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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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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 새벼리/김정희--최오균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13-06-12 00:44     조회 : 789    

다시 읽고 싶은 시조 - 최오균

봄, 새벼리*

                김 정 희

그 약속 잊지 않고 돌아온 화공들이
채색을 하느라고 붓놀림이 바쁘다
밤사이 그린 수채화 꽃대궐이 열두 채.

그 약속 지키느라 돌아온 악사들도
이 쪽 저 쪽 숲에서 고운 목청 견준다
냉천사 능수 벚꽃도 들썩이는 어깨춤.
            *새벼리 : 진주 8경중의 하나인 산의 이름.

지난 3월 마지막 토요일, 나는 전주시 교동에 위치한 고하문학관을 찾았다.
‘연대’동인들과 함께 고하古河 최승범 선생님을 찾아뵙는 자리였다. 2층 서
고에는 수만 권의 장서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손때가 곱게 묻은 책들
을 열람하는 가운데 낯익은 시집 제목과 시인 이름이 눈에 띄었다.
거기엔 소심 김정희 시인이 40년 전에 발행한 첫 시조집 『素心(소심)』을
비롯하여 그 이후에 펴낸 아홉 권의 시집이 하나도 빠짐없이 나란히 꽂혀 있
었다. 일행은 일제히 탄성을 질렀고, 당사자인 소심 시인은 마치 시집보낸
따님이라도 만난 듯 시집들을 어루만지며 감개무량해 했다.
문득 지난해 늦가을 방문했던 진주시 새벼리 언덕에 신축중인 ‘詩境樓(시
경루)’의 모습이 떠올랐다. 거기에는 고하문학관과는 또 다른 시조전문 문학
관으로서 그 모습이 강하게 뇌리에 각인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나 보다. 그 자
리에서 소심 시인의 아홉 번째 시집 『빗방울 변주』를 펼쳐 ‘봄, 새벼리’를 다
시 읽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봄이 되어 산과 들에 꽃이 피고 파릇한 잎이 돋아나는 풍경, 자고 나면 온
산이 붉게 물들어 꽃대궐을 이루는 모습이 어느 한 두 명의 바람이나 노력으
로 되는 일인가, 그리고 종달새 높이 날고 뻐꾸기 소리 메아리치는 날 능수
벚꽃이 어깨춤을 추게 하는 이는 과연 누구인가.
화공이 붓을 들어 물감으로 그림을 그린다면 시인은 언어로써 묘사를 한
다. 음악가들이 소리의 조화로 세상을 흥겹게 한다면 시인은 글자에 담긴 뜻
으로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다. 모름지기 시인은 화공의 붓과 음악가의 악기
를 동시에 지닌 예술인이라 할진대, 그런 시인들이 빚어낸 작품이라면 사람
들의 눈을 환하게 하고 귀를 즐겁게 해줄 수 있어야 되지 않겠는가.
가장 산뜻하고 아름다워야 할 민족시가인 시조가 봄을 잃고 시들어가는
모습을 안타깝게 생각한 소심 시인이 사재를 털어 시조문학관을 연 뜻은 어
디 있을까. 배산임수, 진주 남강이 앞으로 굽이쳐 흐르고 저 멀리 월아산이
한 눈에 보이는 새벼리 명당에 꽃대궐처럼 장엄하게 우뚝 선 문학관 시경루,
그 아래 수십 명의 소인묵객이 함께 묵어도 좋을 사랑채까지 큰 법보시를 한
뜻은, 시조를 창작하거나 가까이할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곳에 와서 쉬면서
재충전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해 달라는 당부가 이 시편에 담겨있는 듯
해 천근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최오균 (시조시인, 경기시조시인협회회원



시인의 작품세계, 다시 읽고 싶은 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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