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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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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9-19 16:25
남루한 일상을 초월한 높이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254  

김 석 철
전 한국시조시인협회 부이사장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채 우리 민족의 정서 속에 녹아 있는 시조문학! 시조는 민족 시가의 대표적 정형시다. 우리 민족의 성정에서 자연 발생적 으로 태어난 가락의 정립이 시조인 것이다. 시조야말로 우리 민족의 혼이 담긴 정형률이다. 시조의 형식적 특징은 고유한 장법과 구법의 율격 속 에 앞뒤 어휘의 호응과 의미적 질서가 있다는 점이며, 내용상으론 일반적 인 자유시와 마찬가지로 세상의 모든 것을 다 담을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즉 현실 사회의 시대성을 반영하며 예술미를 추구하는 모든 부분들이 다 시조의 내용이 될 수가 있다는 말이다. 사실 창(唱)의 가사였던 고시조에 서 문학 장르로 발전한 현대시조는 그 동안 꾸준히 새로운 발전을 지향 해 오면서도, 이미 정립된 고유의 율격에 어긋나서는 시조라고 볼 수 없 기 때문에 주로 내용상의 혁신을 중요하다고 강조해온 것도 사실이다. 시 조는 시이며, 문학이요 예술이다. 시조의 작품성, 문학성, 예술성을 살피 는 일은 항상 즐거운 일이다.

  먼저 『시조문학』 여름호의 <시조문학 소시집>에서 한 편을 골라 살펴보기로 한다.

      구름옷 걸쳐 입은 정교한 탑 한 채에       
      선비의 굳은 절개 우뚝 선 층층 구비       
      신선도 머물다가는 비단 병풍 그 한 폭.

      수천 권 고서古書들은 청동 빛 이끼 입고       
      억겁의 열원熱願으로 탄로가歎老歌 꽃 피우니       
      남조천 흐르는 물도 사인암에 머물러.

      기암의 푸른 절벽 맑은 귀 속잎 트듯       
      가을 속 기웃대던 만장의 그리움도     
      벼린 혼 역동의 숨결 한 하늘로 부시다.
                        - 김일영,「사인암의 숨결」 전문
 
  ‘사인암’은 단양팔경의 하나로 단양읍에서 남쪽 8㎞ 지점인 대강면에 위치하고 있다. 남조천 강변을 따라 화강암으로 구성된 지반 가장자리에 석회암으로 된 암석이 병풍모양의 수직절리를 형성하고 있는데, 마치 수 많은 책을 쌓아 놓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고려시대 역동(易 東) 우탁(禹倬, 1263~1342)이 사인(舍人)으로 재직할 때 이곳에서 머물 렀다는 사연이 있는 명승지다. 이곳에서 착상하여 지은 우탁의 시조 ‘탄 로가’는 명시조가 아니던가. 시인은 예민한 감수성과 풍부한 상상력을 지니고 있다. 시조를 지을 때, 시인은 시의 눈으로 이미지를 포착하여 자신의 체험과 사상 감정을 이입하고 상상력을 동원해서 시상을 전개하게 된다. 위 시조는 서정적인 시조다. 주관적이고 개인적이며, 정서가 중심이 되고 있으며 음악적 운율 과 함께 현재법 표현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장별배행의 3수 연시조 를 원근법의 구성으로 시상을 펼치고 있다.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을 집 약하여 선명한 이미지로 형상화하고 있으며, 일상적인 시각과 평면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개성적인 감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명승지에 머물면서 명시조를 남긴 우탁의 숨결이 사인암의 숨결로 잘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다음은 <신작 특집>에서 몇 작품을 골라 살펴보기로 한다.

        명치끝 돌아들어 되우치는 그 정한이       
        숨 밭은 바람 섶에 무심히 들어 앉아       
        정선골 수묵화 한 폭 채록하는 삶의 소리

        굽이굽이 휘갑치는 애환의 실타래를       
        그림자도 등이 휘는 이 생의 설운 터에       
        오방색 씨실날실로 한을 푸는 살풀이
                                  - 고동우,「정선아라리」 전문
 
 “정선아라리”는 강원도 지역의 토속민요로서 통속화된 민요인 ‘강원 도아리랑’ ‘정선아리랑’ ‘한오백년’등의 원가락이기도 하다. 강원도 사람들 의 애환을 노래한 ‘정선아라리’의 사설은 때와 장소에 따라서 즉흥적으로 만들어 부르기도 하며, 부르는 사람에 따라선 장식음을 넣기도 하는 노 래로 알고 있다. 시조는 체험과 상상력을 4음보격에 맞게 구성해 놓은 것 이기에 이 작품에서도 ‘정선아라리’의 체험을 시적경험으로 재구성한 것이 다. 시인은 “정선아라리”는 진정 “삶의 소리”이며, “오방색 씨실날실로 한을 푸는 살풀이”라고 표현하고 있으며, 특히 “되우치는”, “숨 밭은”, “바람 섶”, “휘갑치는”, “등이 휘는” 등과 같이 참신하고도 맛깔나는 우리말 시어를 취 택하여 시조의 미감을 살리면서 자신의 의도를 잘 살려내고 있다.

        세상의 감미로움, 신산함을 앞세우다       
        얼굴을 즐겁게도 오만상 짓게도 한       
        정말 넌!  살살살 잘도 궁굴리는 재주꾼.

        능란한 놀림으로 쥔장 얼굴 앞세워서       
        자칫 잘못 부귀영화, 권모술수 탐하다가       
        입속의 법랑질 작두가 앙 깨물어 으깨는

        그래서 너는 항상 매사에 조신해라!       
        그러나 비겁하게 눈치만 보지 말라!       
        청사에 단丹 한 자라도 새겨두고 싶거든!
                                - 김영술,「혀」 전문 

  ‘혀’는 척추동물이면 다 가지고 있지만, 여기서는 사람의 혀를 지칭하 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맛을 느끼고 씹은 음식물을 섞으며 목구멍으로 보내기도 하는 혀, 특히 사람에게서는 소리를 내거나 말을 할 때 중요한 구실을 하는 혀다. 이 작품은 위트가 있고 의인화의 표현기교가 능숙하 게 느껴진다. 리듬을 살린 언어의 구사와 간결한 표현으로 절제미를 잘 살려내고 있다. 좀 능청을 떨며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기법도 매력이 있 다. 한편 표기 방법에 있어선 세 수 모두 동일한 형태인데 특히 각 수 종 장만은 3행으로 처리하는 수법을 보이고 있다. 의미강조의 효과도 염두 에 뒀음을 감지한다.
  첫수에서는 혀의 기능과 구실을 제시하고, 둘째 수 에서는 혀를 잘못 놀렸을 때의 피해, 특히 셋째 수에서는 의미 강조를 위 한 명령형 표현수법으로 입조심, 말조심을 당부하고 있다.

        장승으로 누워 있는 절망의 고독한 섬       
        세월을 핥다가 떠내려온 목선木船 한 척       
        모두 다 내려다 놓고 갈 곳 몰라 서성인다

        생각도 기억도 파랑새로 날아갔나       
        매미의 허물같은 하루를 짊어지고
        마지막 정류장에서 호명呼名을 기다린다.
                                - 김 전,「요양원에서」 전문

  요즘 흔히 100세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한다. 전반적으로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건강에 대한 의식이 높아져 의술까지 발달하다 보니, 인간 수명 이 길어지고 있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할 것이다. 이제 “인생칠십고래희 人生七十古來稀”는 옛말이 되고 말았다. 이렇게 오래 사는 사람들이 많 다 보니, 요 근래엔  우리 주변에서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요양원이나 요 양병원에 들어가 노후를 보내는 노인들이 꽤 늘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 다. 특별한 병환은 없다고 하더라도 늙어서 기력이 쇠약하다보니, 가족 들은 바쁜 일상에서 직접 모시기가 힘들어 부득이 요양원에 의탁할 수밖 에 없다는 것이다. 항상 앞만 바라보며 바쁘게 살아온 우리에게 삶에 대 한 문제를 다시 한번 되새겨보게 하는 작품이다. 삶의 의미보다는 그저 목숨만을 연장하려는 경우가 대부분인 요양원에서의 삶! 말년에 요양원 에서 보내는 삶을 잘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장승으로 누워 있는 절망 의 고독한 섬”이요, “세월을 핥다가 떠내려온 목선木船 한 척”으로, “모두 다 내려다 놓고 갈 곳 몰라 서성인다”는 것. 첫수의 ‘장승’, ‘섬’, ‘목선’과, 둘째 수의 ‘파랑새’, ‘매미의 허물’, ‘마지막 정류장’ 등의 알맞은 시어와 그 비유가 주제심화에 이바지하면서 이 시조의 제목을 잘 드러내 주고 있다.

        어울려 넘어야 할 고갯길 십 리가웃       
        절룩발 길눈 먹통 기대며 돌보면서       
        떨어진 비틀 그림자 돌아보지 말자고
                                - 모상철,「길동무」 전문

  이 작품에서 “길동무”는 부부일 수도 있고 가까운 친구라고 해도 무 방하게 생각된다. 누구든지 나이가 들게 되면 거동조차 힘이 들 수밖에 없다. 여생이 “고갯길 십 리가웃” 얼마 남지 않은 길이지만 노년으로선 무 릎, 허리도 불편하게 되고 길눈 또한 희미해질 수밖에 없어 어쩔 수 없이 의타심이 생기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고 세월만을 한탄해도 소용이 없고 젊은 날을 그리워해 봐도 다 부질없는 노릇이다. 어차피 받아들여야 할 여생! 화자는 길동무로 위안을 삼는다. 뒤돌아보지 말고 서로 기대며 돌 보면서 살아가자고 다짐한다. 긍정적 사고방식으로 삶을 순리로 받아들 이며 서로서로 길동무로 살아가는 게 현명한 일일 터.

        봄 길을 미리 짚는 신발을 어찌 못해       
        옆구리 우벼 파는 찰거머리 어찌 못해       
        팔 벌린 예수가 되어 천황봉만 바라본다.

                                - 박영학,「고로쇠나무」 전문

  요즘 고로쇠나무에서 얻는 수액이 건강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고로쇠 나무가 수난을 겪고 있다. 깊고 험한 산속의 것일수록 더욱 그렇다. 여기 서는 지리산의 고로쇠나무를 그리고 있다. 수목에 생기가 돋는 이른 봄 부터 시작하여 등산객이며 전문 장사치들까지 너도나도 고로쇠액 채취 에 열을 올린다. 고로쇠액은 귀한 대접을 받지만 그 바람에 고로쇠나무 는 죽을 지경인 것이다. 옆구리를 우벼 파는 인간들 때문에 고로쇠나무 는 어쩔 수없이 팔 벌린 예수가 되어 천황봉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 다. 이 단시조 한 편이지만 함유된 사연이 있고 던져주는 강한 메시지가 있다. 단아한 3장시조에서 멋진 비유도 빛나고 있는 것이다. 자연은 우리 의 소중하고도 영원한 자산이기에 반드시 보호되어야 한다. 생태환경이 파괴되어가고 있는 현실을 은근히 풍자하는 단수가 아니겠는가.

        빈 방에 홀로 누워 생각 없이 뒹굴다가       
        문득 창을 바라보니 해는 벌써 기울었고       
        내 삶도 저리 여위어 노을빛에 젖었네.
                                - 박필상,「허일虛日 」 전문
                           
시인의 여유 즐김이 귀하게 느껴진다. 내면으로 이미지를 포착하고
이를 평온하게 다스리는 모습이 안정감을 주고 있다. 대부분의 우리네 삶이 복잡하고 바쁘기만 하기에 그렇다. 자연발생적 시상에서 새로운 의 미를 찾는 선경후정의 단수다. 특별한 일정이 없이 비어 있는 허일虛日이 지만, 시인은 지는 해를 바라보며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노을빛에 젖어 있는 것이다.  “내 삶도 저리 여위어 노을빛에 젖었네” 순차적 장별 구성 으로 쉽게 읽히며 잔잔한 감동을 준다.

        피고 질 일상사를 탓하지 말 일이네       
        어차피 떠날 때는 하늘 위에 이 땅 위에       
        뜨거운 미련 버리고 흩어지는 것이네

        빈 사래 꽃을 심어 내가 꽃이 되자 하여       
        푸석푸석 산 모래흙 바람에 쓸려가는       
        호젓한 사릉斜稜에서나 피는 꽃이 되자 하여

        모나고 성급하던 세월의 빗모서리       
        깎이어 둥근 얼굴 노을 닮은 물이 들면       
        행여나 웃음 가득한 네 얼굴이 보일까
                                - 이강룡,「꽃에게」 전문 

  인간이 꽃이고 꽃이 인간이다. 꽃의 상징성을 생각해 본다. 삶의 원 숙이 가져오는 평상심이 순수로 발현되고 있는 것이다. 내면을 다지는 성 찰과 사유를 짐작케 한다. 삶을 비유한 시적 발상이 마냥 새롭기만 하다. 삶의 통찰을 이끌어내는 심안을 보이고 있다. 꽃이든 인간이든 한 세상 나왔다가 떠날 때는 어차피 다 버리고 빈손으로 가는 것. 특히 꽃은 아 름다움의 상징이다. 시인도 꽃 같은 시절이 있었고 꽃같이 살고 싶어 했 다. “깎이어 둥근 얼굴 노을 닮은 물이 들면/ 행여나 웃음 가득한 네 얼 굴이 보일까”에서 화자가 꽃에게 말하는 의미심장한 설의법 표현은 자문 자답의 질문이요 독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세 수 연시조의 종장의 결미를 “~흩어지는 것이네”, “~꽃이 되자 하여”, “~네 얼굴이 보 일까”로 표현, 전체의 연결성과 시적 긴장을 도모하여 시상을 살리는데 기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넘어질라 떨어질라 비틀비틀 건너간다        빙그르 돌아가는 어지러운 세상 인심        한 발짝 잘못 디딜라 조심조심 건넌다
                                - 이솔희,「외나무다리」 전문 
 이솔희 시인의 「외나무다리」는 잠언적 성격의 단수다. 사실 요즘 사회 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언론매체에 등장하는 세태는 정말 머리가 어지러 울 지경이다. 멀쩡한 신호등 앞에서도 어! 하는 순간 목숨을 앗아가는 사 고가 발생하는가 하면, 사회 곳곳 어디라도 한 발짝만 잘못 디디면 운명 이 바뀔 수 있는 외나무다리 같은 실정이다. 세상살이가 아슬아슬 외나 무다리 건너가기 같다는 말이다.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세상 이다. 넘어질라 떨어질라 비틀거리며 건너가는 외나무다리! 화자가 초장 과 중장에서는 현실 상태를 전제하고 종장은 전제에 대한 대비책을 내놓 고 있다. 유비무환! 그렇다. 언제 어디서나 제 정신 바짝 차리고 스스로 조심조심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바탕엔 긍정적 삶의 철학이 담 겨 있기도 하다. 요즘 세태를 반영하는 단수에 담긴 깊은 의미를 곱씹어 봐야 할 일이다.

        오랜만에 만나 노인들 식당에 앉아 있다       
        한 끼를 끓여대는 우그러진 냄비 속엔       
        접시꽃 대여섯 송이 붉게 붉게 피어난다

        안부 담긴 술잔이 몇 차례 더 오가고       
        뽀얀 김 후후 불며 꽃송이 한 술 뜨는       
        짜고도 비릿한 입가 꽃잎이 번져 있다

                        - 이태순,「대구탕 」 전문 

 오랜만에 반갑게 만난 노인 대여섯이 식당에 앉아 정담을 나누며 대 구탕을 잡수신다. 대구탕은 끓여야 제 맛이 나고 얘기는 나누어야 맛이 난다. 적절한 비유와 상징이 그 빛을 발하고 있다. 두 수 연시조에서 각 기 초장만은 사실을 그대로 말하고 있지만, 중장과 종장에서는 은유적 묘사의 시적 표현을 적용하고 있다. 일상적 소재에서 발견하는 예술적 감 각이 귀하게 느껴진다. 끓여대는 우그러진 냄비 속에 웃음꽃이 피어나고 안부 담긴 술잔이 몇 순배 오가면서 대구탕의 우정이 절정으로 꽃을 피 우고 있는 것이다. 소탈하면서도 소박한 우정이 꽃피는 우리네 이웃의 정 경을 보는 듯하다.
 
        대낮에 별이 돋는 허기지던 그 날의 봄       
      오늘은 환하도록 봄 햇살이 쏟아져서       
      군청색 하늘빛이 살아 지연紙鳶처럼 뜹니다.

        희나비 두 마리가 뒤엉기며 날아올라       
        아득히 점 하나로 멀어지는 한나절에       
        눈부신 푸른 하늘이 눈물 베게 합니다.

        연초록 바람 앞에 팔베게로 누워보면       
        유년 적 기억들이 아슴아슴 살아나고       
        반화장 저고리 입은 어머니가 보입니다.

        청명한 봄을 맞아 가슴은 뛰고 있고       
        청춘의 고동 소리 다시금 들리는데       
        거슬러 갈 수 없는 세월 강이 하나 흐릅니다.
                                - 정해원,「봄 언덕에 누워」 전문 


  정해원 시인의「봄 언덕에 누워」는 회고의 정이 묻어나는 연시조다. 되 돌릴 수 없는 세월을 실감하는 서정시조다. 눈부신 봄날 언덕에 누워 하 늘을 바라보며 이 생각 저 생각에 만감이 교차하고 있다. 시적 상념이 실 제와 실존을 직접 체험하고 접촉하면서 느끼는 순수한 감정이다. 자신에 대한 내적 조명의 모습, 첫수에서는 예전과 다른 봄빛, 둘째 수에서는 젊 었을 때의 부부애 회상, 셋째 수에서는 유년시절의 추억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넷째 수에서는 청춘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세월무상을 그리고 있 다. 네 수 모두 종장을 경어체로 마무리하여 독자들을 보다 절실한 감동 의 영역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

 이어서 <단시조 특집>에 실린 작품들에서는 네 편을 골라 살펴보기 로 한다.

        더 낮게 좀 더 참고 흘러가야 만나는 길       
        눈앞에 펼쳐지는 진경을 에두르며       
        비로소 눈 뜨는 아침 한 바다가 보인다.
                                - 김민정,「햇귀」 전문

  ‘햇귀’는 순수 우리말로 ‘해돋이에 처음으로 비치는 빛’을 일컫는다. 사람이 살다 보면 어떤 일이든 그리 쉽게 이뤄지는 일이 있겠는가. 인간 이면 누구나 어떤 하나의 목표나 희망을 달성하기 위해선 피나는 노력으 로 참고 또 참고 더 기다려야만 한다. 그렇게 힘들고 어려운 시련의 시기 가 지나고서 때가 되어야만 비로소 무어가 보이기 시작한다. 욕심을 비우 고 겸허한 마음으로 “더 낮게 좀 더 참고 흘러가야 만나는 길”이 삶의 길 인 것이다. 작품의 제목은 어쩌면 얼굴과 같은 구실을 한다고 할 수 있 다. 이 작품에서도 제목이 내용과도 합치되면서 상징적이고, 함축적이며, 핵심적인 의미를 띠고 있는 ‘햇귀’다, 참신한 제목에 참신한 시상이 와이 드 스크린으로 펼쳐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눈앞에 펼쳐지는 진경을 에두르며, 비로소 눈 뜨는 아침 한 바다가 보인다.” 는 것이다.
단시조로 서의 간결미와 서정미학을 보여주고 있다.

        빛보다 빨리 달린 마음의 여울 속에       
      수시로 다가와서 왈칵 품에 안기었다       
      추억의 맑은 옹달샘 그 깊이를 재고 있네.
                                - 김숙선,「고향」 전문 

  이 시조의 의미구조는 3단 구성, 초장과 중장의 두 전제에 대한 결론 이 종장으로 귀결되고 있는 것이다. 추억은 아름답다고 했다. 빛보다 빨 리 달린 마음의 여울 속에 수시로 다가와서 왈칵 품에 안기는 고향의 추 억들, 누구에게나 고향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마음의 안식처인 것이다. 고향에는 정다운 산천이 있고, 그리운 친구도 있으며, 부모형제 일가친척 이 있다. 종장에 보면 “추억의 맑은 옹달샘 그 깊이를 재고 있네.”라고 했 다. 그동안의 삶을 되돌아볼 겨를도 없이 바쁘게만 살아온 시인은 이즈 음 무시로 추억에 잠기고 있는 것이다. 추억 속에 그리움이 있고 안식이 있으며 희망도 있다.
        마셔도 또 마셔도 마실수록 진한 갈증,       
        그리움 끝자락에 어룽진 눈물자국       
        인과因果로 묻어둔 불씨 시름없이 타고 있다.
                                - 오승희,「사랑」 전문 

  ‘사랑’의 정서를 표출하고 있는 단시조다. ‘사랑’은 “어떤 상대를 애틋 하게 그리워하고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을 말한다. ‘사랑’ 이라면 그 종류 도 다양하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그 중에서 가장 농도가 짙은 건 인 간관계의 ‘사랑’이다. ‘사랑’은 삶에 빛을 주고, 기쁨을 주고, 의미를 주고, 가치와 희망을 준다고 했다. ‘사랑’은 어쩌면 즐거움인 동시에 고통인지도 모른다. 문득 “가장 아름답고 진실된 사랑은 미완의 사랑”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갈구인 동시에 인내이며, 아름다움인 동시에 슬픔인 ‘사랑!’ 시인 에게 있어 ‘사랑’은 그야말로 “마셔도 또 마셔도 마실수록 진한 갈증/ 그 리움 끝자락에 어룽진 눈물자국”인 것이다. ‘사랑’을 마약과 같은 것이라 고 하면 어폐가 될까.

        내 안의 설움덩이 삭히고 또 삭히면       
        빛깔 고운 노래되어 울려오는 반야심경       
        마침내 깨치는 법열法悅 활짝 열린 하늘빛.
                                - 조근호,「백련白蓮」 전문

  존재 내면의 특성을 투시하고 있는 경지다. 예리한 직관적 통찰로 함 축적 의미를 발현하고 있어 시인의 정신적 깊이를 짐작케 한다. ‘백련白 蓮’은 ‘하얀 연꽃’을 이르는 말이다. 백련白蓮은 진흙 속에서 자라서 하얀 연꽃을 피운다. “백련白蓮”, “반야심경”, “법열法悅” 등은 불교에서 쓰이 는 용어들이다. 초장은 ‘진흙의 이미지’이고, 중장은 ‘연이 자라는 연못의 이미지’이며, 종장은 ‘만개한 백련의 이미지’를 그려내고 있다. 반야 사상(般若思想)의 핵심을 담은 짧은 경전인 반야심경에는 “색즉 시공 공즉시색” 이라는 의미심장한 명언이 담겨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가 장 널리 독송되는 불경이다. 화자는 마음속의 설움덩이를 삭히고 또 삭 히면 부질없는 탐진치를 벗어나 반야심경의 경지에 닿게 되고, 마침내 활 짝 열린 하늘빛처럼 깨우치는 기쁨을 맞게 되나니, 이게 바로 “백련白蓮” 이라는 것, 묵히고 삭혀 발효시킨 시상이 연꽃으로 형상화 되고 있는 것 이다. 시적 대상에 대해 다르게 보기, 새롭게 생각하기의 실제를 보여주 는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다음은 <여름 시조단>에서 의미 있는 몇 작품을 살펴보기로 하자.

        오늘밤 달빛은 그리움의 조각입니다
        마음 닿는 곳마다 반짝이는 빛입니다       
        잠 못 든 이 깊은 시름도 환한 절창입니다.

        고요 속에 피어나는 풀벌레 소리들도       
        아름다운 당신의 속삭임이 되는 밤에       
        감아도 환한 은혜가 귀를 가만 적십니다.

        천만 리 먼먼 곳에 별빛으로 반짝이는       
        당신의 사랑은 내 마음을 밝히고       
        구천을 돌고 돌아서 그리움으로 쌓입니다.
                                - 김 종,「그리움 25」 전문

  김 시인은 ‘그리움’으로 연작시조를 쓰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시의 언어가 평이하면서도 명징하며 세련된 서정미를 창출해 내고 있다. 이 시 조의 발화자는 시인이고 수화자는 당신 곧 무형의 신적 대상인지도 모른 다. 적나라한 표현에서 진솔한 설득력과 만나게 된다. ‘달빛’은 지구를 밝 히는 ‘사랑’이요 ‘그리움’이다. 따라서 ‘달빛’과 ‘그리움’은 동일선상의 정신 세계다. 달빛이 닿는 곳마다 그리움이 반짝인다. 달빛이 있어 시름도 환 해지고, 달빛이 있어 풀벌레 소리도 아름다운 당신의 속삭임이 되는 밤 이다. “잠 못 든 이 깊은 시름도 환한 절창입니다.” “감아도 환한 은혜가 귀를 가만 적십니다.” “구천을 돌고 돌아서 그리움으로 쌓입니다.” 이렇게 각 수의 종장엔 핵심어가 들어 있으면서 제목인 ‘그리움’을 내포하고 있 다. 워즈워드의 말처럼 일상적 용어로 이루어진 이런 구어체 경어체 어법 은 인생 체험의 실질적 표현으로 느낌의 강도를 보다 더 높여주는 역할 을 한다고 할 것이다.

        금가루 흩뿌리듯 송화 가루 날리던 날       
        탐스런 송순松荀 꺾어 슬며시 쥐어주던       
        그 눈빛 은근한 모습 꿈길처럼 다가선다.

        해마다 봄이 오면 덩달아 싹이 트는       
        아쉬움 길로 자라 짙어가는 옛 생각을       
        노송은 송실松實로 달고 입 다문 채 서 있다.
                                - 박영록,「솔숲에서」 전문 

  박 시인의 「솔숲에서」는 늘 푸른나무의 상징성을 바탕에 깔고 시상 에 다가가야 한다. 소나무는 사시사철 늘 푸른나무다. 언뜻 봐선 계절이 바뀌어도 변함이 없는 것 같지만 소나무도 부분적으로 가을이면 낙엽송 이 되기도 하고, 봄이면 또 새로운 싹을 틔우기도 한다. 우리의 어린 시 절 별로 쓸만한  장난감이 귀하던 때 시골에선 주로 자연 속에 묻혀 살 수밖에 없었다. 특히 겨우내 움츠렸던 만물이 봄을 맞아 새롭게 생동하 며 또 다른 삶을 시작하게 될 때 꼬마 개구쟁이들은 들로 산으로 쏘다니 며 자연과 함께 살아왔던 것이다. 화자가 잊을 수 없는 어린 시절의 소중 한 추억의 산 증인이 바로 솔숲이다. 어린 시절 추억 속의 송순松荀이 이 제는 노송의 송실松實이 되어 세월의 덧없음을 묵시적으로 보여주고 있 는 것이다.

        냇물에 닳고 깎여 옥수玉水처럼 반드러워       
        김칫독에 올려놓고 지긋이 눌러주듯이       
        그 무게 숨을 죽여서 맛을 내게 하는 돌.

        이 세상 모든 욕심, 불같이 이는 화를       
        일러주는 사람 없이 스스로 알아차려       
        지긋이 늘 눌러주는 그런 돌이 되고 싶다.
                                - 유 선,「누름돌」 전문

  ‘누름돌’은 순수 고유어다. 요즘에야 보기 힘들지만 우리 부모 세대 시절엔 집집마다 뒤뜰엔 간장독, 된장독, 고추장독, 김칫독 등을 비롯하 여 길게 보관하며 먹었던 장아찌 같은 것들까지도 담가 두던 장독대가 있었다. ‘누름돌’은 주로 김치나 장아찌 같은 절임류를 담글 때 쓰이었다. 아무 돌이나 주어다 쓰는 게 아니고, 수년씩 흐르는 냇물에서 깎이고 닳 은 반질반질하고도 단단한 몽돌이라야 제격이었다. 독에 담긴 재료가 위 로 뜨지 않고 장에 절여져서 간이 잘 배어들도록 ‘누름돌’을 사용했던 것 이다. 주로 김칫독에 올려놓고 지긋이 눌러 숨을 죽이는 역할을 했던 것 이다. 어쩌면 당시에 원시적(?)인 방법 같기도 했지만 김칫독엔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기도 했다. 이 세상 모든 욕심, 불같이 이는 화를 지긋이 눌러주는 그런 ‘누름돌’이 되고 싶다는 시인의 소박한 소망이 마냥 귀하 게만 여겨진다. 이렇듯 대상에 대한 새로운 인식은 언제나 우리 시인들의 필수적 자세가 아닐까.
 
        하늘 멀리 정처 없이 구름가족 이사간다       
        아빠는 한을 업고 엄마는 슬픔 이고       
        서러운 보릿고개 넘어 북간도 땅 가는 갑다
                                - 유휘상,「상념」 전문
 
  떠가는 구름을 바라보다 보면 그 형상도 갖가지다. 하늘에 뜬 구름은 언뜻 정지해 있는 것 같지만, 실상 한시도 쉬지 않고 쉼 없이 흘러가고 있는 것이아니던가. 시인은 정처 없이 흘러가는 구름에서 많은 상념을 얻 게 된다. 이 작품에선 현재의 사실에서 과거의 사실을 유추해내는 ‘상념’ 임을 알 수 있다. 시인의 상념은 시공을 넘어 멀리 조선말까지 거슬러 올 라가기도 한다. 일제 식민시대 일제의 수탈로 우리가 이 땅에서 살아가기 힘들어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으며 괴나리봇짐을 이고지고 멀리 북간 도 땅까지 피난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들의 만행에 시달 리며 우리는 그렇게 서럽고 배고픈 보릿고개를 넘겨야만 했다. 상념은 이 렇게 시간과 장소를 초월하는 마술 같은 정신세계인 것이다.
 
        갈매 빛 날개 펼쳐 드높게 솟은 공작       
        덕치천 둘레 길엔 춤추는 피톤치드       
        지친 몸 영혼까지도 힐링하는 계곡 숲.

                                - 이근구,「공작산 가는 길」 전문

  “공작산!” 이름이 참 예쁘다. 이름만 들어도 우아하고 아름다울 것 같 은 산이다. 강원도 홍천군의 공작산, 산정에서 사방으로 뻗은 능선이 공 작의 모습을 닮았다하여 이름 붙여진 거라고 전해온단다. 요즘 우리나라 에서 사람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산을 찾아보기가 그리 쉽지 않다. 꽤 깊은 산이라고 해도 가볼만한 산이라고 입소문이 나면 찾는 사람이 금 새 많아지다 보니 오염되지 않은 산이 얼른 떠오르지 않는 것도 사실이 다. 헌데 공작산 가는 길은 그야말로 지친 몸 영혼까지도 힐링하는 계곡 숲인가 보다. 필자는 아직 가보지 못했지만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등산코 스도 있고, 자연휴양림과 생태숲, 계곡캠핑장까지 있는 관광명소라고 나 와 있다. 시인은 계곡의 피톤치드가 춤을 춘다고 했다. 아름다운 자연환 경이 혼탁한 인간세상을 정화시켜 준다는 사실을 우리는 오래오래 간직 해야 할 것이다. 3장시조에서 각 장을 명사로 산뜻하게 종결하였고 시조 의 보법 또한 잘 지켜내고 있다.

        부럽고 존경스런 石牛님의 시조사랑     
        가람시조’틀과 정신 면면히 이어가는       
        삼행시 흐트러짐 없는 본 보이는 정체성.

        월하 님의 「시조문학」그 위업 이어받아       
        장자의 품위 지켜 문인의 꿈 키우는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시조사랑 눈물겹네.
                              - 정순량,「石牛님의 시조사랑」 전문

  ‘石牛’는 시조시인 김준 박사님의 호다. 김 박사님은 계간 『시조문학』 의 발행인으로서 요 근래 더욱 왕성한 시조 창작활동으로 노익장을 보 여주고 있다. 물론 그 전에도 이미 10여권의 시조집을 펴내기도 했었지 만, 특히 2003년 정년퇴임 이후에 창작한 단시조가 무려 1만 7천수를 넘 기고 있으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무엇보다도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단시조 창작에 재미를 들이고 지낸다는 石牛님이시고 보면, 이 는 오르지 우리 시조를 사랑하고 아끼는 그 진정성의 발로가 아니겠는 가. 밤이나 낮을 가리지 않고 시조와 함께 살아가는 노 시인의 즐거움이 부럽기만 하다. 이미 동아일보와 중앙일보의 보도로 그 소식이 일부 알 려지기도 했지만 ‘단시조 창작 1만 7천 수!’ 우리 시조단엔 물론이고 우리 문단사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최초의 신기록인 것이다. 정 시 인도 이에 감복하여 시조 한 수를 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현대시조 의 큰 줄기인 가람과 월하에 이어 석우를 꼽고 있는 시상이다. 첫수 종장 “삼행시 흐트러짐 없는 본 보이는 정체성”과, 둘째 수 종장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시조사랑 눈물겹네”가 이 작품의 주제를 함유하고 있음을 알 수 가 있다.

        저고리 옷고름에 걸어둔 언약으로       
        누구의 꽃 가슴에 피었다 영글었기에       
        이토록 순정한 빛깔 그리 쏟아 놓느냐.
                                - 홍오선,「치자 열매」 전문

  치자 열매에서 나오는 빛깔은 아주 짙은 황색일 뿐만 아니라, 아무리 세척해도 쉽게 지워지지도 않는 특성이 있다. 치자는 동의보감에 보면 성 질은 차며 맛이 쓰고, 특히 염료를 삽출하여 노란물을 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홍화紅花와 함께 해서 적색을 띤 황색염에도 사용되고 있다 고 한다. “꽃 가슴”, “젊은 가슴” 등은 사랑을 품은 가슴을 은유하는 것 이리라. 언뜻 요즘 세태에 경종을 울려주는 작품으로 생각된다. 열매에서 짜낸 물이 한 번 들면 변치 않는 치자! 치자 열매의 진하고도 순정한 빛 깔! 우리가 별 관심 없이 놓치고 있는 소재를 홍 시인은 시의 눈 시의 가 슴으로 귀하게 인식하여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미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예사롭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단수에 나타난 시적 비유의 기량이 두드러지고, 설의법 구어체 언어구사도 솜씨가 있다. 

  이상으로 『시조문학』여름호를 편집순으로 살펴본 바, 부득이 이미 지 난호에서 거론했던 분들의 작품은 생략했음을 밝혀 둔다. 또한 필자의 얕은 밑천으로 텍스트에 대한 면밀하고도 따뜻한 분석에 미흡한 점 부끄 럽게 생각한다. 글은 언어를 통한 마음의 표현이라고 했다. 모든 예술작 품은 개성적으로 창조하는 게 그 생명이라고 할 수 있기에 시조 또한 그 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시조는 신비와 영감의 샘이며 시의 이상적인 극 치가 아닌가. 시조의 매력을 어이 다 말할 수 있으랴. 정형의 미학에 담 긴 간결과 함축, 내포와 암시, 시사와 깨우침, 활력과 긴장 등등으로 삶 의 긍정적 유토피아를 열어 보이는 시조!, 시조야말로 우리 민족의 혼이 담긴 정형률이면서도 그 내용만은 시인의 개성에 따라 얼마든지 재창조 될 수 있는 ‘인간율’이라고 했던가. 필자는 시조만이 지니고 있는 형식적 멋과 그 내재적 맛을 좋아 한다. 그러기에 항상 격格과 품品을 갖춘 시조 작품이 기다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남루한 일상을 초월한 높이에서 펼쳐 보이는 시세계를 소요하는 즐거움을 그 무엇에 비유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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