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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과의 교감에서 얻은 인생의 진실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14-03-30 09:47     조회 : 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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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따라 시집따라       
                      김 준 (시조시인, 서울여대 명예 교수)
                                     

자연과의 교감에서 얻은 인생의 진실

1
문복선 시인의 시 세계를 보면 자연을 주요 소재로 삼아 그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인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그의 시는 섬세한 정감으로 아름답고 순수한 서정의 세계를 보여 주는데 이는 사물에 대한 따스한 애정이 없이는 불가능한 작업이다.
또한 그는 작업을 통하여 세상을 바라보고 인생을 발견하고자 애쓴 시인이었다. 즉 자연 속에 인간 존재의 기반이 있으며 인간 삶의 본질이 있다고 생각하여 자연 속에서 삶의 지혜를 얻고자 하였다.
따라서 문복선 시인은 자연에서 영원불멸의 존재성을 빌어 영원한 생명력을 확인함으로써 유한한 우리 인간도 영원성을 획득하고자 하였다. 이렇게 자연에 동화되어 자연의 일부분으로 자아를 파악한 시인은 자연과 자신을 동일화시키고 있는데 이러한 의인화 작업은 시인이 자연을 보는 눈을 인간적 삶이나 경험으로 구체화시킨 것이라 볼 수 있다.
또한 관념의 세계에서 의인화 작업을 하려면 상상력을 동원해야 하는데 이러한 상상력은 독자에게 풍요로운 시적 감흥을 선사해 시적 가치를 높이는 요소가 된다. 따라서 상상력은 눈앞에 없는 사물의 이미지를 만드는 정신적인 능력으로 볼 수 있으며 이 때 상징적이고 함축적인 시어의 사용은 필수 조건이라 할 수 있다.
해즐리트의 “시는 오직 상상적 언어다. 상상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다른 여러 생각과 감정에 의하여 무한한 형상과 힘의 화합으로 빚어낸 그대로를 나타낸 능력이다”는 말은 그만큼 상상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상상력이란 사물의 재생으로서의 상상력이 아니라 사물의 변용, 전이를 통해 새로운 형상사물로서의 창출을 의미하는 말로 창조적 상상력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또한 현대시조를 성립시키는 기본 원리이며 예술 및 시를 창조하는 근원적 능력인 것이다.
이렇게 상상력으로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시인은 자연의 일부가 되어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인생관을 갖게 된다. 물론 인생은 우리에게 좌절과 고통을 안겨 주지만 세월의 흐름에 순응하는 자연에서 삶의 관조와 달관의 자세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인생을 자조하여 우리에게 긍정적인 인생관을 제시하고 있다.

달이 되어 한평생을 더불어 살고 싶다
구름이 눈빛 주면 속살 열어 몸을 섞고
바람이
목청을 열면 함께 노래
부르다가.

칭얼대는 산새소리 다독이는 서산마루
깊은 밤 낯선 길을, 철새들의 목마름엔
내 가슴
활짝 열고서 지름길을
내주고.

둥근 박 지붕 끝에 벽오동 넓은 잎새
잠시는 그늘자락 떨어지는 자정쯤엔
시인의 가슴을 불러내어
훔쳐보고.
「달이 되어」, 부분

시 <달이 되어>는 자연과의 교감을 통하여 시인 자신과 달을 동일시하여 자연을 떠나서는 시인 존재의 기반이 있을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보여 주고 있다.
원래 달은 그리움과 동경을 상징하는 시어로 우리에게 희망과 꿈을 불러 일으키는 존재이다. 따라서 달이 되어 살고 싶다는 것은 그리움이 있고 꿈이 있는 삶을 추구하는 문복선 시인의 마음이 숨어 있다고 하겠다.
문복선 시인은 <달이되어>에서‘달’,‘구름’,‘바람’,‘산’같은 시어를 사용하였는데 이것은 영원불멸의 존재성을 빌어 영원한 생명력을 확인하고자 한 때문이다. 따라서 1연에서 달과 구름, 바람과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에서 우리는 자연에 동화되어 자연의 일부분으로 자아를 파악하려는 시인을 바라보며 무념, 무욕의 세계를 추구하는 모습까지 찾을 수 있는 것이다.
2연에서‘칭얼대는 산새소리 다독이는 서산마루’에서 새는 무엇에도 구속되지 않고 날고 싶어 하는 비상의 이미지로 시인 역시 자유에의 의지를 갈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다독이는’에서 보듯이 우리는 현실에 안주해야 하는 존재임을 암시하고 있다.‘깊은 밤 낯선 길을, 철새들의 목마름’에서 ‘낯선 길’,‘목마름’은 우리가 인생에서 만날 수 있는 어려움을 의미하는데‘내 가슴/ 활짝 열고서 지름길을/ 내주고’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러한 역경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3연의‘촉촉한/ 시인의 가슴을 불러내어/ 훔쳐 보고’는 사모와 그리움의 섬세한 정감으로 자신과의 은밀한 의식의 대화를 통해 서정의 극치를 보여 주는 표현이라 하겠다.

꽃과 잎이 피고 질 때 무척이나 힘들다고
속살 찢어 돋아나고, 생살 떼어 떨어지니
생멸의 아픈 이치야
어디 꽃잎뿐이랴.

꽃과 잎이 함께 안 오고 앞뒤를 두는 것은
아픔의 무게를 덜기 위한 지혜리라
꽃 그늘 흔드는 새들도
숨죽이고 앉는데.

산고 없이 계절 감아 그리 쉽게 피는 줄로
내 마음 철도 없이 설레기만 하던 것을,
이 아침 가슴 아픈 건
꽃이 지는 탓이다.

          「나무, 꽃과 잎사귀」, 전문


시 <나무, 꽃과 잎사귀> 역시 <달이 되어> 처럼 자연에 몰입되어 자연과 시인이 하나가 되어 친자연적인 입장에서 쓰여진 시이다.
따라서 ‘생멸의 아픈 이치야/ 어디 꽃잎 뿐이랴’에서 시인은 자연과 마찬가지로 우리 인생도 생성과 죽음을 거치는 존재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므로 생의 허무한 모습도 보이지만 그래도 인생에 순응하며 살고자 하는 시인의 마음이 엿보인다.
3연의 ‘꽃과 잎이 함께 안 오고 앞뒤를 두는 것은/ 아픔의 무게를 덜기 위한 지혜리라.’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인생의 고난은 한꺼번에 오지 않고 우리가 이겨낼 수 있을 만큼만 온다는 의미로 표현해 이겨낼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따라서 ‘아픔의 무게’는 꽃이 멍울을 떨치고 나올 때의 숨가쁜 몸짓, 더 나아가 인간이 세상에 나올 때 느끼는 산고로 인생에서 겪는 고난을 의미하고 있다.
또한 ‘산고 없이 계절 감아 그리 쉽게 피는 줄로’에서 ‘산고’ 역시 ‘아픈 이치’, ‘아픔의 무게’ 처럼 삶의 고난과 역경을 의미하며 우리 인생 역시 고난을 극복하며 살아가는 존재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생의 이치를 깨닫고 담담한 자세로 살고자 하는 문복선 시인의 모습에서 우리는 관조, 달관의 모습까지 볼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 연 “이 아침 가슴 아픈 건/ 꽃이 지는 탓이다.‘에서는 인생의 덧없음을 다시 한 번 노래하여 적극적인 현실 인식보다는 소극적이고 운명에 순응하는 듯한 모습에서 동양적인 자연관을 엿볼 수 있다.

바람 부는
아침이면

네 목소리
묻어올까

시린 눈빛
머언 하늘,

사립을
기대서도

그리워
타는 백일홍

수줍음만
흔들어.

              「바람부는 아침이면」, 전문


시 <바람부는 아침이면> 역시 우리는 인간의 가장 기본 정서인 그리움, 연모의 정을 느낄 수 있는데 여기에 ‘백일홍’이라는 꽃을 등장시켜 그리운 님을 추억하는 매개체로 사용하고 있다.
원래 ‘백일홍’은 사랑하는 님을 기다리다 죽어 빨갛게 피어났다는 꽃으로 그리움, 기다림을 상징하는 시어이다. 따라서 백일홍을 통해 님을 그리워하며 기다리는 이미지를 연상할 수 있는데 의인법의 사용으로 꽃을 여인으로 암시화 하였음을 짐작케 한다. 따라서 연약하고 가냘픈 여성의 이미지를 부각하여 죽음으로도 끊어버리지 못한 정한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1연의 ‘바람부는/ 아침이면’에서 ‘바람’은 어디론가 가고자 하는 열망을 지녔지만 외부의 장애물에 의해 저지당하는 속성을 그린 것으로 자유롭게 넘나드는 자유로움을 가지고 있다. 이는 님을 찾고자 떠나고 싶은 시인의 마음이 담긴 표현으로 우리의 상상력을 극대화시키는 매개체로 이용됨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시린 눈빛/ 머언 하늘’에서 ‘시린’은 차가움의 의미로 시인의 마음이 님을 그리워해 텅비고 허전함을 노래하고 있으며 ‘머언’에서는 하늘도 멀리 있지만 님도 멀리 있음을 암시하여 이중적 구조를 보여 주고 있다.
마지막 연 ‘수줍음만/ 흔들어’는 백일홍의 빨간색이 마치 수줍어 볼이 붉어진 님의 얼굴로 형상화되어 우리에게 그리움과 향수를 일깨워 주는 매개체로 사용되고 있다. 님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지 못하고 마냥 기다리는 시인의 태도에서 시 <나무, 꽃과 잎사귀> 처럼 운명에 순응하는 소극적인 시인의 현실 인식을 엿볼 수 있다.

2
문복선 시인의 작품들을 살펴 보면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 그리고 고향에 대한 향수를 노래한 시들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모정이 우리의 유년시절을 일깨우고 유년은 또 다시 추억거리로 고향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시인에게 있어 고향은 그리움의 대상으로 고향의 승경들을 생각하면 아련한 추억과 함께 애상에 젖게 되는데 그 곳에 항상 어머니가 계셨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네 어머니들은 고통을 침묵으로 인내하며 살아오신 분으로 이러한 어머니를 생각하며 우리는 인생의 무게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이다.
이것은 비록 연약하고 가냘픈 여성의 속성을 지닌 어머니지만 자식에게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푸시는 모습에서 우리는 삶의 고난과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버팀목이 됨을 느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삶이 힘들고 우리를 절망시켜도 고향에 계신 어머니를 추억하면서 위안을 얻고 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하는 희망을 얻게 된다. 그런데 어머니가 계시고 유년시절의 꿈이 있던 고향을 그리워한다는 것은 우리가 이미 고향을 떠나 유년시절로 되돌아갈 수 없음을 확인하게 해 준다. 그런데도 고향을 그리워하며 유년시절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것은 진정한 자아를 찾고 인간적인 진실을 누리며 살아가고자 하는 갈망 때문인 것이다.
즉 문복선 시인은 고향에 가면 유년시절의 꿈을 되새길 수 있다고 믿는데 이렇게 꿈이 있다는 것은 인생에서 아직도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래서 시인은 어머니와 고향을 생각하면서 향수에도 젖지만 꿈을 갖고 살아 갈 수 있는 힘도 얻는 것이다. 따라서 시인에게 고향은 낭만적인 공간으로 여겨지며 이러한 사향의식은 추억과 같은 과거에 젖게 하지만 이렇게 회한에만 젖는 것은 영원한 안주일 수는 없다. 고향은 슬픔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공간이며 회고적인 풍경이 있는 곳이지만 시인은 평온한 고향 마을에서 다시 희망이라는 긍정적인 자세로 정신적인 평온마저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힘든 우리네 삶의 여정에서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있어 다시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장독이 사는 뒤뜰은 일년 내내 해가 뜬다
아침 저녁 씻고 닦고 어머니의 하얀 가슴
따슨 볕
입맞추는 봄 고운 눈빛
상그레.

메주 간장 담근 후에 참숯 고추 띄워 놓고
그 위에 서려 담은 영근 햇살, 맑은 바람
마지막
회심의 모정을 삭힘이듯 얹는데.

어깨 한 쪽 기울어도 천성이 그리 바라
비바람 걱정하랴 보살 같은 삶의 중량

퍼내도
항상 배부른, 천 년 웃는
화수분.

                  「장독」, 전문


우리가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은 어머니의 사랑이 담긴 추억을 그리워하는 것인데 시 <장독>은 이러한 어머니와 함께 고향의 추억이 담긴 시이다.
‘아침 저녁 씻고 닦고 어머니의 하얀 가슴’에서는 오직 가족만을 위해 한마음으로 고생하시는 어머니의 진정성이 보이는 듯하다.
원래 하얀색은 순수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것은 오직 어머니가 한결 같은 마음으로 자식을 보듬고 품어 키우신 모습이 마치 장독을 매만지시는 모습에 비유된 표현이다.
그리고 ‘따슨 볕/ 입 맞추는 볼 고운 눈빛/ 상그레’가 눈과 귀를 가볍게 움직이며 소리 없이 보드랍게 웃는 모양을 뜻하는 말로 우리를 순수하고 아름다운 서정의 세계로 이끌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지막/ 회심의 모정을 삭힘이듯 얹는데’에서는 간장이 발효를 거친 후에야 진정한 음식이 되는 것처럼 어머니의 그 희생적인 사랑이 오랜 시간 시인을 지켜 주어 살아가는 힘이 된다는 것을 노래하고 있다.
마지막 3연에서는 자식을 위해 항상 퍼 주시기만 해 정작 어머니 본인은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모습, 모든 것을 비워낸 보살 같은 모습으로 계시는 어머니에게서 우리는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다. ‘화수분’이란 재물이 계속 나오는 보물단지로 마르지 않는 어머니의 사랑을 상징하는 어휘인데 이것은 시인에게 긍정적이며 희망이 되어 힘든 세상살이에도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이것은 ‘따슨’, ‘고향’, ‘맑은’과 같은 사랑이 가득하며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의 시어에서도 알 수 있는데 어머니의 사랑 때문에 항상 보물을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든든한 시인의 모습이라 하겠다.

복사꽃 향내음이
사월을 밟고 온다.

먼 고향 초가 언덕
울타리 밖 꽃 빛 바람

내 마음 젖은 옷자락
훌훌벗고 마중을.

목이 타는 논밭두렁
소쩍새는 울지 않아도

허기만큼 짙게 피던
들꽃들의 시린 눈빛

그 아픔 안으려 해도
왜 머무르지 않는가.

              「꽃 빛 바람」, 전문


시 <꽃 빛 바람>은 봄의 중심에 서 있는 사월의 고향 모습을 아련하게 추억하는 시로 고향의 승경들을 미화시켜 채색적 공간 이미지를 제시하고 있다. 시인은 꽃, 바람, 언덕, 논두렁밭, 소쩍새, 들꽃과 같은 자연의 사물을 동원하여 처음에는 삶의 여유와 멋이 느껴지는 공간으로 고향의 속성을 보여 준다.
원래 꽃은 추억을 되살리는 매개체로 우리 인간의 정서를 일깨워 그리움과 애틋한 향수를 느끼게 해 주는 존재이다. 따라서 ‘복사꽃’은 시인의 감정이 자연물에 이입된 시적 미학의 진수를 보여 주는 존재로 이 시를 통해 우리는 따뜻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휴식공간으로서 행복감마저 느낀다. 즉 안락과 낙원의 의식을 느끼며 안주의 공간으로서의 고향을 느끼는 것이다. 원래 봄은 계절의 여왕으로 생성, 생동감의 이미지로 우리에게 시작과 희망이라는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제시한다.
그런데 이런 향수가 ‘허기만큼 짙게 피던/ 들꽃들의 시린 눈빛’에서는 역설적인 표현으로 삶의 애환이 더해져 실의와 우수의 비사적 속성에 노출되고 있다.‘허기’,‘시린’의 부정적이고 어두운 이미지를 창출하여 삶의 고난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아픔 안으려 해도/ 왜 머무르지 않는가’에 이르면 이러한 삶의 고통도 바람처럼 사라진다는 의미로 다시 따스함을 보여 주며 우리에게 원숙한 삶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1
새끼 돼지 팔러 가신 5일장 아버지는,
서산마루 그림자로 함께 오지 않는구나
막내는 군침 삼키며 콧물 훌쩍 옷소매에.


2
강 마을 빨래터에 아침 일찍 가신 엄마
고픈 배를 물 한 모금 달래놓고 사립 앉아
강아지 따슨 햇살에 함께 잠이 들었다.

3
쑥 송편도 굳었는가 추석 달빛 기우는데
학처럼 목을 빼고 동구 밖을 내다봐도
외동딸 신발 끄는 소린 달 그림자에 묻히고.

4
잡힐 듯 살진 가을 농부의 가슴이사
속더라도 내년 다시 느긋이 기다리는,
눅눅한 시간의 물레로 하루 해를 또 감는데.

                        「기다림 4」, 부분


시 <기다림>은 고향의 모습들이 하나의 연결 고리로 다가오는데 전체적으로 현란한 언어 기교의 꾸밈이 없이 순수하고 질박한 언어로 고향의 일상을 노래하고 있다. 따라서 그 어떤 시보다 일상적이고 평이한 시어로 씌여 독자에게 감동을 넘어 친근함마저 보여 주고 있다. 또한 이 시는 사물에 대한 따스한 애정이 바탕이 되어 쓰여진 시로 고향의 전경이 회고적으로 묘사되어 향토색이 짙은 작품이라 볼 수 있다.
우선 1에서는 5일장 가신 아버지가 사 오신 선물을 애타게 기다리는 어린 동생의 모습, 그리고 그는 빨래하러 가신 엄마를 기다리다 배고픔에 지쳐 잠든 동생을 그리고 있다. 모두 사람 사는 인정과 따뜻함이 느껴지지만 특히 그는 어렵고 지친 삶에서도 ‘따슨 햇살’이라는 표현을 써 그리운 고향의 모습과 함께 밝고 긍정적인 시인의 삶의 모습이 느껴진다.
또한 3은 타지에 간 딸이 혹시 추석에는 오지 않을까 밤늦도록 기다리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역시 인정이 묻어나고 고향에 대한 향수에 젖게 된다.
마지막으로 4는 가을이지만 제대로 수확하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서지만 다시 내년을 기약하는 농부의 모습에서 역시 희망과 긍정적인 삶의 태도가 느껴진다 하겠다.
3
우리가 현대시조의 창작 방향을 논할 때 소재의 관념성에서 탈피하여 일상적인 생활적 소재로 그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때 문복선 시인은 삶의 애환을 노래하여 이 시대를 살아가는 소시민들과 폭 넓은 공감대를 형성한 시인이라고 볼 수 있다.
문복선 시인은 우리 일상 샐활에 관심을 갖고 현실의 고단함과 고통에 대해 가슴아파한 시인으로 릴케가 <말테의 수기>에서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시는 체험”이라고 표현한 것과도 일맥 상통한다 하겠다. 따라서 문학작품은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진실이 담겨 있어 독자에게 감동을 주어야 한다는 점에서 볼 때 시인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고자 한 것이다.
다시 말해 인생은 끊임 없이 우리에게 좌절과 고통과 시련을 주지만 오늘보다는 나을 것이란 기대로 내일을 기다리며 희망을 잃지 않는 시인의 태도에서 긍정적인 삶의 자세를 볼 수 있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우여곡절의 세월과 함께 부대끼고 상처를 입지만 시인은 연륜을 더해가며 의연한 자세로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즉 비참함에서 삶을 엿보지만 결국에는 희망에 이르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이렇게 현실의 고단함을 노래한 시에서 더 나아가 시인은 부정적인 의미만을 갖지는 않지만 많은 역기능을 가진 현대문명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우리의 삶이란 앞날을 예측할 수 없어 때론 불안하고 불확실성도 동반하지만 이렇게 사회가 복잡하고 문명이 발달할수록 평화로운 안주의 공간에 도달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래서 사람과 삶이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모습을 동경하게 되는데 이렇게 기계화되어 가는 문명 앞에서 생명의 귀중함은 사라지게 된다고 본 것이다.
즉 시인은 기계문명의 발달로 인한 물질주의에 길들여진 현대인을 비판하며 인간 생명의 존엄성이 상실되고 있는 것을 고발하고 있다. 이것은 문복선 시인이 자연 생명력의 강인함과 생명에의 경외를 다시 추구하고자 한 것이다. 과학의 발달과 산업화로 물질적 가치가 지배원리로 작용하는 물질만능 세대에서 위기의식에 처한 우리들의 모습을 돌아보고자 한 것이다.

비인가 하면 눈송이요
눈인가 하면 빗방울이

눈발이 바람에 밀리고
밀리다가 비를 만나

서로는 시린 가슴을
한 데 섞어 녹인다.

한 해가, 또 한해가
진눈깨비로 시려와도

어차피 젖은 어깨
툭툭 털며 사는 것을,

세밑에 가슴 한 구석
모닥불을 펴야겠다.

                    「진눈깨비」, 전문


시 <진눈깨비>는 세파에 시달리며 살 수밖에 없는 소시민의 애환과 또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희망이 진눈깨비처럼 서로 교차되어 시인의 마음에 자리하고 있다.
‘눈발이 바람에 밀리고/ 밀리다가 바람을 만나’에서 ‘눈발’ 이나 ‘비’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세상의 고난, 풍파로 이어지는 삶을 의미하며 ‘서로는 시린 가슴을/ 한데 섞어 녹인다.’는 이러한 어려움도 이겨내고자하는 시인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또한 ‘한 해가, 또 한 해가/ 진눈깨비로 시려와도’에서 ‘진눈깨비’는 삶의 무게를 상징하는 시어로 세월이 지나도 어려움은 여전히 우리를 짓누르고 있어 우리네 인생은 아직도 추운 겨울이지만 ‘어차피 젖은 어깨/ 툭툭 털며 사는 것을’에서 보듯이 인생에 순응하고자 하는 의지를 볼 수 있다.
이것은 인생을 바라보는 시인의 긍정적이고 달관된 모습인 것이다. 또한 ‘세밑에 가슴 한 구석/ 모닥불을 펴야겠네’에 이르러 그래도 새해에는 희망을 갖고 살아보겠다는 의지를 보이는데 ‘모닥불’은 이러한 조그마한 시작을 의미한다. 원래 불은 초생명적인 존재로 인간의 운명을 확대시켜 주는 매개체로 희망의 불씨를 살리고자 하는 시인의 의지가 보인다.

권태가 짓누르면
내 가슴은 둑을 쌓고

욕심이 거품 일면
슬픈 마음 보 터진다

하루 해 잃고 얻음에 유별함도 없건만.

그리움이 손짓하기
어제를 만져보고

꽃 빛 내일 설렘으로
오늘을 색칠한다

언제나 오늘이라면 내 시간은 돌무덤.

지난 날이 때로는
시린 손을 흔들어도

신부처럼 다가오는
내일에의 바람으로

오늘을 꽃 길로 가꿀 마음의 소매 걷는다.

                  「오늘의 노래」, 전문

시 <오늘의 노래>는 똑같은 일상에서 반복되는 권태와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 그래도 희망을 붙들고자 하는 시인의 마음이 엿보이는 시이다. 1연의 ‘내 가슴은 둑을 쌓고’에서 ‘둑’이란 가로막힘, 단절을 상징하여 밝음이나 희망과는 거리가 먼 오늘날의 우리의 모습을 보여 준다. 이것이 2연의 ‘꽃 빛 내일 설렘으로/ 오늘을 색칠한다’에 이르면 ‘꽃 빛’ 같은 시어의 사용으로 밝음을 상징하여 더욱 기대에 부푼 희망적인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희망마저 없다면 우리의 인생은 돌무덤처럼 답답하고 막혀 있어 숨 쉴 여유조차도 없을 것이다.
3연의 ‘지난 날이 때로는/ 시린 손을 흔들어도’ 역시 삶의 여정에서 겪어 온 애환이나 고통을 ‘시린 손’에 표현 하였고 ‘신부처럼 다가오는/ 내일에의 바람으로’에서는 이러한 역경이 ‘신부’, ‘내린’, ‘바람’ 같은 긍정적 시어를 사용함으로써 희망으로 관철되고 있다. 특히 '신부‘는 다가 올 미래에 대한 희망이 가득찬 모습으로 상징되어 그가 얼마나 인생에 대해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를 보여 주는지 알 수 있는 존재이다.
‘오늘은 꽃 길로 가꿀 마음의 소매 걷는다.’에서 역시 다시 한 번 마음의 다짐을 하는 결연한 모습에서 우리는 시인이 얼마나 인생을 희망적으로 살고자하는 지의 의지를 느낄 수 있다.
 
충무로 깊은 계단은
삶의 무게에 가쁜 호흡

황혼 녘 종묘 앞은
계단마다 기침소리

깨진 등 서울역 지하는
회색 시간 앓고 있다.

물기 마른 그림자들
계단 끝을 움켜잡고

깊은 어둠 밝은 눈빛
시린 세월 긁어대다

목마른 추억 한 자락
반쪽 걸쳐 눕는다.

                    「지하철 계단」, 전문


시 <지하철 계단>에서 문복선 시인은 삶의 무게에 허덕이며 사는 소시민들과 함께 노동의 현장에서 소외되고 낙오되어 인간의 기본권마저 상실된 노숙인들의 모습에서 생의 허무함과 비참함에 사로잡히게 된다. 시인은 죽을 힘을 다해 살아보고자 하지만 삶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나이가 들면서 병마에 시달리는 모습과 비참함에의 삶을 엿보고 있는데 이러한 절망감은 좌절과 고통으로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
‘황혼 녘 종묘 앞은/ 계단마다 기침 소리’에서 ‘황혼’은 저물고 기우는 이미지, 소멸되어 가는 이미지로 또한 ‘회색 시간 앓고 있다’에서 ‘회색’ 역시 어둠이 시작되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우리 인생은 절망감뿐 희망은 조금도 찾아 볼 수 없음을 암시하고 있다.
‘깊은 어둠 밝은 눈빛/ 시린 세월 긁어대다.’에서는 ‘어둠’과 ‘밝은’이라는 대비되는 시어를 사용하여 어떤 절망감에서도 눈빛만은 살아있음에 아직도 희망을 꿈꾸는 모습이 안타깝다.
그러나 이 부질 없는 기대감마저 ‘목마른 추억 한 자락/ 반쪽 걸쳐 눕는다.’에 이르면 역시 사라져 가는 모습에서 모든 것을 상실해버려 가지지도 못하고 사회에서조차 소외되어 빈곤층으로 추락한 사람들의 비참함을 통해 사회적 상황이나 인간 삶의 진실을 반영하고자 하여 시대의식을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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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문복선 시인의 시 세계를 살펴 보면 정말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을 노래하며 자연에 순응하여 인생을 살고자 노력한 시인임을 알 수 있다.
그에게 있어 자연은 생성과 죽음을 거쳐 다시 재생으로 이어지는 불멸성을 가진 순환구조의 존재로 인간 역시 이 순환구조를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친자연적인 입장에서 자연을 통하여 인생을 바라보고 자연과의 조화로운 관계를 얻고자 노력한 시인이었다. 즉 자연을 시적 대상화, 소재화하여 자연 속에 동화된 시인을 통해 우리는 인생을 바라볼 수 있다. 따라서 그의 인생관은 자연에 순응하는 모습으로 긍정적이며 연륜과 더불어 성숙해 가는 모습이었다.
또한 어머니가 계신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담긴 시들을 볼 수 있는데 힘들고 어려운 현실 앞에서 추억과 어머니가 계신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따라서 삶이 힘들수록 어머니의 한없는 사랑을 떠올리며 추억이 있는 고향을 생각하면서 어려움들을 극복하고자 한 것이다. 결국 어머니와 고향은 인생을 살게 해 준 힘이며 긍정적인 존재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대시조가 단지 아름다움만 노래하는 데서 나아가 일상적인 소재로 그 영역을 넓혀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때 문복선 시인은 삶의 애환과 고통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시민들의 모습, 사회에서 소외되어 빈곤층으로 전락해 버린 사람들을 통해 사회의 진실을 알리고자 노력한 시인이다.
그러나 이런 고통과 시련 속에서도 우리의 삶은 내일에 대한 희망을 기대하는 시인의 태도에서 성숙하고 긍정적인 삶의 자세를 엿볼 수 있다. 결국 자연을 노래하고 어머니가 계신 고향을 노래하며 사회적인 약자에 이르기까지 문복선 시인은 항상 긍정적인 인생관을 보여 준 시인으로 그 의의가 있다.







문복선
• 아호 : 석천石泉
• 한국문인협회, 가람문학회 회원, 펜문학 한국본부 자문위원
• 시조시인협회 사무국장 역임, 농민문학회 시조분과 회장,
  한국시조사랑시인협회 부회장
• 노산문학상
• 저서 : 시조집 『꽃, 그 아픔의 미소』 외 5권



시인탐방, 시인따라 시집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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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자연과 인생을 통해 바라본 고단한 삶           09-19 운영자
김준(시조시인, 서울여대 명예교수) 자연과 인생을 통해 바라본 고단한 삶 - 송귀영 시인의 작품을 통하여 Ⅰ 송귀영 시인은 다른 여느 시인들처럼 시를 쓸 때 자연을 대상화하고 있다. 때로 서해, 백운봉, 대관령, 선운사, 정동진 등 우리나라의 명소를 돌아보며 그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다. 그 곳에서 시인은 친밀감을 느끼며 휴식과 더 불어 행복한 여유를 느낀다. 이것은 마음을 비우고 홀로 조용히 사유하여 무심하게 …

62 자연에서 추구한 인생의 본질           06-06 운영자
김준(문학박사, 서울여대 명예교수) 자연에서 추구한 인생의 본질 Ⅰ 조기술 시인의 시조를 살펴보면 그 누구보다도 자연에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그의 시조에는 비, 꽃, 별, 노을, 물, 산천, 밤과 같은 많은 자연들이 등장한다. 이것은 자연에 대한 사랑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으로 자연과 친밀감을 느끼고 벗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때 시인은 자연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시켜 인격화시키…

61 긍정적 밝은 세계를 향한 삶의 의미           02-21 운영자
김준(시조시인, 서울여대 명예교수) 긍정적 밝은 세계를 향한 삶의 의미 1 정진상은 자연을 바라보고 노래하면서 그 속에서 인생의 의미와 이치를 파악 하고자 노력한 시인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시에서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여 자연의 질서 속에서 자연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유유자적한 정신세계를 구현 하고자 한 것이다. 이러한 시인의 자세는 친자연적인 입장을 고수하며 자연 친화적인 삶으로 연결되고 있다. 그러…

60 시인따라 시집따라           03-15 운영자
시인따라 시집따라 문복선 시인의 『시간이 그린 그림』 자연과 인생을 통해 바라본 긍정적 현실 인식 김 준(시인, 서울여대 명예 교수) 시조는 우리 민족 고유의 정형시로 우리 민족의 사상과 감정을 우리의 언어와 가락에 담은 유일한 전통시이다. 시인 문복선은 자신의 시에 한 국적인 정서에 맞는 섬세한 언어를 사용하여 자신의 자발적인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출하고 있다. 그는 자연을 대할 때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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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따라 시집따라 인간 본연의 순수한 삶을 추구 김 준 (문학박사, 서울여대 명예 교수) 1. 지금까지 자연은 한국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토대가 되어 왔는데 시인 박동인 역시 자연을 소재로 시를 쓰고 있다. 그래서 자연을 시적 대상화 로 삼아 자연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초목을 대하는 즐거움을 노래하고 있 다. 이때 필요한 작업은 예민한 감수성과 풍부한 상상력을 동원하여 참 신하고 함축적인 시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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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적 향수의 서정과 인생의 의미 시인따라 시집따라 김 준 (시조시인, 서울여대 명예 교수) 1. 백필기 시인은 다른 여느 시인들과 마찬가지로 자연을 소재로 하여 시를 써왔다. 그에게 있어 자연이란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상징하며 끝 없는 생명의 빛을 발산하는 대상이다. 그러므로 그의 시는 정서적 측면 이 강하여 뛰어난 서정성을 보여 주고 있다. 즉 자연감정을 노래하고 있는데 이것은 자연과의 교감에서 오는 정서반응으…

56 자연과의 교감에서 얻은 인생의 진실           03-30 운영자
시인따라 시집따라 김 준 (시조시인, 서울여대 명예 교수) 자연과의 교감에서 얻은 인생의 진실 1 문복선 시인의 시 세계를 보면 자연을 주요 소재로 삼아 그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인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그의 시는 섬세한 정감으로 아름답고 순수한 서정의 세계를 보여 주는데 이는 사물에 대한 따스한 애정이 없이는 불가능한 작업이다. 또한 그는 작…

55 강성효 시인의 『무위』           09-24 운영자
일상적인 삶에서 추구한 긍정적인 현실인식 강성효 시인은 여느 시인들처럼 자연을 소재로 하여 시작활동을 한 분으로 자연을 인간존재의 공간뿐만이 아니라 인간활동의 무대로써 생각하였다. 그 러므로 시인은 자연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자 노력하였는데 이러한 그의 사상은 바로 자연친화적인 삶의 자세와도 연결되어 있다. 즉 시인은 자연과의 조화로운 관계를 통하여 자연의 질서를 배우며 순리대 로 인생을 살고자 하였다. …

54 김정희 시인의 『그 겨울, 얼음새꽃』-불교적 무심관을 통한 인…           06-11 운영자
불교적 무심관을 통한 인생의 성찰 김준(문학박사, 서울여대 명예교수) 1 김정희 시인의 시세계를 보면 거의 모든 작품에서 불교의 영향이 느껴지는 데 이것은 아마 어렸을 때부터 불교 신자인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시작 활동 을 한 때문으로 보인다. 따라서 시인은 노송 한 그루에서도 인생을 성찰해 보 며 백담사에 있는 돌탑을 보면서도 소유욕을 버리고 담담하게 관조하는 태도 를 보이고 있다. 이것…

53 조영희 시인의 『시간의 사슬』           03-13 운영자
조영희 시인의 『시간의 사슬』 자연의 심지에서 피운 서정의 미학 김준 (문학박사. 서울여대 명예교수) 1. 인간은 누구나 희노애락을 반복하며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생 로병사의 과정을 거치고 또한 많은 갈등을 겪어야 한다. 자신의 존재에 대해 수없이 번민하는 인간의 현실은 이상과는 늘 거리가 있다. 그러나 인간은 여 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

52 고동우 시인의 『끌림』           01-04 운영자
시인따라 시집따라 풍요로운 시적 상상력과 이미지 1. 생각을 바꾸면 시가 보인다고 한다. 이는 시적 대상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 는가의 방법과 어떻게 표현하는가의 효율성 두 가지를 다 포함한 말이다. 자 칫 밋밋해지거나 지극히 감성적으로 흐르는 관념적 표현을 자제하면서 얼마 만큼 상상력을 동원하고 시적긴장을 갖추느냐에 따라 시적 가치가 높아진다 는 의미다. 시의 필수요건이야 많지만 그…

51 허일 시조시인 (1)           12-13 운영자
눈물, 그 맛 그대 다셔보았는가 곰삭은 눈물 맛을... 슬플 때나 외로울 때나 아아 그리울 때나 골마지 소금도 삭을 젓국보다 깊은 그 맛. * 골마지: 묵은 간장에 허옇게 피는 곰팡이 상사몽(相思夢) 홍매(紅梅) 꽃잎 지는 한밤의 파과(破瓜)소리 내 입술 터지거라 깨무던 그 여인은ㅡ 달무리 서는 밤이면 아아 아려오는 잇자국. 기로(岐路)에 서서 갈기털 휘…

50 김연동 시조시인           10-16 운영자
갈꽃처럼 - 김연동 푸른 저 하늘을 휘적휘적 문지르다 그리움만 키워놓은 마른 갈꽃처럼 못다푼 화필을 들고 거울앞에 섰습니다 시장 돌아 나온 휜시간 몇가닥을 깊숙이 음각하는 좁은 내 이마위에 세속 길 등 시린 삶을 그려 넣고 있습니다 매미처럼 울어봤니 - 김연동 아득한 칠흑을 찢는 비상의 꿈을 꾸며 무수히 흔들리고 떨리는 어둠 속에 온몸이 지지러지던 매미처럼 살아봤니 다그치듯 흘러…

49 정순량           09-14 운영자
시(詩)처럼 살고 싶네 정 순 량 시처럼 살고 싶네 나의 삶을 시로 쓰며 없어도 가진 자 마냥 상상으로 부자 되고 복 받아 행복누리며 싯귀(詩句)처럼 그렇게. 눈엔 안보여도 영(靈)으로 대화하고 행간(行間)을 채우시는 그 분의 뜻 헤아리며 읽는 이 가슴을 울리는 선한 시를 쓰고 싶네. 읽는 이 누구에나 꿈꾸고 기쁨 주어 그 사랑 온기로 세상을 덥히면서…

48 김영애           09-14 운영자
강 김영애 걸어가다 만나거든 손을 잡고 가자꾸나 품은 뜻이 달라도 한 곳 향해 가는 길을 망초 꽃 하얀 눈망울 읽으면서 가보자. 손잡으면 고향 서로 묻지를 않는 거다 맺어진 너와 나의 설레이는 인연 속에 종다리 우는 보리밭 푸른빛도 한 줌 넣자. 갈대 김영애 진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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