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문학
메인 페이지로 가기 메인 페이지로 가기 ☆최근 게시물

계간 시조문학

 

기획특집

시인탐방

시조논단

작품세계

계간 시조평

지난호 보기

원고모집 & 일반투고

출판 안내


  시조문학 지난호 보기
2017년 봄호

고객 센터

리태극 박사_ 클릭하세요

 

  고동우 시인의 『끌림』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13-01-04 01:12     조회 : 1001    
  Trackback Adress : http://sijomunhak.kr/gnu4/bbs/tb.php/siin_t/63

시인따라 시집따라

               



풍요로운 시적 상상력과 이미지
1.
생각을 바꾸면 시가 보인다고 한다. 이는 시적 대상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
는가의 방법과 어떻게 표현하는가의 효율성 두 가지를 다 포함한 말이다. 자
칫 밋밋해지거나 지극히 감성적으로 흐르는 관념적 표현을 자제하면서 얼마
만큼 상상력을 동원하고 시적긴장을 갖추느냐에 따라 시적 가치가 높아진다
는 의미다.

시의 필수요건이야 많지만 그 중 시적 상상력이야말로 최고이자 최선의 조
건이 아닐까 싶다. 관념으로 씌어진 시가 얼마나 위험하고 쉽게 극복하기 어
려운가는 익히 아는 일, 생각을 바꾸면 시가 보인다는 것은 시적 대상에 대한
고정된 관념을 벗어나는 일, 거꾸로 생각해보는 일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관념이 잘못되었다거나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빛에
서 어둠을 보고, 있음에서 없음을 생각하고, 바다에서 육지를 끄집어내는 생
각의 전환이 필요함을 말한다. 이는 바꾸어 생각하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고동우 시인의 시들은 하나같이 질 좋은 상상력의 산물
이라 할 수 있다. 시 한 편 한 편이 잘 짜인 상상의 직조물로서 팽팽한 긴장감
에 들게 해 풍요로운 시적 감흥에 젖게 한다. 또한 상상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비롯한 인간을 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보다 인간
적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상상력이라 하여 다 같은 것은 아니다.

시적 상상력의 중요성이야 누누이 강조되어 왔지만, 경험에서 체득되어 탄
생되는 상상력은 단순히 머리에서 얻어낸 상상력과는 분명 다른 힘을 가진
다. 이는 경험에 대해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정신작용이 시인자신의 감각의
촉수를 자극하고, 이로 인하여 예민한 반응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고도의 상상력을 보여주는 시라 할지라도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면 이는 재고해봐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기
발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시보다, 언어를 다루는 솜씨가 뛰어난 시보다, 왕성
한 실험정신으로 새로운 형식과 정신을 보여주는 시보다 마음을 움직이는 시
에 먼저 눈이 간다는 사실이다. 인간이나 사물을 깊이 이해할 때 감동은 절로
따라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2.
제 몸을 열어 내며 쏟아낸 붉은 양수
물꼬 튼 어미의 정 서해로 흐른 걸까
태초의
그 가락 타고
노을 속에 지은 집

갯벌에 파묻힌 꿈 숨구멍 여는 날도
격랑의 물길 따라 사윈 가슴 속절없다
누구나
등짐을 부리는
사랑방의 마루 같은.
-          <서해> 전문

앞서 언급했듯 고동우 시인의 시는 자유스러운 상상과 관점이 만들어내는
시적 스펙트럼이 풍요롭다. 적당한 시적 긴장이 작품의 밀도를 유지하고 있
는데 이는 시적 대상에 대한 예리함과 집요함 때문이다. 시인의 눈에 잡힌 시
적 대상은 낱낱이 분해·해체 되어, 그 중 가장 시적인 요소들만 살아남는다.
‘서해’는 해가 지는 쪽이다. 일몰의 방향이자 일과의 마침, 혹은 생의 끝부
분이다. 그러나 기실 끝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내일을 위한 쉼터이자 하루분
의 노동의 고단을 내려놓는 곳이다. ‘노을 속에 지은 집’, ‘붉은 양수’등으로 묘
사되는 서해는 ‘누구나/등짐을 부리는/사랑방의 마루 같은’ 포근함과 넉넉함
의 정서를 내보인다. 일몰이나 노을 등에는 눈물이나 애환의 정서를 보이게
마련이지만, 이런 관념적 정서를 시인은 배제하고 있다. 일몰의 정서는 아래
의 예시처럼 인간사에도 접목된다.

오래된 보일러가 손을 턴 겨울 너머
한데 겨우 면하고 봄 채비 나선 꽃분
홍조 띤 햇살 넌출 아래
어깨 죽지 앙상하다

무릎 수술 하신 후에 걸음걸음 절룩이며
꺾꽂이한 꽃대 앞을 진종일 어르시는
아버지 젖은 눈자위
노을꽃이 핍니다.
        - <아버지> 전문

시인의 깊고 따스하고 부드러운 서정은 ‘아버지'에게로 시선을 옮겨간다.’
홍조 띤 햇살 넌출 아래/어깨 죽지 앙상'한 ‘아버지’. ‘무릎 수술 하신’ 모습이
마치 '꺾꽂이한 꽃대' 같은 아버지의 모습은 '노을꽃'이 핀 듯 울컥 서럽고 애
틋하다. 시인의 감정이 자연물에 이입된 시적 미학의 진수다. 시적 외면보다
내면에 중요한 무게를 얹은 시에서 따스한 시적 정서가 시인을 중심으로 한
주변인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이는 자연을 통해 자아를 확인하고 존
재를 인식하는 시인의 시적방식이기에 가능하다.

쓸쓸하다 내뱉은 말 뿌리 내려 싹이 트고
단단히 여미어 둔 마음의 깃 헤집어도
생각은 생각을 물고
저만치에 멀리 선

그립다 되뇌인 말 기억을 추스르면
허공의 고궁 위에 헛 발길 아찔한데
도린곁 구중(九重)의 뜰 안
홀로 잔잔한 그 연못.
              -<마음의 처소> 전문

역사의 허무 또는 무상을 통해 인생 또한 그러함을 표현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교감을 ‘구중의 뜰 안/홀로 잔잔한 그 연못’에서 찾고 있다. 하
찮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차마 버릴 수 없는 과거의 모습들과 함께 작고 하찮
은 것들 속에서 따뜻함이나 본원적인 그리움을 길어 올린 시 <마음의 처소>
는 따뜻한 비애마저 느끼게 한다. 이는 자연물을 그 대상자체로서 보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매개로 하여 자기 내면으로 들어가 자신을 직시
하는 시간을 통해 가능한 시적 작업이자 삶의 통찰이다.

열렸던 차창으로 나 몰래 들어왔나
투명한 앞 유리로 돌진한 파리 한 마리
그 적멸
맑은 가을에
햇살 한 섬 더하네

한순간 허방에 든 생의 사막 되짚는데
이토록 죽을 힘을 다한 적 있었느냐
꽃 다 진
장미넝쿨로
별의 말을 듣고 섰네.
      -<햇살 한 섬> 전문

미소한 자연물이 곧 우주적이라고 한다. ‘파리 한 마리’에서 ‘생’을 들여다보
고, 그것으로 말미암아 ‘이토록 죽을 힘을 다한 적 있었느냐’고 진술함은 아주
작은 자연물과 또한 아주 작은 존재인 인간이 만들어내는 작은 이야기를 시
로 다루고 있음이다. 이는 시적 대상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끌어
와 보다 깊이 있는 시적 미학으로 만드느냐에 대한 논의가 될 듯싶다. 시 <햇
살 한 섬>을 비롯한 거의 모든 시에서 고동우 시인은 이를 철저히 지키고 있
다.

사십 줄 겨우 넘긴
소꿉동무 문상 길에
해거름 비알진 밭
도사리 읍곡(泣哭)하고
여남은
배나무 흰 봉지
근조등을 밝힌다.
                -<가을 배밭> 전문

‘소꿉동무 문상’에 대한 슬픈 감정을 사물에 이입하고 있다. ‘읍곡’, ‘근조등’
등의 시어가 대신하는 죽음의 문제가 뭉클하다. 인연의 실타래, 즉 존재의 끈
은 이토록 질기고 강한 것이지만 그것이 또한 우리 삶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서늘하고 둔중한 한국적 서정에 더한 말의 장치랄지 말의 궁합이 절묘한 조
화를 이룬다.

가다 서다 하는 그녀 다 왔나 싶고 해서
문 열고 갸웃 보니 물 껴안고 여태 헤맨다
뇌세포 밤잠에 든 채
안녕했나 오늘 더

혼자가 버거울까 옆에 서서 거들어도
탈수에 급수하며 하루 나절 졸고 있다
구멍 난 무릎 뼈 같은
소매 한 짝 삼키며

내 손목이 이만하고 내 입성이 그만한 건
빈 집의 다림질까지 마다치 않은 당신의 덕
눈높이 같이 하고서
놀며 쉬며 가세나.
                -<고장 난 세탁기- 치매> 전문

‘가다 서다 하는’, ‘세탁기’에서 기억의 끊김을 반복하는 인간의 ‘치매’를 끄
집어낸다. 치매를 앓는 어느 노인처럼 세탁기는 ‘뇌세포’가 ‘밤잠에’ 든다. 세
탁기에서 노인을, 노인의 현재 상태를 기억하는 시인은 슬픔의 정서를 공유
한다. 사물과 인간을 동일시한 시에서 스스로 꺼져버린 잡다한 사연들이 도
대체 문학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하지만, 기실 문학의 바탕은 삶이 아니겠는
가. 일련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것들에게서 섬광과도 같은 인식을 함으로써,
삶의 바닥에 깔려있는 것들이 부지불식간에 불려나와 제자리를 잡는 것들이
문학이 되는 것이다.
‘내 손목이 이만하고 내 입성이 그만한 건/빈 집의 다림질까지 마다치 않
는 당신의 덕’이라는 인식도 바로 이런 바탕에서 이루어진 시인자신의 성찰
이다. 오랜 세월 잠복해 있다가 손만 뻗으면 거기 들어 있는 기억들과 그것에
닿은 인식이 시적 바탕을 이루는 것이다.

물 밑을 탄주하던 G현의 잔뿌리들
잎으로 밀어 올린 해를 향한 일편단심
물방울 얽히고 섥혀
허우적댄 그림자

장맛비 미망 속에 차오른 장조의 숲
꽃잎이 열고 닫는 사흘간 생의 축전
깊은 늪 연탄, 연탄하는
물의 여신 소나타.
                  -<수련> 전문

여름의 씨방 안에
흐드러진 열기 품고
겹겹의 사연들이
모여든 구름 깊어
들끓는 기억의 변주
겨운 눈물의 카텐차
            -<여우비> 전문

앞서 시적 상상력에 대해 기술했지만, 고동우 시인의 자유롭고 신선한 상
상력은 기성의 미학적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창조적으로 언어를 구사한
다. 이는 뛰어난 언어감각이 있기에 가능하지만, 한편 시형식의 파괴와 일탈
이 아닌 정도正道의 범위에서 이루어지는 시적 기술이다.
‘물 밑을 탄주하던 G현의 잔뿌리들’을 ‘잎으로 밀어올린 해를 향한 일편단
심’이 ‘수련’이다. ‘사흘간’ 꽃잎을 열고 닫아 ‘생의 축전’을 벌이는 수련. ‘해를
향한 일편단심’, ‘물의 여신 소나타’ 등은 상상을 덧입힌 수련의 다른 표현이
다.
시 <여우비>에서 ‘겨운 눈물의 카텐차’도 마찬가지다. 이는 사물을 대함에
있어 상투성이나 통속성을 넘어선 표현이다. 묘사를 통해 은밀함 뒤에 숨겨
진 삶이나 정황을 암시, 시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오랜 비 그치고 난 늪지의 고요한 창
제 살을 찢고 뚫고 여름의 끝을 달려
몇 갑자 돌고 돌아 온
멀고도 먼 뒤태 같은

어둠의 강보 안에서 깊어진 몸짓 위로
가시 열고 피어나는 핏빛을 닮은 미소
햇살에 온통 내맡긴
내 영혼의 우듬지.
                -<가시연꽃> 전문

이미지의 정의라든가 특성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지만, 산뜻한 문장으로
끌어올려 시적 미학의 경지에 들게 하는 이미지의 역할은 거듭 강조해도 좋
을 듯싶다. 이미지는 직접적 신체적 지각이나 간접적 신체적 지각에 의해 일
어난 감각이 마음속에 재생된 것이다. 일상적인 인상적 장면에 대한 감각의
기록을 시인만의 개성적이면서 투명한 언어로써 묘사한다. 이는 시인만의 투
명한 비유적 언어이자 고유한 개성이다.
시적 상상력에 의해 포착된 이미지는 시인의 내면화 과정을 거쳐 상상적
시공간에서 무의미를 의미화하거나 현실적 시공간에서 감지되는 현상들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노력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꽃이나 나무 등 생명의 의미
를 사유케 하는 시적 대상에서 자유롭게 소통하는 사유의 언어를 매개로 교
감하는 작용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접근불능의 절대공간이라고 생각되는 것에까지 시인의 시적 상상의
젖줄을 댄 연유로 비롯되는 것이다. 사물을 대함에 있어 하나의 생각이나 단
순한 시선으로 바라보기보다는 겹눈의 감각으로 여러 이면을 읽어내고자 하
는 노력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가시 열고 피어나는 핏빛을 닮은 미소’, ‘내 영혼의 우듬지’ 등의 ‘가시연꽃’
의 묘사는 시인이 생각하고 있는 실제적 경험 혹은 상상적 체험을 미학적으
로 만드는 효과를 가진다.
이미지가 잘 드러나지 않는 시는 죽은 시라고 했다. 루이스에 의하면 이미
지는 정서에 호소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신선함을, 함축적이고 운율
이 있는 순간의 언어로서의 강렬성을, 바꾸어진 이미지를 통해 독자의 정서
에 깊이 호소할 수 있는 환기성의 역할을 한다고 했다. 다음의 예시 <목련>도
이미지의 구사가 탁월하다.

찬 꽃비 흩뿌리는
꽃샘 성한 뒤울 안에
열매 한 톨 맺지 못할
순백의 눈물 고인
오롯한
숙명의 외길
오필리어 그 사랑.
              -<목련>전문

식물적 이미지와 그에 관련된 상상력에 내재된 의미의 효과를 되짚어보면
비폭력성일 것이다. 순수한 존재의 대표적 상징물로서의 식물은 자연의 이치
를 따르려는 인간의 심성을 빗댄다. 자연은 그 스스로의 이치에 따라 운행될
뿐 서로 경쟁하거나 시기하지 않고 갈등하지도 않는다.
문명이 오로지 부정적 의미만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역기능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부정적인 문명의 그늘로부터 벗어나려 하는 시인의 소
박한 꿈이 식물적 이미지를 불러온다. ‘목련’을 순백의, 숙명의 ‘오필리어 사
랑’으로 묘사함도 목련의 순수와 고결함을 부각시키기 위한 상상이 가져오는
이미지 차용이라 하겠다.

어둠의 낯을 씻고 문을 여는 숫새벽에
구랍의 미망까지 들레는 첫들머리
춤추는 헤드랜턴 빛 앞서거니 길 잡네

잠시 그친 눈보라에 구름의 화석 같은
눈꽃이 흐드러진 북풍의 평원 지나
아이젠 발톱을 세워 산허리를 깨우네

깔닥고개 고비마다 등 토닥인 땀방울이
숨 돌린 능선 돌며 물안개로 피어나고
산 정상 시간의 처녀 복숭아 빛 볼 밝히네.
                    -<해맞이 산행> 전문

시인주변을 배회하고 있는 쓸쓸함과 슬픔의 세계를 시인은 일상의 공간을
통해서 극복해낸다. 일상이나 일상에서 일어나는 특별한 상황을 서정의 공간
속에 드러냄으로써 삶의 힘겨운 여정이 시 속에 드러나지만, 그것을 시인은
긍정으로 재생시켜 놓는다. <해맞이 산행>이라는 시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시
는 희망을 가득 싣고 있다.
삶은 늘 희로애락의 감정들이 뒤섞인 앞을 예측할 수 없는 것이어서 때로
불안과 불확실성을 동반하지만 ‘희망’의 믿음에 다시 힘을 내는 것이다. ‘어둠
의 낯을 씻고 문을 여는 숫새벽’, 즉 ‘구랍의 미망까지 들레는 첫들머리’에 ‘헤
드랜턴 빛’을 앞세워 가면 ‘산 정상’. 거기, ‘시간의 처녀’가 ‘복숭아 빛 볼’을 밝
히고 있는 것이다.

길이 떠다니네. 발 디딜 곳 마땅찮네
육신은 오뉴월부터 헐벗은 들판인가
버석한 뼈마디 길섶 소리 없이 타올라

검은 눈 닫힌 망막에 투영된 괴기영화
숭숭한 관절 타고 일시에 덮칠듯해
미리 온 비명소리가 밭둑에서 널 뛰네

오래 뜸한 네 발길에 진창인 마음 접어
널 향한 우듬지에 비꽃 그림 걸어두고
한 생각 돌아앉아 본 푸른 하늘 드높네.
                          -<마른 장마> 전문

한살매 종종대며 디뎌 온 한 땀 한 땀
우기(雨期)든 삶의 겉섶 골골에 베어든 땀
올곧게 박아 내려서
마름질한 희망들

신명나게 장단타는 노루발의 익은 걸음
삭은 끝 공굴려서 제 길로 접어들면
햇살이 발서슴하며
박음질하는 불혹에.
                    -<재봉틀> 전문

사회가 복잡할수록 해체적인 내용의 시가 나오는 동시에 평화로운 세상으
로의 회귀에 대한 욕망도 깊어진다. 사람과 삶이 더불어 살아가는 끈끈한 사
연들이 일상적으로 와 닿기 때문이다. 쓰고 단 것이 섞여 있는 인생의 맛, 따
스한 마음의 결속 등 자연의 순환하는 생명력을 역동적으로 표현하거나 독한
생명력으로 두근거리며 현장을 엿보게 한다.
시 <마른 장마>에서처럼 사물을 바라보며 신비와 아름다움, 혹은 비참함
에서 삶을 엿보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푸른 하늘 드높네'처럼 결론은 희
망에 닿으려는 노력으로 맺어진다. 삶의 힘겨운 여정이 조용히, 그러나 담담
하게 그려지는 시는 슬픔 속에 배어 있는 따뜻함을 보여주는데 이는 바로 시
집 『끌림』이 지닌 아름다운 미덕인 셈이다. ‘한살매 종종대며 디뎌온 한 땀 한
땀/ 우기 든 삶의 겉섶 골골에 베어든 땀’이어도 ‘올곧게 박아 내려서’ ‘희망’을
‘마름질’하는 ‘재봉틀’ 같은, 온유하지만 원숙하고 원망한 긍정을 보여주고 있
다.

3.
세상의 원리가 심장의 원리와 다르지 않다고 한다. 심장 안에 한 세상이 들
어 있어 시인은 이 사이를 오가며 세상과 자신의 일상의 경계를 지우고 그 어
름쯤에서 서정적인 진실을 얻어온다는 것이다.
고동우 시인의 시들은 시인의 구체적 경험이 외부세계와의 조우 속에 다채
로운 무늬를 빚어낸다. 그렇기에 시는 다양하게 자신의 외양을 가꿀 수 있다.
자아와 세계의 대화를 언어에 대한 사유로 빚어내는 시들은 시적 상상력에
의해 더욱 큰 감동의 파장을 가져온다.
앞서 언급했듯 시인은 겹눈의 감각으로 시적 대상에서 세계의 이면을 읽어
내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인다. 이는 고도의 시적 능력이지만 한편으로는 끊
임없는 지적 욕망이 이루어낸 아름다운 시적 무늬다. 시인은 일상적 순간들
로부터 생의 성찰적 자각을 체득하고 풍경의 찰나적 변화로부터 내면의 미세
한 움직임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내적 진실을 다면적으로 읽어낸다.
시인의 시적 묘사의 탁월성과 치열성은 고유의 개성 속에 시적 형상화는
물론 나무랄 데 없는 시적구조의 고른 수면을 유지하고 있다. 감각적 묘사의
탁월함은 일상적인 인상적 장면을 시인만의 개성적이면서 투명한 언어로써
묘사해낸다. 이 작업의 과정에서 고도의 상상력이 가져온 이미지가 큰 역할
을 담당한다.

이미지는 형상形象이라고도 하는데 감각적. 직관적으로 주어지는 구체적인
상을 말한다. 반드시 오관에 의해 직접적으로 지각되지 않더라도 뇌리에 생
생하게 그려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형상은 예술을 성립시키는데 기초가 된
다. 그러나 상상력이라는 것도 결국엔 완전히 없음에서 있음을 창조해내는
것이 아니라, 있음에서 또 다른 있음을 발견하고 변주하는 것의 다름 아니다.
입장을 바꿔 사물을 보는 시인의 시적 태도는 무한한 상상과 이미지를 획득,
솟구치는 생명에 대한 경이로움과 함께 일상의 미적 세계로까지 독자를 끌어
들인다.
시는 자신의 살아온 시간들을 견디고 내면화하면서 동시에 그것 스스로가
되어 가는 자기 확인의 과정이라는 점에서 볼 때, 시집 『끌림』의 시적 미학은
이에 확실한 근거를 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고동우 시인의 『끌림』

                                                      김준 (문학박사. 서울여대 명예교수)



시인탐방, 시인따라 시집따라
Total 63 [ 날짜순 / 조회순 ]

63 자연과 인생을 통해 바라본 고단한 삶           09-19 운영자
김준(시조시인, 서울여대 명예교수) 자연과 인생을 통해 바라본 고단한 삶 - 송귀영 시인의 작품을 통하여 Ⅰ 송귀영 시인은 다른 여느 시인들처럼 시를 쓸 때 자연을 대상화하고 있다. 때로 서해, 백운봉, 대관령, 선운사, 정동진 등 우리나라의 명소를 돌아보며 그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다. 그 곳에서 시인은 친밀감을 느끼며 휴식과 더 불어 행복한 여유를 느낀다. 이것은 마음을 비우고 홀로 조용히 사유하여 무심하게 …

62 자연에서 추구한 인생의 본질           06-06 운영자
김준(문학박사, 서울여대 명예교수) 자연에서 추구한 인생의 본질 Ⅰ 조기술 시인의 시조를 살펴보면 그 누구보다도 자연에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그의 시조에는 비, 꽃, 별, 노을, 물, 산천, 밤과 같은 많은 자연들이 등장한다. 이것은 자연에 대한 사랑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으로 자연과 친밀감을 느끼고 벗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때 시인은 자연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시켜 인격화시키…

61 긍정적 밝은 세계를 향한 삶의 의미           02-21 운영자
김준(시조시인, 서울여대 명예교수) 긍정적 밝은 세계를 향한 삶의 의미 1 정진상은 자연을 바라보고 노래하면서 그 속에서 인생의 의미와 이치를 파악 하고자 노력한 시인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시에서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여 자연의 질서 속에서 자연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유유자적한 정신세계를 구현 하고자 한 것이다. 이러한 시인의 자세는 친자연적인 입장을 고수하며 자연 친화적인 삶으로 연결되고 있다. 그러…

60 시인따라 시집따라           03-15 운영자
시인따라 시집따라 문복선 시인의 『시간이 그린 그림』 자연과 인생을 통해 바라본 긍정적 현실 인식 김 준(시인, 서울여대 명예 교수) 시조는 우리 민족 고유의 정형시로 우리 민족의 사상과 감정을 우리의 언어와 가락에 담은 유일한 전통시이다. 시인 문복선은 자신의 시에 한 국적인 정서에 맞는 섬세한 언어를 사용하여 자신의 자발적인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출하고 있다. 그는 자연을 대할 때 자연…

59 시인따라 시집따라           01-11 운영자
시인따라 시집따라 인간과 인생의 참된 가치를 추구하다 김준(문학박사,서울여대 명예교수) 1 자연은 한국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로 사용되어 왔는데 김토배시인 역 시 자연을 대상으로 시작활동을 하고 있다. 시인은 자연을 사랑하고 그 아름다움을 노래하며 자연을 벗하면서 친밀감 을 느끼고 있다. 여기에서 휴식과 행복한 여유를 맛보며 점차 자연에 동화되 어 간다. 이렇게 자연을 통해 자아를 확인하고 존재를 인식…

58 시인따라 시집따라           09-06 운영자
시인따라 시집따라 인간 본연의 순수한 삶을 추구 김 준 (문학박사, 서울여대 명예 교수) 1. 지금까지 자연은 한국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토대가 되어 왔는데 시인 박동인 역시 자연을 소재로 시를 쓰고 있다. 그래서 자연을 시적 대상화 로 삼아 자연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초목을 대하는 즐거움을 노래하고 있 다. 이때 필요한 작업은 예민한 감수성과 풍부한 상상력을 동원하여 참 신하고 함축적인 시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

57 시인따라 시집따라           06-14 운영자
동양적 향수의 서정과 인생의 의미 시인따라 시집따라 김 준 (시조시인, 서울여대 명예 교수) 1. 백필기 시인은 다른 여느 시인들과 마찬가지로 자연을 소재로 하여 시를 써왔다. 그에게 있어 자연이란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상징하며 끝 없는 생명의 빛을 발산하는 대상이다. 그러므로 그의 시는 정서적 측면 이 강하여 뛰어난 서정성을 보여 주고 있다. 즉 자연감정을 노래하고 있는데 이것은 자연과의 교감에서 오는 정서반응으…

56 자연과의 교감에서 얻은 인생의 진실           03-30 운영자
시인따라 시집따라 김 준 (시조시인, 서울여대 명예 교수) 자연과의 교감에서 얻은 인생의 진실 1 문복선 시인의 시 세계를 보면 자연을 주요 소재로 삼아 그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인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그의 시는 섬세한 정감으로 아름답고 순수한 서정의 세계를 보여 주는데 이는 사물에 대한 따스한 애정이 없이는 불가능한 작업이다. 또한 그는 작…

55 강성효 시인의 『무위』           09-24 운영자
일상적인 삶에서 추구한 긍정적인 현실인식 강성효 시인은 여느 시인들처럼 자연을 소재로 하여 시작활동을 한 분으로 자연을 인간존재의 공간뿐만이 아니라 인간활동의 무대로써 생각하였다. 그 러므로 시인은 자연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자 노력하였는데 이러한 그의 사상은 바로 자연친화적인 삶의 자세와도 연결되어 있다. 즉 시인은 자연과의 조화로운 관계를 통하여 자연의 질서를 배우며 순리대 로 인생을 살고자 하였다. …

54 김정희 시인의 『그 겨울, 얼음새꽃』-불교적 무심관을 통한 인…           06-11 운영자
불교적 무심관을 통한 인생의 성찰 김준(문학박사, 서울여대 명예교수) 1 김정희 시인의 시세계를 보면 거의 모든 작품에서 불교의 영향이 느껴지는 데 이것은 아마 어렸을 때부터 불교 신자인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시작 활동 을 한 때문으로 보인다. 따라서 시인은 노송 한 그루에서도 인생을 성찰해 보 며 백담사에 있는 돌탑을 보면서도 소유욕을 버리고 담담하게 관조하는 태도 를 보이고 있다. 이것…

53 조영희 시인의 『시간의 사슬』           03-13 운영자
조영희 시인의 『시간의 사슬』 자연의 심지에서 피운 서정의 미학 김준 (문학박사. 서울여대 명예교수) 1. 인간은 누구나 희노애락을 반복하며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생 로병사의 과정을 거치고 또한 많은 갈등을 겪어야 한다. 자신의 존재에 대해 수없이 번민하는 인간의 현실은 이상과는 늘 거리가 있다. 그러나 인간은 여 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

52 고동우 시인의 『끌림』           01-04 운영자
시인따라 시집따라 풍요로운 시적 상상력과 이미지 1. 생각을 바꾸면 시가 보인다고 한다. 이는 시적 대상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 는가의 방법과 어떻게 표현하는가의 효율성 두 가지를 다 포함한 말이다. 자 칫 밋밋해지거나 지극히 감성적으로 흐르는 관념적 표현을 자제하면서 얼마 만큼 상상력을 동원하고 시적긴장을 갖추느냐에 따라 시적 가치가 높아진다 는 의미다. 시의 필수요건이야 많지만 그…

51 허일 시조시인 (1)           12-13 운영자
눈물, 그 맛 그대 다셔보았는가 곰삭은 눈물 맛을... 슬플 때나 외로울 때나 아아 그리울 때나 골마지 소금도 삭을 젓국보다 깊은 그 맛. * 골마지: 묵은 간장에 허옇게 피는 곰팡이 상사몽(相思夢) 홍매(紅梅) 꽃잎 지는 한밤의 파과(破瓜)소리 내 입술 터지거라 깨무던 그 여인은ㅡ 달무리 서는 밤이면 아아 아려오는 잇자국. 기로(岐路)에 서서 갈기털 휘…

50 김연동 시조시인           10-16 운영자
갈꽃처럼 - 김연동 푸른 저 하늘을 휘적휘적 문지르다 그리움만 키워놓은 마른 갈꽃처럼 못다푼 화필을 들고 거울앞에 섰습니다 시장 돌아 나온 휜시간 몇가닥을 깊숙이 음각하는 좁은 내 이마위에 세속 길 등 시린 삶을 그려 넣고 있습니다 매미처럼 울어봤니 - 김연동 아득한 칠흑을 찢는 비상의 꿈을 꾸며 무수히 흔들리고 떨리는 어둠 속에 온몸이 지지러지던 매미처럼 살아봤니 다그치듯 흘러…

49 정순량           09-14 운영자
시(詩)처럼 살고 싶네 정 순 량 시처럼 살고 싶네 나의 삶을 시로 쓰며 없어도 가진 자 마냥 상상으로 부자 되고 복 받아 행복누리며 싯귀(詩句)처럼 그렇게. 눈엔 안보여도 영(靈)으로 대화하고 행간(行間)을 채우시는 그 분의 뜻 헤아리며 읽는 이 가슴을 울리는 선한 시를 쓰고 싶네. 읽는 이 누구에나 꿈꾸고 기쁨 주어 그 사랑 온기로 세상을 덥히면서…

48 김영애           09-14 운영자
강 김영애 걸어가다 만나거든 손을 잡고 가자꾸나 품은 뜻이 달라도 한 곳 향해 가는 길을 망초 꽃 하얀 눈망울 읽으면서 가보자. 손잡으면 고향 서로 묻지를 않는 거다 맺어진 너와 나의 설레이는 인연 속에 종다리 우는 보리밭 푸른빛도 한 줌 넣자. 갈대 김영애 진흙…

 
 
 1  2  3  4  맨끝

메인 페이지로 가기 맨 위로 가기


Copyright © 2008. 시조문학사 All rights reserved. Email postmaster@sijomunhak.kr
(우) 152-843 서울특별시 구로구 구로5동 107-7 미주프라자3동 505호 | Tel 02-862-9102 | Fax 02-865-9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