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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희 시인의 『시간의 사슬』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13-03-13 17:50     조회 : 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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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희 시인의 『시간의 사슬』


자연의 심지에서 피운 서정의 미학

                                  김준 (문학박사. 서울여대 명예교수)


1.
인간은 누구나 희노애락을 반복하며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생
로병사의 과정을 거치고 또한 많은 갈등을 겪어야 한다. 자신의 존재에 대해
수없이 번민하는 인간의 현실은 이상과는 늘 거리가 있다. 그러나 인간은 여
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 과정에서 문학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 복잡한 삶의 여정에 활기를 불어넣거나 새로운 활로를 모색케
한다.

문학이 삶에 활로를 열어주거나 활기를 준다는 것은 달리 말해서 인간의
정서를 다양한 감성으로 표현하는 보다 질 높은 삶으로의 승화과정을 거침
을 말한다. 그 중 감정표현을 응축된 언어로 표출해내는 시의 효과는 우리
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이는 시가 상호간의 소통으로 정서공유는
물론 치유의 역할까지 담당하기 때문이다.
시는 인간의 본성을 우려내 자연스럽게 표출해내는 형식이다. 그 표출에서
얻어지는 시적 감흥은 인간을 더 높은 깨달음의 경지로 인도하기도 한다. 그
러므로 시는 정신적 수양의 역할까지 맡는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로써 시와 정신적 수양은 이분법이 아닌 합일을 이루며 잔잔한 시적 숨결은
들숨 날숨의 사유로 거듭되어 끝내는 자기각성을 이루게 한다.
여기 화려한 시적 언어나 수사적 표현을 자제하고 광폭한 환상이나 부정의
시적 언어차용을 꺼리며 자신을 낮춘 자세로 삶을 성찰하는 시인이 있다. 인
간 삶의 불합리와 부조리 내지는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격앙된 목소리 대신
자연과 인간본성의 진실성에 마음을 내려놓고 있는 시인. 그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자연의 순수성에 그리움과 추억과 정 등 일련의 감정들을 접목시키
는 시인이다.
자연과 자연물에서 얻은 깊은 사유로 체험하고, 체득한 진지한 시적 감흥
을 서정적 사고와 결합해 빛나는 자기각성의 시로 빚는 시인, 자신만의 고유
한 자율성의 시적 정신과 지고성을 갖추고 있는 조시인의 시세계로 들어가
보자.

2.
“인연”, “미움도 사랑인 걸”, “시간의 사슬”, “애증의 꽃”, “휘지 않는 빛” 등
5부로 나누어진 시인의 시들은 자연을 소재로 한 시들이 주를 이룬다. 자연
물이 배경이 되기도 하고 인성이 주체가 되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하나로
어우러진다. 이들이 적절히 섞여 있는 속에서 시인은 이들이 이루는 풍경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자연과 어우러져 지낸 것에 대한 기억과, 거기에서 발생
되는 정서에 완전한 합일을 이루기도 한다. 자연을 중심으로 한 시들은 시인
의 시적 근간을 이루고 있다. 많은 시 중 일부를 발췌해 예시해본다.

마음보다 깊은 수심水深 호수 밑에 다리 뻗고
메말라 갈 푸진 세월 밤이슬로 만져주며
심지心志에
여명을 물고
물빛으로 피었구나
.
물위에 뜬 고요한 진동 실바람이 건드리면
잔뿌리에 열린 소망 꽃잎에 펼쳐놓고
잠에서
깨어나는 새벽
지지 않는 꿈이여.
-<수련垂蓮> 전문

부둣가에 맴을 도는 파도 소리 들었는지
황혼의 자운빛을 돌아보는 저 구름
갯냄새
몸에 문대며
바다 위에 일렁인다
.
애가 타던 저녁노을 갈매기가 불렀는가
울렁대는 구름 위 짠바람 밀어내고
하이얀
소금기 털며
퍼덕퍼덕 입 맞춘다.
-<노을빛 바다> 전문

밤에는 꽃잎이 닫혔다가 ‘새벽’이면 깨어나는 ‘수련’을 시인은 ‘물위에 뜬 고
요한 진동’으로, ‘지지 않는 꿈’으로 표현한다. 실재하는 사물이 ‘진동’이나 ‘꿈’
으로 변용된 <수련>은 고도의 시적 비유를 접목한 시라 하겠다. ‘잔뿌리에 열
린 소망 꽃잎에 펼쳐놓고’ 등 절창을 맛본다. 시 <노을빛 바다>는 노을빛 바
다의 진경을 떠올리게 만드는 이미지 가득한 시다. ‘갯냄새’ 물씬한 바다에
‘저녁노을’이 타고, ‘갈매기’가 난다. 또한 ‘구름’은 ‘자운빛’을 띠고 있다. 시인
의 감성이 자연물에 더해져 보다 풍부한 시적 풍경과 정서를 드러낸다. ‘짠바
람’, ‘퍼덕퍼덕 입 맞춘다’ 등 감각의 변용이 돋보인다.
자연물과 일상적 소재를 동원, 격렬한 감정의 표출을 삼가고 자신을 반추
함과 동시에 자신을 다독여 자아성찰을 하는 시인의 시들. 독자는 담백한 언
어의 맛은 물론 일상의 포근한 정서와 자연에서 유추해내는 삶의 의미를 전
달받는다. 시는 유연한 몸짓으로 시적 순수성은 물론 시적 가치와 정신을 표
현해낸다.

짜낼 것 없었던 메마른 이 가슴에
퍼내도 퍼내어도 줄지 않는 물이 고여
태초에
인연이란가
바다 위에 뜬 해와 달

하루 전 보름달은 석양과 볼을 대고
예송리 해변 몽돌로 모난 시간 비벼 빨며
딸그락
따닥 따다닥
애간장이 타는 소리

한쪽 눈에 낮달이 한쪽 눈엔 낙조가
매미소리 아롱지는 동백숲속 두 눈동자
보길도
파도와 함께
어두움을 사른다.
-<보길도의 두 눈동자> 전문

너른 바다 신랑 삼아
모난 세월 깎아 내며
물 그물 가슴으로
바람 따라 핥아 대니
정든 밤
해변에 뒹굴며 둥근 꿈을 꾸었네.

눈발 되어 흩날리던
지난 나날 녹이면서
추위 싸서 안은 정
짧은 밤 부화하는
사랑은
분신을 잉태해 불멸의 알 낳았네.
-<석란石卵> 전문

예시 <보길도의 두 눈동자>와 <석란>처럼 주변의 작고 사소한 사물과 대
상들을 살피는 시인의 성정으로 인하여 시 속 자연물은 오롯이 생명체로 살
아 있다. 또한 친숙함과 정情적인 요소들이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
러한 시적 특징은 식물성 혹은 서정성의 가치관과 참신한 미적의식이 바탕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해’, ‘달’, ‘돌’, ‘낙조’, ‘바다’ 등 식물이나 광물, 더 나아가
동물까지도 포함하는 자연물은 시인의 시적 전유물이 된다. 자연은 인간에게
적극적으로 행동의 제약을 가하지 않고 다만 본성 그대로의 위치에서 올곧은
모양을 갖춘 정직성과 순수성을 지니고 있기에 시인은 자연의 본성을 시적
소재로 즐겨 다룬다고 할 수 있다. '한쪽 눈에 낮달이 한쪽 눈엔 낙조가/ 매미
소리 아롱지는 동백숲속 두 눈동자' 또는 '사랑은/분신을 잉태해 불멸의 알 낳
았네' 등의 시적 표현은 근접 못할 시인만의 시적 개성이자 멋이라 하겠다.

꿈결에 살 냄새가 어젯밤 코에 배어
곁에서 멀어져도 눈감고 찾을 내님
어쩌면
바람이 먼저
님의 향기 실어왔지

바람도 그 맘인가 이 내 맘 아는 것이
소쩍새 울 적마다 부들부들 떠는 것이
눈뜨면
바람 앞세워
달려가는 이 마음.
- <님 가까이> 전문

찬바람 묻어나니
꽃잎새 포개 얹고
상고대 피워 물은
떨리는 노란 국화
갈빛에
울컥 치밀어
향기 젖는 그리움.
-<국향菊香> 전문

인간은 사랑을 먹고 사는 존재다. 사랑이 생명의 양식이다. 또한 그 사랑을
희구하는 그리움은 우리의 삶을 지탱해 온 끈이요 커다란 물줄기이다. 조시
인은 그 생명의 끈을 놓치지 않고 물줄기를 따라가며 깨달음의 심연에서 양
식을 퍼 올린다. 그러나 사랑은 상처를 필요로 하는 여정이기에 인생은 그리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님은 항상 언제 어디서나 곁을 지켜주는 존재가 아니
기에 현실 앞에서 가상의 현실을 꿈꾼다. 늘 함께 할 수 없는 안타까운 심정,
그래서 현현顯顯시키고 싶은 그 절실함 때문에 멀리 있어도 늘 곁에 있는 님
이며, ‘곁에서 멀어져도 / 눈감고도 찾을 내님’이다. 이 글에 나타난 ‘바람’은
떨어져 있는 님과 서정적 자아를 밀착시켜주고 이어주는 매체이다. ‘바람’을
앞세워 님께로 달려가는 조시인은 능숙한 언어의 조련사이다. 작가는 꿈결을
통하여 스스로에게 화두를 던지고 종국에는 스스로에게 귀착되는, 심리적 안
정기제의 투사기법을 구사하고 있어 범상치 않은 표현 기법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안타까운 서정을, 꿈을 통한 가상의 현실로 다듬어서 보듬기 형식으
로 풀어냄으로써 다스림의 미학이 돋보이는 시혼이다.
인간사의 여러 감정들을 인연의 소중함으로 간직하고자하는 시인의 자신
을 들여다보는 시간에 만난 일련의 감정들의 추억은, 과거를 떠올리는 기억
의 단편들이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현재가 있기에 가능하다. 추억은 현재의
다른 이름이라고 했다. 추억으로 불리어지는 과거의 기억은 언제나 아름다운
것으로만 채워져 있지는 않다. 시인의 오감에 맞닿은 그것은 시인이 처한 현
재의 상황에 따라 아름답거나 슬프거나 혹은 고통스럽게도 그려지는데 시<
국향菊香>에서의 ‘그리움'은 과거를 긍정한 현재의 감정 상태라 하겠다. 우리
들 삶이 보기에 따라서는 아름답기도 하지만 시각을 달리하면 저마다의 질펀
한 사연들을 품고 있다. 행복과 슬픔이 교직되는 것이 삶이지만 존재는 숙명
이라고 믿기에 인연과 우연을 시인은 이 복잡하고도 미묘한 삶의 순간과 사
건과 감정들을 절묘하게 긍정으로 빚어낸다.

쌍계사 촛불 빚은 엇갈린 세상 인연
흐르는 물길 따라 보금자릴 찾아 주고
상흔의
걸쳐진 마음
아플세라 싸매 주네.

어둠을 쬐는 달빛 살그레 수줍은데
강줄기에 태운 밤은 나루터에 걸쳐 놓고
배꽃은
달빛을 데워
재첩국을 끓인다네.
-<섬진강에 띄운 정> 전문


'섬진강' 줄기에 밤이 들었다. '쌍계사'의 '촛불'은 나그네의 밤길을 인도한
다. 나그네 '상흔'으로 마음이 아프지만 산사가 보듬어준다. '달빛'과 '배꽃'과
'재첩국'을 차용해온 시인은 시적 진경에 그만의 감동을 보태고 있다.
시인의 시력과 균형을 이루는 시적 감각은 대상을 직관하되 대상 속에 숨
은 아름다움과 존재의 근원을 파악해낸다. 시에서 차용해오는 자연에서 그
자체의 순환이나 아름다움만을 도출해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새로
운 생의 길을 모색, 생의 에너지를 충전하거나 인간사의 희로애락을 표현해
낸다. 유한한 생명에 반한 존재의 영원성을 지향하며 생성하고 회전하는 삶
의 원리를 터득해낸다. 조시인의 시적 일상이 자연을 배경으로 한 추억과 그
것으로 인한 서정과 어우러짐은 자연이 가져다주는 심지 깊은 순수성이 자아
현실의 삶과 조우해 과거의 의미와 진실을 재구성하고 현실에 대한 긍정의
인식이 바탕이 되어있는 인간 본질의 사랑과 접목시킨 에너지 생성을 제공해
준다.
한편 시인의 시에는 계절과 정서를 접목한 시들이 눈에 띈다. <산사의 여
름>, <어떤 가을>, <눈꽃연가> 등의 시들이 이에 속하는데 계절 속에서 풍요
를 노래하되 모자라고 처진 것들에 대한 돌아봄을 잊지 않는다. 땅에서도 바
닥을 살피며 일상의 사소한 것에서 시적 꼬투리를 잡는다. 그것은 존재의 허
망함을 공허함으로 드러내기보다는 정서를 접붙여 좀 더 따스하게 소통하고
자하는 공감력이 시인의 의도라고 할 수 있다.

고요한 산허리에 땡볕 피한 소슬바람
사미스님 참선할 제 잠 깨우는 죽비소리
비구니
땀이 밴 승복은
속량이 향기롭다.

너울진 서산 노을 탑돌이 염원 담고
목탁소리 독경소리 풍경소리 은은한데
법당 앞
섬돌 위에는
고무신도 합장한다.
-<산사의 여름> 전문

시인의 탄탄한 시력과 시의 미적 균형감각은 시적 대상을 따뜻하고 섬세하
게 들여다보면서 시적 아름다움과 존재의 근원을 파헤친다. 존재의 영원성과
지향성을 굳게 믿는 시인의 시력은 지나온 생을 되돌아보며 존재들의 아름다
움을 발굴해내고 그것을 섬세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시인과 시적 대상이 하
나가 되면서 분출되는 시적 아름다움은 시인의 삶에서의 깨달음을 농축한 아
름다움이며 그 아름다움을 통해서 독자는 자신의 속됨과 성스러움의 속성의
경계를 넘나들며 또 다른 깨달음을 획득한다. '죽비소리'로 정신을 맑게 깨우
고 있다.

천성인
사랑에 물려
가을볕 휘청대도
적적한
가슴 한켠
채울 것이 없다 해도
들판은
허리춤 잡고
쓸쓸함도 여물었다.
-<어떤 가을> 전문

탱자나무 가시 위에
사철나무 잎새 위에
입김으로 불어보는
새들의 노래 따라
온밤내
하얀 백년설
면사포를 씌웠다.
-<눈꽃연가> 전문

존재의 영원성을 위해, 회전하는 삶의 원리를 위해 시인은 끝없이 대상을
바라본다. 그리고 대상을 향해 서슴없이 다가서며 대상 속으로 스며들어 그
것과 하나가 된다. '천성인/사랑에 물려/가을볕 휘청대도'. '적적한/ 가슴 한
켠/ 채울 것이 없다 해도". 그리고 어느 지점에서 그것의 일부가 되기도 하고,
그것 너머의 삶의 세목을 더듬어 새로움을 알아챈다. '눈꽃'을 순백의 '면사포'
로 보듯. 그리하여 생을 반추하며 존재의 근원과 아름다움을 관조한다.


3.
시의 객관적 현실반영은 시적대상의 외양과 속성의 반영이기도 하지만 결
국은 시적 세계와 대상에 대한 시인의 깊고 넓은 주관성에 달려있다. 시인의
내적 자아가 외부세계와 다양하게 만나면서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어 가는
데 이것이 현실반영의 성공여부를 결정짓는다. 그렇기에 조시인은 주변의
삶을 끝도 없이 돌아보고 직시하며 그것을 시에 반영한다. 이는 시인일상에
밀착해 있는 환경과 대상을 위무하면서 동시에 뜨겁고 순결한 순간들을 현재
의 삶에 가져와 정직하고 맑게 환기시켜 친구 같은 시적 존재대상으로 만들
어냄을 뜻한다.
이런 면에서 조시인의 시들은 올곧은 시적 진수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자연과 사회와 시인 주변을 감싼 환경, 혹은 계절에 빗댄 정서를
읊는 시인의 시들은 정통의 서정적 성격을 띠고 있으며 그것을 고수하고 있
다는 것이다. 정통적 서정의 고수라 함은 시인이 서정적 미학추구의 정신으
로 시적 성격과 형식을 이어가고 있음을 뜻한다. 고집스럽게, 올곧게 서정적
인 시적 형식을 추구하는 시적 형식주의자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는 뜻이
다.
올곧은 서정주의는 시적 사유의 범위를 넓혀주고 시적 개성을 살려주는 효
과가 있다. 이는 달리 말하면 시적 형식의 완고함이 개별시의 공감적 밀도를
높이고 이로 인하여 작가의 시적 특징이 확고하게 드러난다는 뜻이다. 좋은
시는 상상력과 리듬과 신선감 등이 과도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야
하는데 작가의 목소리를 최대한 절제하고 자중하며 또한 상상력에 젓줄을 대
고자 애쓴 작가의 시는 시적 미학에 충분히 닿아있다.
세상을 대하는 방식과 태도, 그것을 바라보는 눈은 각자 다르지만 작가는
아직 가보지 못했거나 경험하지 못했거나 깨닫지 못한 세계에 대한 감각을
자연스럽게 전해준다. 통상 우리가 별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소한 것에
서 시인은 생의 진리 내지는 깨달음을 얻는 것은 그동안 쌓은 삶의 경험과 철
학이 기본에 탄탄히 놓여있기 때문이다. 기실 아무것도 아닌 것, 사소한 것을
행복으로 깨닫기 위해서는 오랜 세월이 필요하다. 작은 사물에게조차도 생명
을 불어넣고 주변 환경을 성스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만나고 접하는 사람들
에게 애정과 평화를 느끼고 그것을 심어주는 시인의 인식이 절묘하게 숨어서
호흡하고 있다 .
조시인은 자신이 발 디뎠던 세계, 혹은 지금 현재 딛고 있는 세상의 한복
판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동시에 시적 경계를 허물어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을
이 시집에서 선보이고 있다. 시의 가두리에서 서성이기보다는 마음자리의 중
심으로 흘러 서정을 공유하고자 한다. 삶의 고통과 이런 저런 회한을 가라앉
히고 그 위로 떠오른 평온한 풍경을 시의 전면에 세운다.
언급했듯 자연, 사회, 시인과 시인 주변의 사람들, 그리고 그들에 빗댄 정
서를 시적 대상으로 삼고 있는 시들이 안정적이다. 돌발적으로 튀는 자유분
방함이라든가 현란한 수사와는 거리를 두면서 시적 진정성을 찾아내 음미하
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작가의 다양한 시들을 읽으며 내린 결론은 시인의 따
스한 마음이 시적 대상으로 스며들어가 독창적 공감 내지는 오롯한 서정의
미학을 실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서정의 미학이 많은 독자들에게 심금이
울려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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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적 무심관을 통한 인생의 성찰 김준(문학박사, 서울여대 명예교수) 1 김정희 시인의 시세계를 보면 거의 모든 작품에서 불교의 영향이 느껴지는 데 이것은 아마 어렸을 때부터 불교 신자인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시작 활동 을 한 때문으로 보인다. 따라서 시인은 노송 한 그루에서도 인생을 성찰해 보 며 백담사에 있는 돌탑을 보면서도 소유욕을 버리고 담담하게 관조하는 태도 를 보이고 있다. 이것…

53 조영희 시인의 『시간의 사슬』           03-13 운영자
조영희 시인의 『시간의 사슬』 자연의 심지에서 피운 서정의 미학 김준 (문학박사. 서울여대 명예교수) 1. 인간은 누구나 희노애락을 반복하며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생 로병사의 과정을 거치고 또한 많은 갈등을 겪어야 한다. 자신의 존재에 대해 수없이 번민하는 인간의 현실은 이상과는 늘 거리가 있다. 그러나 인간은 여 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

52 고동우 시인의 『끌림』           01-04 운영자
시인따라 시집따라 풍요로운 시적 상상력과 이미지 1. 생각을 바꾸면 시가 보인다고 한다. 이는 시적 대상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 는가의 방법과 어떻게 표현하는가의 효율성 두 가지를 다 포함한 말이다. 자 칫 밋밋해지거나 지극히 감성적으로 흐르는 관념적 표현을 자제하면서 얼마 만큼 상상력을 동원하고 시적긴장을 갖추느냐에 따라 시적 가치가 높아진다 는 의미다. 시의 필수요건이야 많지만 그…

51 허일 시조시인 (1)           12-13 운영자
눈물, 그 맛 그대 다셔보았는가 곰삭은 눈물 맛을... 슬플 때나 외로울 때나 아아 그리울 때나 골마지 소금도 삭을 젓국보다 깊은 그 맛. * 골마지: 묵은 간장에 허옇게 피는 곰팡이 상사몽(相思夢) 홍매(紅梅) 꽃잎 지는 한밤의 파과(破瓜)소리 내 입술 터지거라 깨무던 그 여인은ㅡ 달무리 서는 밤이면 아아 아려오는 잇자국. 기로(岐路)에 서서 갈기털 휘…

50 김연동 시조시인           10-16 운영자
갈꽃처럼 - 김연동 푸른 저 하늘을 휘적휘적 문지르다 그리움만 키워놓은 마른 갈꽃처럼 못다푼 화필을 들고 거울앞에 섰습니다 시장 돌아 나온 휜시간 몇가닥을 깊숙이 음각하는 좁은 내 이마위에 세속 길 등 시린 삶을 그려 넣고 있습니다 매미처럼 울어봤니 - 김연동 아득한 칠흑을 찢는 비상의 꿈을 꾸며 무수히 흔들리고 떨리는 어둠 속에 온몸이 지지러지던 매미처럼 살아봤니 다그치듯 흘러…

49 정순량           09-14 운영자
시(詩)처럼 살고 싶네 정 순 량 시처럼 살고 싶네 나의 삶을 시로 쓰며 없어도 가진 자 마냥 상상으로 부자 되고 복 받아 행복누리며 싯귀(詩句)처럼 그렇게. 눈엔 안보여도 영(靈)으로 대화하고 행간(行間)을 채우시는 그 분의 뜻 헤아리며 읽는 이 가슴을 울리는 선한 시를 쓰고 싶네. 읽는 이 누구에나 꿈꾸고 기쁨 주어 그 사랑 온기로 세상을 덥히면서…

48 김영애           09-14 운영자
강 김영애 걸어가다 만나거든 손을 잡고 가자꾸나 품은 뜻이 달라도 한 곳 향해 가는 길을 망초 꽃 하얀 눈망울 읽으면서 가보자. 손잡으면 고향 서로 묻지를 않는 거다 맺어진 너와 나의 설레이는 인연 속에 종다리 우는 보리밭 푸른빛도 한 줌 넣자. 갈대 김영애 진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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