 그림보다 훨씬 더 상세하네.” 소어는 책장을 넘기다가 여래초에 관한 대목을 발견해냈다.
거기에는 실물과 견줄 정도로 상세한 여래초의 그림과 효능, 효과 등이 기록되어 있었다.
“후……. 고생 끝에 낙이 온다더니. 지옥 같은 시련을 견디니 탐스러운 과실이 딸려 오는구나!” 몸도, 마음도.
정신마저 가벼워진 소어가 슬쩍 사위를 둘러보았다.
예상대로 무릉도원을 연상시키는 이곳 장원엔 여래초가 지천으로 깔려 있었다.
게다가.
“저건 약수에 쓰는 재료들인데? 더구나 저 정도면 최상급…” 지옥 교관의 전매특허.
‘타작’ 수련을 가능케 하는 ‘약수’의 주재료들까지 들판에 흔해 빠진 잡초마냥 잎사귀를 삐쭉 내밀고 있는 게 아닌가?

‘대박이로다, 대박이야! 낄낄낄.’ 소어의 입꼬리가 하늘을 향해 오픈홀덤 승천했다.
‘한데, 얼마나 혼절해 있었던 거지? 게다가 머리, 어깨, 무릎, 팔… 안 아픈 데가 없다. 후유…’ 모든 보상을 확인한 뒤에야 소어는 슬슬 [각성 상태]로 인한 후유증에 직면하게 되었다.
사실 무념, 무상의 각성 상태는 인간의 체내 기저에 깊숙이 깔린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것으로, 잘못하면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심각한 위험을 담보하고 있었다.
말이 좋아, 각성이지 일종의 [주화입마]와 비슷한 것이 바로 이, [각성] 상태인 것이다.
때문에, 각성에 <태청무극신단>의 힘까지 끌어올린 소어는 응당, 칠주야 정도는 의식을 되찾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하나 불과 반나절도 안 되어, 의식을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보상을 향한 소어의 미친 수준의 집념 덕분이었던 것.
여하튼 진짜 내막은 그러했으니, 현재의 소어가 극도의 피곤함과 온갖 격통에 시달리는 것은 외려 신이 굽어살핀 것이 아닐 수 없었다.
‘일단 보물만 챙겨서 나가자. 약초는 다시 들어와서 캐면 되니까.’ 마음을 굳힌 소어는 연위갑을 상반신에 걸친 채, <금강동인신단>과 만독백서만을 가지고 석굴로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그 순간.
“끽! 끽끽!” 연신 소어의 주변을 빙글빙글 맴돌던 새끼 짐승이 떠나려는 것을 직감한 듯, 소릴 지르더니 폴짝 뛰어, 소어의 어깨에 올라타는 게 아닌가.
“음… 너 엄마, 아빠 없어?” 소어가 새끼 짐승의 머릴 쓰다듬으며 물었다.

물론 대답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한데.
끄덕끄덕-
우연의 일치인지 새끼 짐승은 소어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것처럼, 머릴 끄덕였다.
“헉… 뭐야? 너 내 말 알아듣는 거야?” 물론 이번에도 장난삼아 던진 농담이었고, 새끼 짐승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나 소어가 좋았는지, 여전히 어깨에서 내려올 생각은 없어 보였다.
“너. 우리 집 가면 집채만 한 호랑이가 있는데 괜찮겠냐? 하하하.” 그렇게 말한 소어 또한, 새끼 짐승과 떨어질 생각이 없었던 모양이다.
어깨에 살포시 내려앉은 짐승을 짊어진 채로, 소어는 장원을 빠져나갔다.


“소어야!” “그러잖아도 막, 들어가 보려던 참인데, 때마침 나오는구나!” 칠흑 같은 공동의 암흑을 뚫고 폭포를 빠져나오는 소어를 보며 전우치와 독왕은 반색해마지않았다.
“한데… 소어야.” “헛!”
그러다 이내, 두 사람은 소어의 어깨에 올라탄, 새끼 짐승에게로 시선을 옮겨갔다.

물론 반응은 각각 달랐다.
“그건 또… 뭐냐, 소어야?” 전우치는 해약을 구하러 나선 소어가 난데없이 정체불명의 짐승을 데리고 온 것에 대해 황당함을 느낀 듯했고.
“대성성(大猩猩, 고릴라)이로구나?!” 독왕은 그 새끼 짐승의 갈래를 알고 있었는지, 경탄을 터뜨렸다.
“대성성이요?” 소어가 독왕을 향해 반문했다.
“그래. 대성성이는 일견, 원숭이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동물이다. 녀석들은 지능이 좋고 성체가 되면 거력을 지니게 되어 맨손으로 거목도 뿌리째 뽑는 괴수가 된다. 하나, 성정이 온순하여 사람은 물론, 다른 동물들을 공격하는 법이 없으니 참으로 영특한 셈이지.” “아하!”
“하나 생각해 보면 그 녀석은 보통의 대성성이라 볼 수 없겠구나.” “왜요?”


“녀석을 어디서 만났느냐?” “그야… 만독곡이죠.” “만독곡은 영물과 영초로 이루어진 신비의 금역. 그런 곳에서 사는 놈이라면 응당, 평범한 대성성이와는 다를 게다.” 독왕의 말을 듣자, 소어는 대성성이라 불리는 새끼 짐승에 더욱 애착을 느끼게 되었다.
“헤헤. 네가 그렇게 대단한 놈이란 말이지? 앙?” “끽끽!”
한낱 금수와 주거니 받거니 천진하게 대화를 나누는 소어를 보며 전우치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저걸 어떻게 말려! 저걸!’ 하나, 한껏 마음을 졸이던 터라, 소어가 무사히 만독곡을 빠져나온 것만으로도 사실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소어야. 그나저나 여래초는 구했어?” “우치 형.” “응?”
“놀라지 말아요.” “아! 또 뭔데, 그러냐?” 익살스럽게 일그러지는 소어의 면면을 보자, 전우치는 그의 성공을 조금도 의심치 않았지만, 일부러 너스레 떨며 물었다.
그 순간.
“우치 형! 우리 심 봤다아아아!” 폭포가 떠나가라, 소어가 고함을 내질렀다.
‘……너 또. 무슨 짓을 해버린(?) 거냐?’ 전우치는 대체 소어가 무슨 일을 벌인 건가 싶었지만 어찌 됐든 좋은 일임에 틀림없었으므로, 나직한 웃음만을 터뜨렸다.
물론.
소어가 말하는 ‘심봤다!’의 ‘심’이 얼마나 어마무시한 것인지 깨닫게 되는 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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